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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박사 차별 개선 … ‘대학원판’ 선도대학 만들겠다”
“국내 박사 차별 개선 … ‘대학원판’ 선도대학 만들겠다”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0.04.12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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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인터뷰

“교육에는 국민 모두가 일가견이 있습니다. 하나의 정책을 수립하는 데 여러 집단의 이해를 조율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국민들에게 ‘참을만한 정책을 내놨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교육 수장으로 1년 8개월 동안 지내면서 느낀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털어 놓은 말이다.
안 장관은 재임기간 동안 “소리 안 나게 (개혁을) 많이 했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대학 자율화 정책으로 대학입시 등 운영 권한이 대학에 많은 부분 넘겨졌다. 특히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는 올해를 정착단계로 규정했다. 연구에 편중됐던 대학재정지원은 교육과 연구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안 장관은 “정책이 파급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국립대 법인화와 구조조정은  아직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지난 7일 안 장관을 만나 교육정책의 방향과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 일시: 2010년 4월 7일
● 장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집무실
● 대담: 최영진 교수신문 주간(중앙대 정치학)
● 기록·정리 :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서 차근차근 많은 일을 해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등교육분야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입학사정관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서 공통 기준도 만들었지만 현장에서는‘스펙’을 만드는 일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소문이 많더군요. ‘스펙’을 쌓더라도 학교에서 배운 활동을 중심으로 해야지, 학원에 나가서 훈련을 받은 것이 반영된다면  공평하지 못합니다.
대교협이 입학사정관제 전형 기준을 다양하게 만들었는데, 대학들이 모든  기준을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건학이념이나 교과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일부만 반영하면 됩니다. 우리가 그런 융통성까지 차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방종으로 흐를 경우 교과부나 대교협에서 안내하고 관리한다는 의미입니다.”

△학부교육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연구에 편중됐던 지원에서 이제 학부교육에도 눈을 돌린 것으로 이해합니다.
“저도 대학에 있었지만 대학을 평가하는 데 연구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올바른 방향입니다. 하지만 대학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엄격하게 말하면 대학의 수요자는 학생이죠. 학생이 만족하는 교육으로 연결돼야 좋은 연구입니다. 계속적으로 대학 학부교육을 강조하면서 지원도 늘릴 계획입니다.” 

△또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시간강사 문제입니다. 대학 강의의 절반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시간강사의 대우는 상당히 열악합니다.
“저도 젊은 시절엔 시간강사를 했습니다. 문제는 장기간 시간강사를 하는 분도 있다는 거죠. 이분들의 인권을 돌보지 않으면 안됩니다. 강의를 잘하거나 전업 시간강사의 경우 강의전담교수제를 도입해 안정적으로 강의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시간강사 제도를 완전히 폐지할 수는 없어요. 전임교수와  차이는 둬야 합니다. 정부와 대학의 재원이 한정돼 있다는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시간강사 비율이 크면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습니다. 강의전담교수제도를 실시하는 대학에는 가산점을 주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에 신설된 ‘학부교육선도대학 지원 사업’은 한정된 예산을 감안해 학부교육에 집중하는 대학에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의 경우에는 대학의 역할 또는 특성이 교육 또는 연구로 명확히 구분돼 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연구중심 대학도 대학원생 보다는 학부생이 훨씬 많고, 졸업생의 진로도 사회에 진출해 취업하는 것이 대부분이죠. 학부교육 선도대학 지원사업에서 연구중심 대학을 구분해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학부교육에 중점을 둔 대학에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지요. 그래서 평가지표에 전체 학생 중 학부생이 차지하는 비율을 반영하면서 대규모 연구중심 대학보다는 학부교육에 중점을 둔 중소규모 대학이 더욱 많이 선정될 수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장학금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는 반가운 제도입니다.
“ICL의 목적은 등록금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학자금을 갚느라 신용불량자가 생기는 경우도 막아야 합니다. 결국은 누가 갚느냐의 문제가 생기는데 학자금을 학부모들이 책임지는 문화를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학생들이 돈을 벌어서 스스로 학자금을 갚는 문화를 정착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ICL 대출 결과를 보니까 첫 회라서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학생 70%이상이 ‘학부모가 등록금을 주기 때문에’라고 답했습니다. 이런 문화 때문에 ICL이 크게 주목을 못 받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자녀들에 대한 지나친 의무감에 변화가 나타나면  갈수록 빛이 나는 제도가 될 것입니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으로 국내 박사를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국내박사가 해외박사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이전에는 우리 사정이 열악해서 그랬다고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사회 많은 부분에서 선진화했고, 경제적으로 국제사회에서 경쟁할 만한 위치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유독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면 제대로 대우를 못 받습니다. 사회적 편견도 있지만 대학원 교육 프로그램이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학원생들이 아무 걱정 없이 공부에만 전념해야 하는데, 등록금도 비싸고 장학금도 부족합니다. 그러니까 대부분 직장을 다니면서 학업을 이어나가지요.
적당히 공부해서 딴 학위로 무엇을 하겠습니까. 글로벌 박사로서 경쟁할 수준이 못되는 것입니다. 일본 도쿄대 경우는 국내박사 비율과 해외박사 비율이 우리와 반대입니다. 우리도 이제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좋은 교육을 받고 우수한 박사들을  배출해야 합니다.”

△현실은 학생 충원도 어려운  대학이 많습니다.
“모든 대학이 국제적인 수준에 오를 필요는 없습니다. 학부중심대학도 있어야 하고요. 대학 안에서도 다양한 학문분야와 전공이 있는 만큼 대학원의 수준도 다릅니다. 경쟁력 있고, 가능성 많은 곳에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좀더 지원하고 노력하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이런 곳을 정부가 집중적으로 지원해 이를 테면 ‘대학원판 선도대학’을 만들고 싶다는 말입니다.”

△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학회에서 선정 심사를 해서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학회의 도움을 받아 지원 대상을 선정할 수 있습니다. 학회에서는 어떤 대학 어느 학과가 경쟁력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으니까요. 학회가 선정에 도움을 준다면 해볼만 한 작업입니다.”

△교육비리와 관련해 현직 부장검사를 임명할 정도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학의 비리 문제는 어떻게 대처할 계획입니까.
“교육계의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제 식구 감싸기’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비리 척결을 위해 ‘교육비리 근절을 위한 특별 감사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학의 자율성은 최대한 존중하고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정부가 사학의 운영에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다만 대학 스스로도 자정 노력이 중요합니다. 책무성을 다하지 못하는 대학에는 책임감사를 통해 엄격하게 다룰 계획입니다.”

△교과부 장관은 오래하기 힘든 자리인데, 재임기간이 1년 8개월을 넘겼습니다. 대학 총장도 오래하셨는데, 장관과 총장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총장 할 때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총장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장관해보니까 총장보다 상당히 힘듭니다. 일할 시간이 총장과 비교 할 수 없어요. 주말도 거의 없습니다. 집에서 알람을 맞춰놓는 시간은 오전 5시입니다. 많은 분들이 ‘장관 얼굴 보기 어렵다’하시는데, 일에 파묻혀서 저도 사적으로 지인들 보는 게 어렵습니다.
그리고 장관의 정책결정은 국가의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만큼 책임도 큽니다. 관여하는 집단도 많습니다. 국민 전체가 교육에 일가견이 있다 보니 더욱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국민들이 참을만한’ 결정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프면 안 되는데, 긴장한 탓에 아프지 않고 잘 해오고 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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