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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행정·관료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습니다”
“교수·행정·관료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습니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0.04.26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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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행복한 대학’ 비전 밝힌 홍덕률 대구대 총장

홍덕률 대구대 총장은 메모광이다. “기억력이 나빠 메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인터뷰 내내 메모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인터뷰 중에 떠오른 아이디어나 기억해야 할 키워드를 꼭 챙겼다. 인터뷰 1시간 40분 동안 대여섯 장의 메모지가 나왔다. 이제 취임 6개월을 맞은 신임 총장은 그렇게 학교운영을 터득해 나가고 있었다. 그동안 기록해 둔 메모지에는 학생, 행복, 취업, 대학문화, 지방대, 사립대, 법인 정상화라는 키워드가 가득했던 것 같다.
‘지방 사립대’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와 임시이사 파견 16년을 맞아 본격적인 법인 정상화 논의를 코앞에 둔 대구대는 ‘학생이 행복한 대학’이라는 비전을 선포한다.
홍 총장은 “학생의 인격, 지식, 취업 경쟁력이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대학의 정책과 자원을 집중 투자하겠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학 중에 학생이 느끼는 ‘삶의 질’을 중시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 일시: 2010년 4월 21일(수) 오전 11시
● 장소: 대구대 총장실
● 대담: 이영수 교수신문 발행인
● 사진·정리 :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53세. 인천이 고향이다.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박사를 했다. 1988년부터 대구대 교수로 지냈으며 대학분규 때 해직을 겪기도 했다. 대구대 교수협의회 부의장과 홍보비서실장을 지냈다. 한국지역사회학회 회장과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사)대구사회연구소 소장 등의 활동을 했다. 지역 언론활동도 활발히 했다. 대구KBS ‘PD 리포트 시선’을 진행했고, 시사토론 ‘생방송 화요진단’의 사회도 맡았다. 현재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와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2009년 11월부터 대구대 총장 임기를 시작했다.

△ 지난해 11월 대구대 총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직접 대학을 운영해 보니 어떻습니까.
“어느새 취임한 지 6개월이 다 돼 갑니다. 처음부터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시작한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어려운 숙제들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법인 정상화와 새로운 대학 경영 패러다임 구축, 그리고 대학 경쟁력 제고라는 세 가지 큰 숙제를 안고 지금 씨름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너무 쉬운 일도 없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없다는 평소 신념대로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해 대구대가 해결해야 할 역사적 과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법인 정상화와 관련해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약 1년 전에야 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가 구성돼 학원정상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에는 대구대 교수, 직원, 학생 동창회 대표뿐만 아니라, 법인 산하의 사이버대와 6개 특수학교 대표들, 그리고 설립자 유족 대표까지 참여했습니다. 설립자 유족 가운데, 1994년 2월 임시이사가 파견되기 직전의 극심한 대학 분규와 파행과 비리에 책임이 있던 당사자 유족만 참여를 거부해 빠진 상태로, 그동안 치열한 내부 논의를 진행해 왔습니다.
지난 1월 말 정이사 후보 7명의 명단을 확정짓고 조만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에 정상화 방안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부디 과거 비리와 파행에 책임이 있고 학내 구성원이 극구 반대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역시 심각하게 우려하고 결정이 나면 안 되겠지요. 임시이사회가 교과부의 지침에 따라 투명하고 합법적으로 진행시켜 온 학원정상화 추진 과정에 스스로 참여를 거부해온 과거 분규의 책임 당사자를 복귀시키는 것으로 귀결돼서는 안 됩니다. 법인 정상화 과정이 학내 분규와 갈등을 재발시키는 계기가 돼서도 안 될 것입니다. 앞으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임시이사회 및 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의 결정이 존중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총장님이 생각하는 학교운영 원칙이 궁금한데요.

“대학 가족이 갖고 있는 열정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와 프로그램을 만들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소통 경영의 원칙이고 서번트 리더십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어려운 여건과 우리 대학이 나아가야 할 비전을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그 바탕에서 교수와 직원이 새로운 대학 모델을 창출해 내며 대학경쟁력을 제고하는데 흔쾌히 동참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구성원의 열정과 역량을 모아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을 학교 운영 원칙으로 설정했고, 저는 그것을 위너자이즈(We+Energize) 경영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오는 5월 1일은 대구대 개교 54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5월 3일에는 개교기념식과 함께 ‘학생이 행복한 대학’ 비전 선포식을 갖습니다. 이 비전을 만들어 가기 위한 3대 발전목표와 30대 핵심 전략 등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교수, 직원 그리고 학생들에게도 우리 대학이 어떤 비전과 목표를 향해 어떤 방법으로 변화를 시도해 결국 ‘학생이 행복한 대학’을 만들어 가야 할지에 대한 저의 설계도를 내놓고 협조를 구할 생각입니다.”

