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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77개 개념’ 한눈에
세상을 움직이는 ‘77개 개념’ 한눈에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0.04.26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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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A.C. 그레일링 지음, 『새 인문학 사전』(윤길순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0)

지난 세기 최고의 행동파 철학자의 하나로 평가받는 버트런드 러셀을 스승으로 둔 런던대학교 버크벡 칼리지의 철학 교수인 저자의 이 책이 번역·출간된 배경 가운데는 ‘최근 불고 있는’ 인문학 공부 바람이 우뚝 서 있다. 인문학 공부 바람이 얼만큼 불고 있는지는 확인해봐야 할 일이지만, 이 공부를 위해 하나쯤 ‘길잡이’ 사전이 필요하다는 판단은 공감할 수 있다.

저자는 인류 지성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수세기 동안 살아남은 개념들을 1차로 선별, 그 가운데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세기의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철학과 정치, 사회, 문화, 과학 전반의 개념 77가지를 엄선해서 수록했다. 그래서 책의 부제는 ‘나와 세계를 연결하는 77가지 개념’이다. 특히 각 개념들의 용어 해설은 물론, 탄생 배경과 역사적 변천사, 철학적 해석, 현실 세계에서 활용되고 해석되는 방식까지 상세하게 설명함으로써, 지금껏 인류의 교양을 주도해온 핵심 개념어들의 흐름과 가치를 일목요연하게 이해하고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자 그레일링은 서문에서 “거의 모든 학문 분야가 난해할 정도로 전문적인 시대, 비전문가들을 위해 핵심 개념을 더욱 간단하고 분명하게 소개할 필요성이 절실한 시대에 부응하려는 작은 시도”라고 책의 의미를 자평했다. ‘다문화주의’에서 ‘안락사’, ‘생물다양성’ 등 복잡하고 어려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필수 키워드 77가지는 그렇게 해서 간단하게 정리, 정열되고 있다.

예컨대 경제학을 가리켜 ‘지독한 구두쇠 어른들의 학문?’으로 풀어내는 대목에서는 “경제학은 단순한 이익을 파는 학문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사고파는 학문”이라고 규정하는 장면이나, ‘휴머니즘’을 ‘기독교보다 500년이나 오래된 불변의 가치’로 설명해내는 대목을 보노라면, 세상을 읽는 노학자의 독창적이면서도 때로는 파격적인 관점이 고스란히 녹아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개념 하나하나가 읽는 재미와 지적 흥분을 동반한다.

강연과 글쓰기 등을 통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해온 저자의 행보가 ‘인문학 위기’ 증상을 겪어온 우리 지성계에 ‘경쟁적인 지적 도발’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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