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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0> 된장] 왜 하필 짚대로 메주를 묶어 매달았을까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0> 된장] 왜 하필 짚대로 메주를 묶어 매달았을까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0.04.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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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란의 ‘생물읽기’ 글을 지루하지말자고 동물, 식물, 미생물, 인체의 순으로 돌아가면서 이어가고 있다. 이번은 미생물의 발효산물인 된장/간장이야기다. 된장이라 ‘물기가 적어 뻑뻑한 醬’이고 간장은 ‘짠 장’이란 뜻인 듯하다.


청명하면서도 저온 건조해 세균번식이 덜한 늦가을부터 초겨울에 걸쳐 메주를 쑨다. 메주콩을 푹 삶아 절구로 콩콩 찧고, 한 뭉치 뜯어내어 손바닥으로 탁탁 치면서 납작납작하게 큰 목침 꼴/크기로 모양을 뜬 다음에 볏짚을 깐 훈훈한 온돌방에 쟁여서 며칠을 띄운다. 메주덩이가 꺼들꺼들 마르면 볏짚대로 면 따라 사방으로 묶어 따뜻한 방안 천장에 뒤룽뒤룽 줄지어 겨우내 매달아 둔다. 메주 뜨는 냄새가 처음엔 역하기 짝이 없으나 오래 지나면 면역이 돼 되레 구수하다. 다음해 이른 봄 짚대를 풀고 메주를 토막 내어 모아 담요 같은 것으로 얼마동안 덮어두어 덜 뜬 부위를 마저 띄운 다음 꺼내서 땡볕에서 말려 雜菌을 죽인다. 이렇게 오랫동안, 여러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 볏짚이나 공기로부터 여러 미생물이 저절로 메주덩이에 달라붙어 콩을 발효시킨다. 술은 ‘빚기’, 장은 ‘담그기’인데 메주는 ‘띄우기’이요, 여기서 ‘띄운다’는 말이 곧 ‘醱酵’다. 콩의 주성분인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는 것이 발효이고 그 일을 발효세균이 한다.


그런데 왜 何必이면 짚을 깔고 짚대로 메주를 묶어 매달까. 놀랍다, 조상들의 지혜로움이여! 지푸라기에 Bacillus subtilis란 ‘枯草菌(마른풀세균)’이 많이 묻어있으니 이들은 풀에 많다. 이 마른풀세균은 ‘서브틸리신’이란 단백질 가수분해(소화)효소로 콩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바꾼다. 고초균은 막대모양인 桿菌이고 鞭毛를 가지고 있어 빠르게 움직이며 열이나 산, 염분 같은 좋잖은 환경에도 아주 잘 견딘다. 고초균 말고도 털곰팡이, 거미줄곰팡이 같은 것들도 메주 띄움에 관여한다. 


“메주의 역사는 곧 장의 역사다”라고 하듯이 일단 메주가 잘 떠야 맛있는 간장이 나오고, 간장 맛이 좋아야 음식 맛을 낼 수 있다. 새해 2∼4월경에 장 담그는 날을 잡아놓고, 독을 깨끗이 씻은 다음 짚불로 안을 그을려 殺菌한 다음 직사광선이 독아가리에 잘 비치게 한참 놔둔다. 자외선소독이다. 알맞은 크기로 쪼갠 메주를 항아리에 반쯤 채우고 여태 받아둔 맑은 소금물을 가득 채우고 독 안 맨 위에는 빨갛게 달군 참숯과 마른고추, 대추를 몇 개씩 띄우는데, 이것은 불순물과 냄새를 없애는 일종의 消毒이다. 인줄 말고도 장독에도 금줄을 쳤으니, 장독 위 언저리에 줄을 매고 백지조각을 끼웠다. 이 또한 不淨을 막자는 것이다.


장독을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놓고 맑은 날엔 뚜껑을 열어 햇빛(자외선)을 쐬어 곰팡이가 피는 것을 막는다. 한두 달 동안 이렇게 메주의 아미노산을 우려(짜)낸다. 調味料의 으뜸인 간장의 소금 농도는 보통 18∼20%이며, 간장이 제색을 띠는 것은 아미노산의 분해산물인 멜라닌과 멜라노이딘때문이라 한다.


간장을 담은 뒤 40여일이 지나 장이 푹 익으면 독에 떠 있는 메주나 바닥의 것을 큰 그릇에 건져내어 질척하게 고루 치댄다. 된장 담을 항아리는 또한 미리 씻어서 햇볕에 바싹 말리고, 밑바닥에 소금을 좀 뿌린 뒤 치댄 된장을 모아 담고 꾹꾹 눌러서 웃소금을 조금 뿌려 網絲를 두르고 매어 한 달 정도 두면 삭으면서 된장 맛이 든다. 헌데, 어떻게 집집마다 된장, 간장 맛이 그렇게 다 다른가.


땀 뻘뻘 흘리며 학교에서 돌아올라치면, 울 엄마는 샘(泉)에서 갓 길어온 찬물 사발에 간장 한 종지를 붓고 약손가락으로 휘휘 저어주셨다. 딱 알맞은 鹽分에 맛 나는 아미노산이 한가득 녹은 멋진 ‘영양음료’였다! 엄마가 보고 싶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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