△‘학생이 행복한 대학’은 어떤 대학입니까.
“먼저 교수 중심, 행정 중심, 관료 중심의 대학 경영을 넘어 ‘학생 중심’으로 대학 경영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학경영의 기본 관점과 철학의 변화가 중요합니다. 풀어 얘기하면, 첫째는 학생의 인격, 지식, 취업 경쟁력을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대학의 정책과 자원을 집중 투자하겠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대구대에 입학해 공부하고 생활하는 동안 학생이 느끼는 ‘삶의 질’을 크게 높이겠다, 삶의 질을 중시하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생이 총장과 교수와 직원으로부터 실질적으로 관심 받고 있다, 애정 어린 지도를 받고 있다, 인격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총장과 교수와 직원이 학생을 바라보는 관점, 강의실이나 기숙사나 행정실에서 학생을 대하는 자세, 지도하고 상담하는 방식 등 모든 면에서 ‘학생 중심으로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학생은 관리 받는 대상, 통제받는 객체, 교육당하는 수동적 존재, 가르쳐 취업시키면 그만인 존재가 아니고,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 장차 이 나라와 인류를 위해 큰일을 할 재목, 자아 존중감을 갖고 사회와 세계의 주역으로 성장해 갈 주체로 인정받고, 교수·직원·대학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생활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스스로를 성장시켜 갈 권리가 있는 주체라고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학생이 행복한 대학'을 위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있습니까.
“먼저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 제공과 좋은 교육·생활환경 조성, 취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수준별 수업 및 방과 후 특별지도 도입, 기초 교육 강화, 각종 특강 활성화, 팀티칭 및 토론수업 활성화, 진로 및 생활 상담 활성화, 학생 수업 동아리 지원 확대 등 수업제도를 학생 중심으로 대폭 개편하고, 교수의 교수법 연수 및 수업 연구회 활동을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교육환경과 기숙사 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는 계속 확대해 갈 것이고 학생의 건전한 문화를 격려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월 1일자로 ‘청년문화발전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교수님들이 학생의 취업을 위해 함께 고민하면서 1학년 때부터 일대일 진로 상담과 취업 상담을 강화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취업실적을 교원평가에 반영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도 강구할 예정입니다.

또 하나 학생의 생활 만족도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생행복 지원단’을 부총장 직속기구로 신설해 학생들의 불만족 요인을 적극 조사·발굴해 그 해결책을 학생의 관점에서 모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본부와 교수, 직원이 학생을 바라보는 관점과 대학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생의 인격과 지식, 취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심하게 배려하고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교수, 직원들과 자주 만나 토론하고 문화혁신을 꾀해 나갈 생각입니다.”

△ 교수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면 전해주시죠.
“지금 한국 대학은 매우 중층적인 위기와 어려움에 봉착해 있습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지방의 사립대학입니다. 대구대는 지방대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어려움과 사립대가 갖는 구조적인 불리함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우리대학은 임시이사 파견 16년 만에 법인 정상화를 해결해야 하는 난제도 있습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길은 교수, 직원, 학생, 법인과 동창회 등 대학 가족 모두가 지금 대구대가 처한 위기상황에 대한 의식을 공유하고, ‘학생이 행복한 대학’ 만들기라는 비전을 함께 공유하며 교수의 역할, 행정의 역할, 학생의 자세 등에서 생산적이고 교육적인 변화를 꾀하고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내는 것입니다.

대학의 역할을 활성화하고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특히 ‘학생이 행복한 대학’으로의 질적 전환을 모색해 가기 위해서는 역시 교수의 역할이 가장 크고 절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가 이 문제에 대해 함께 동의해 주고 함께 실천해 주지 않으면 그 어떤 좋은 비전도 정책도 프로그램도 구현될 수 없습니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고 있고, 이와 같은 아름다운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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