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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늘리면 ‘교육의 질’도 개선될까
정원 늘리면 ‘교육의 질’도 개선될까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0.04.12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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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학원이다] 대학 알리미에 나타난 대학원의 현주소

정부가 학부교육 강화에 이어 대학원 교육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내 대학원의 질을 높여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아도 해외박사 이상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두뇌한국(BK)21사업, 세계수준의 선도대학 (WCU) 지원사업에 이은 또 하나의 사업을 만드는 데 그치는 건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대학원 정책에서 늘 그래왔듯, 정책은 없고 대책만 있는 식이어선 곤란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대학원 교육의 경쟁력 강화에는 임기응변이나 실적 올리기를 위한 대책이 아니라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을 위한 진정한  학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수신문>은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을 위한 대학원 교육의 내실화를 올 한해 붙잡으려 한다. 단순히 문제 제기가 아니라  정책 제언을 위한 공론의 장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본격적인 시리즈에 앞서 국내 대학원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봤다.                                                                                      

대학원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태 보고서는 손에 꼽을 정도라는 현실에서 국내 대학원이 처한 현실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올해 초 펴낸 이슈페이퍼 「2009년 한국 대학원 현황 및 특성 분석」은 그나마 국내 대학원의 현황과 특징을 보여주는 자료다.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에 공시된 2008~2009년 대학원 자료를 분석했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대학원 자료가 18개 항목밖에 되지 않아 제한적이긴 하지만 대학원대학을 제외한 1천173개 대학원을 전수 조사한 자료라는 점에서 대표성을 갖기에 많이 부족하지는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학부와 마찬가지로 대학원도 양적 성장을 교육의 질적 측면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대학에 부설된 대학원은 IMF가 있던 1998년 669개에서 2009년 1천173개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09년 4월 1일 현재 일반대학원 164개, 전문대학원 168개, 특수대학원 841개가 운영 중이다. 2008년에 비해서는 112개가 증가했다. 일반대학원은 7개가 새로 생겼지만 전문대학원은 49개, 특수대학원은 56개가 늘었다. 대학원 수가 늘면서 입학정원도 2008년 11만3천837명에서 2009년 11만7천89명으로 3천252명 증가했다.

대학 진학을 원하는 사람은 그보다 더 늘었다. 대학원 지원자 수는 24만4천953명으로 2008년보다 2만4천720명 증가했다. 입학자 수도 2008년보다 6천278명 증가한 11만3천338명이었다. 이에 따라 대학원 신입생 충원율도 2008년 94.0%에서 2009년 96.8%로 올랐다. 특히 일반대학원의 신입생 충원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전문대학원이 94.9%에서 97.2%로 2.2%, 특수대학원이 90.6%에서 91.0%로 0.5% 올라간 데 비해 일반대학원의 신입생 충원율은 2008년 97.15에서 2009년 101.8%로, 4.8% 높아졌다.  

대학원 입학생 증가는 교육여건이 준비된 상황에서 이뤄졌을까. 먼저 ‘전임교원 강의담당 현황’을 보자. 전임교원 강의담당시간은 2008년 27만2천15시간에서 26만8천48시간으로 3천767시간이 줄었지만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은 72.3%에서 73.9%로 다소 높아졌다. 일반대학원 80.6%, 전문대학원 74.1%, 특수대학원 59.8%로 특수대학원에서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이 낮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중도탈락 학생 수는 2008년보다 1천736명 많아졌다. 대학원 수와 입학정원은 늘었지만 재적학생은 2008년 27만8천947명에서 2009년 27만8천760명으로 425명 줄었다. 이에 따라 중도탈락 학생 비율도 2008년 5.5%에서 2009년 6.1%로 0.6% 높아졌다. 대학알리미를 보면 187개 일반대학의 2009년 중도탈락 학생 비율은 5.3%여서 학부보다 대학원의 중도탈락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원 졸업자의 취업률도 더 떨어졌다. 2008년에 비해 2009년 취업자 수가 일반대학원은 425명, 전문대학원은 975명 늘었지만 취업률은 일반대학원이 81.9%에서 79.9%로, 전문대학원은 84.2%에서 81.3%로 각각 2.0%, 2.9% 감소했다. 특수대학원은 취업자 수(484명)와 취업률(1.6%)이 2008년에 비해 모두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더 나은 직업과 보수를 위해 막대한 교육비를 지출하며 대학원에 진학하지만 취업률이 낮아진 사실은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인식될 수 있다고 한국교육개발원은 지적했다. 교육개발원  측은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양적으로는 전년도에 비해 증가했지만 교육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성장을 보여주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양적으로 대학원을 확정시키는 것에만 주력하기보다 질적인 측면을 강조해 집중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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