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右에서 대한민국 ‘발전’을 읽는다면?
右에서 대한민국 ‘발전’을 읽는다면?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0.04.12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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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춘 연세대 교수, 학생들과 기말 보고서로 책 엮어

“예전에는 대학에 입학해서야 현대사의 ‘어두운 이면’을 접했는데 요즘 학생들은 반대다. 초중등교육에서 이런 부분을 배우고 오니까 부정적인 역사인식을 가진 학생들이 많다. 대학교육에서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이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와 자유선진당 정책위의장 등을 역임한 류석춘 연세대 교수(사회학과)가 학생들의 학기말 보고서를 책으로 엮었다. 『대학생들, 대한민국을 다시 보다』(강우석 외 14명, 북마크, 2010)는 지난 2008년 2학기, 류 교수가 개설한 전공수업 ‘발전사회학’에서 학생들이 제출한 최종 보고서 묶음집이다. 수업은 3·4학년생을 주축으로 총 43명이 수강했고, 책에는 15명의 보고서가 실렸다.


류 교수의 ‘발전사회학’은 식민지 근대화, 미군정, 박정희 시대의 산업화, 외환위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등 한국 현대사의 ‘사건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강의목표는 한국의 건국과 성장과정을 통해 ‘한국 모델이 앞으로도 유효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토론을 통해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작업이다.


최종 보고서는 주제별로 매주 3시간씩 온라인 토론방에 올렸던 학생 본인의 글을 종합·정리한 A4용지 8매 분량의 에세이다. 최종 보고서에 대해 류 교수는 “한국의 발전이라는 대주제에 비춰, 수강 전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 수강 후에 어떻게 바뀌었는지 혹은 왜 변함이 없는지를 기술하는 게 핵심”이라며 “권위는 인정받지 못하겠지만, 이 시대 청년들의 역사관과 역사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류 교수는 한국 현대사의 ‘입체적 작업’을 위해 좌파와 우파의 균형을 맞춘 교재들을 택했다고 말했다. 故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와 김형아 호주국립대 교수가 ‘우파’라면 장하준 캐임브리지대 교수는 ‘좌파’다. 이들의 저역서를 바탕으로 수업시간에 열띤 좌·우 공방이 벌어졌다는데, 소개된 15편의 보고서는 일관된 정치적 해석을 보여주고 있다.


‘좌·우파’, 정치적 정체성에 대한 고백이 시작이다. 예컨대 스스로 ‘중도좌파’라고 규정해왔다는 한 학생은 강의가 진행되면서 “자신이 이른바 386세대의 논리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화’ 되어왔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수줍은 ‘커밍아웃’에서 출발한 보고서의 더 큰 문제는 역사해석의 다양성을 담아내지 못하는 데 있다. 학생들이 류 교수의 정치성향을 의식한 탓인지, 예컨대 미군정이나 박정희 평가에는 열려있는 자세를 취한다. 박정희는 전두환의 군사쿠데타와 북한의 김일성에 대응되면서 비교우위를 점한다. “전두환에 비해(?) 피를 흘리지 않고 정권을 탈취한 박정희의 5·16(군사쿠데타)”에는 국민적 동의를 얻은 ‘위로부터의 혁명’, ‘암묵적 동의’라는 표현까지 가감없이 덧댄다. 좌·우의 이분화된 논리 구조 속에서 역사를 평가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식민지 근대화론, 식민지 수탈론 등에 대한 기술은 강의가 어떻게 학생들의 역사인식을 뒤흔들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근대화론이라는 명칭이 주는 선입견이 깨지게 됐고, 많은 사람들도 이 이론에 접할 수 있게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은 이밖에도 재작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저항을 ‘몰상식적 행동’으로 치부하거나,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을 ‘투쟁적인 좌파’라고 규정했다. 반면 현 정부와 여당의 ‘준법’에 공감하고 있다. 토론을 통한 소통의 문제에 천착했다는 학생들의 보고서는 ‘진보적 색채’에는 한결같이 알레르기적인 반응을 드러낸다.


학생 보고서에서 드러난 류 교수의 강의는 한국사회의 보수주의가 대학에서 어떻게 재생산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류 교수는 오히려 “대학에서 학생들이 균형잡힌 역사의식을 가지게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논쟁’으로 뜨거웠던 2008년 하반기, 서울시 교육청에서 우편향 인사를 대거 동원해 ‘현대사 특강’을 밀어붙였다. 류 교수는 당시 대표 강연자 중 한사람이다. 학생들의 보고서는 바로 그 시기에 작성됐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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