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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나눔’ 몸소 실천 … “내가 알고 있는 것 나눠주는 일이 좋아”
‘재능 나눔’ 몸소 실천 … “내가 알고 있는 것 나눠주는 일이 좋아”
  • 김유정 기자
  • 승인 2010.04.26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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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장애인 글쓰기 지도하는 정문권 배재대 교수

정문권 교수(사진 가운데)가 동곡요양원을 찾아 글쓰기 지도를 마치고 제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출처 : 배재대 홍보팀

지난 2000년 당시 배재대 학생처 부처장으로 재직 중이던 정문권 교수(54세, 국어국문학과·사진)는 학생들과 여름 수련회를 떠나던 중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로 공주시 동곡요양원에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들렀다.

정 교수는 그 곳에서 글쓰기에 열정을 보이는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 안형근(46세), 김상규(44세) 씨를 만났다. 어렵게 컴퓨터 자판을 눌러가며 글을 써내려 가는 모습을 보고 있던 정 교수가 이들에게 글쓰기를 지도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11년째다.

정 교수의 ‘가르침’은 출판과 강의로 이어졌다. 2001년 대학출판부를 통해 이들의 첫 작품집 『하얀 바람이 내게 말을 걸어오면』 발간에 힘썼다. 2003년엔 이들을 강의실로 초대해 수업을 청강하도록 이끌었다. “특수학교 경력밖엔 없던 이들이 대학에 대한 동경이 강하더라”는 정 교수는 “내가 진행하는 문장론 수업과 남 청 철학과 교수가 진행하는 수업을 듣게 했는데, 이들이 사고의 폭을 넓히고 생각이 성장하는데 전환점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요양원을 직접 찾아가거나 이메일을 통한 글쓰기 지도는 요즘도 계속되고 있다.

흔히 교수의 역할로 연구, 교육, 봉사를 꼽는다. 그러나 대학들은 오래전부터 교수에게 연구와 교육, 특히 연구업적을 강조해 왔다. 정 교수의 가르침이 의미 있는 것은 단순히 장애인에 대한 봉사활동을 넘어 잊혀져 가는 교수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교수들마다 나름의 특수성과 역할이 있는 것 같다”며 “나 같은 경우 학문적 미진함을 채울 수 있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나에 비해 문학 분야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나눠주는 게 좋다.”

그가 ‘재능 나눔’과 ‘재능기부’에 대한 생각을 전할 땐 자신이 지식 나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안형근 씨는 2002년 수레바퀴문학상 수기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2005년 제1회 충남 장애인시설 예능발표회 대상을 받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상규 씨도 2002년 충남예능제 시부문 금상, 04~05년 수레바퀴문학상 시부문 최우수상, 2005년 전국장애인근로자문화제 문학상 시부문 가작 수상 등 각종 문학상을 휩쓸고 있다. 이들은 “정 교수님을 만나지 못 했다면 우리의 글쓰기가 습작 수준에 그쳤을 것이다. 계속 글을 쓸 수 있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 교수와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모습이 장애인의 날이 갓 지난 지금, 대학가에 잔잔한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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