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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교협 회장의 ‘입’
[기자수첩] 대교협 회장의 ‘입’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0.04.19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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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원 정도 들여 건물을 지어준다면 그 2~3세는 정원 외로 입학을 허용해주는 게 공교육을 내실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공인된 시험이나 경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까지 규제하면 안 된다.”

지난 13일 이기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신임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대교협 회장 취임에 맞춰 이 신임 회장이 앞으로 업무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간담회가 끝난 뒤 ‘3不 정책’과 대교협이 제시한 ‘입학사정관제 공통 기준’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곧바로 대교협에서 “답변 내용 전달이 불분명했다”면서 해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회장이 구설수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대교협 총회에서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은 싼 편이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때문인지 이 회장은 간담회 초반에는 질문에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평소 거침없는 성격과 다르게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구체적인 답변을 재차 요구하자 사견을 전제로 한 이야기다. 개인적인 의견이더라도 위험한 발언이었다. 이기수 대교협 회장의 말 한마디가 대학 입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했다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대교협 회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국립대는 학생 1인당 5백만 원씩 지원받지만, 사립대는 10만 원에 불과하다. 국·사립 구분 없이 인건비 절반 정도는 정부에서 지원해줘야 한다” 등의 발언도 대교협 회장보다는 사립대 총장이 할 법한 발언이었다. 더군다나 대교협 사무총장 임명을 둘러싸고 불거진 국립대와 사립대간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숙제도 남겨져 있다. 

대교협은 건학이념과 처지가 다른 201곳의 대학 총장이 모여 만든 협의체다. 굵직한 사안마다 대학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들 대학의 다양한 주장과 입장을 조율하고 모아내는 것이 대교협 회장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입학사정관제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공감할 만한 대입 제도를 정착해야 한다는 요구도 어느 때 보다 높다. 자율을 내세우기에 앞서 대교협 회장의 역할과 책무를 새겨야 할 때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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