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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들의 불꽃튀는 고전 해석 … 그 현란한 지휘의 비밀
거장들의 불꽃튀는 고전 해석 … 그 현란한 지휘의 비밀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0.04.05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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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오케스트라 마에스트로 내한공연 잇따라

오케스트라의 매혹적인 실황이 늦은 봄을 후끈 달굴 전망이다. 이달 말부터 5월까지 이어져 있는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 공연 일정이 이를 말해준다. 4월 30일~5월 1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지휘 샤를르 뒤트와), 5월 3일~4, 6일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지휘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5월 6일 슈투트가르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로저 노링턴), 5월 16일 BBC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이리 벨로흘라베크), 5월 29일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지휘 파보 예르비). 빠르고 웅장하고 화려한 화음이 벌써부터 진동한다.

올봄 오케스트라 제전이 잇따른다. 샤를르 뒤트와(위쪽), 아슈케나지(아래 왼쪽), 그리고 로저 노링턴(아래 오른쪽)의 불꽃튀는 지휘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매력은 단연 누가 지휘봉을 잡느냐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깐깐하게 단원들을 사로잡았던 그래서 많은 원성을 들어야 했던, 뮌헨 필하모니를 이끌었던 생전의 세르쥬 첼리비다케(Sergiu Celibidache, 1912~1996)는 지휘자를 가리켜 “오케스트라에 질서를 부여하는 자”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오케스트라는 지휘자를 통해 거듭난다. 

봄을 적시는 클래식의 화음, 오케스트라의 총주를 이들 ‘지휘자’들을 통해 한발 더 가까이 관전할 수는 없을까. 독일어권의 저명한 음악평론가인 볼프강 슈라이버는 지휘자의 몸짓에 주목한 평론가다. 그는 『지휘의 거장들』에서 “지휘자는 음악이 어떻게 표현돼야 하는지를 지시하는 데 오직 자신의 육체만을 사용할 수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결국 몸짓이 결정적인 구실을 하는데, 그 몸짓은 상투적일 수 있고 개인마다 독특한 것일 수 있다”고 관전 포인트를 암시한다. 그러나 이런 몸짓 표정들의 ‘오버’에 조금 주의하는 것이 좋다. 정치용 한국예술중합학교 교수(지휘과, 창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는 “지휘자의 표정은 그가 해석해내는 음악적 절정의 순간과 매치하는가가 중요하다.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이는 잡아낼 수 있다. 블레즈 같은 지휘자는 무표정하다. 감정절제를 했다는 뜻이다. 다소간의 오버액션은 청중들에게 ‘알면서도 즐거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절제’는 미덕이다”라고 지적한다.

4월 30일부터 5월 29일, 한 달을 뜨겁게 달궈줄 오케스트라 마에스트로들, 그들은 누구이며, 어떤 곡을 선사할까.

#4월 30일~5월 1일 세종문화회관_ 샤를르 뒤트와
뒤트와(Charles Dutoit, 1936~)는 스위스 로잔에서 출생했다. 로잔음악학교에서 바이올린과 지휘법을 배운 다음, 제네바에서 비올라와 악기법 등을 공부했다. 1964년 베른교향악단의 지휘로 데뷔했으며, 1967년 같은 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가 됐다. 2008년 9월부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2009년부터는 로열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로 재직 중이다.

첫날 연주하는 베를리오즈와 라벨의 곡은 뒤트와의 열정적이고 정교한 지휘를 맛볼 수 있는 곡이다. 메인 레퍼토리인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은 유진 오먼디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초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협연자로 등장하는 신예 아라벨라 슈타인바허도 기대된다. ‘서정성과 열정의 균형’, ‘벨벳으로 감싼 무한한 깊이의 음색’ 등의 평가를 받고 있는 그녀가 차이코프스키를 어떻게 삭혀낼지 두고볼 일이다.
둘째 날은 스트라빈스키의 가장 유명한 두 관현악 걸작 「불새」와 「봄의 제전」으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압도적인 실력을 뽐낸다. 뒤트와는 1989년 몬트리올 심포니와의 내한공연에서 한국에서 처음으로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를 연주한 바 있으며, 1997년 내한공연에서도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쉬카」를 지휘하는 등 스트라빈스키 음악 해석의 거장임을 보여준 바 있다.

#5월 3일~4일 서울 예술의 전당, 경기도 고양아람누리_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아슈케나지(Vladimir Davidovich Ashkenazy, 1937~)는 소련의 고리키(현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태어났다. 6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1962년에 열린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1970년부터 지휘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슬라브계인데도 불구하고 쇼팽이나 드뷔시와 같은 섬세하고 세련된 서구적 음악의 연주에 절묘한 솜씨를 발휘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공인 피아노를 버리고 지휘에 몰두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아슈케나지는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과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3일, 김선욱 협연),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베토벤 교향곡 4번(4일 정경화 협연) 등을 선보인다. 정치용 교수는 “단원들에게 부담주지 않고 편하게 이끌어가는 스타일”이라고 그의 지휘를 평가하면서 “로맨틱한 마인드로 라흐마니노프를 감상할 준비를 하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한다.

#5월 6일 성남아트센터_ 로저 노링턴
노링턴(Sir Roger Norrington, 1934~)의 이력은 독특하다. 일찍이 영문학에 관심을 가져 케임브리지의 클레어 칼리지에서 영어학을 전공했다. 왕립음악원에서 당대 명지휘자 아드리안 볼트(Adrian Boult)에게 지휘법 전반을 배웠다. 1962년 런던 쉬츠 합창단의 전신인 쉬츠 합창단을 창립한 뒤 이 합창단과 더불어 30여년을 연주해왔다. 1980~90년대에 노링턴은 특히 객원 지휘자로서 인기가 높았다. 1998년부터 슈투트가르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있으며 2006년 여름까지 짤츠부르크의 카메라타 상임 지휘자도 역임했다.

노링턴의 국내 공연은 처음이다. 하이든 심포니 1번 D장조, 브람스 바이올린 콘체르토 D장조(바이올린:다니엘 호프), 드보르작 교향곡 7번 D장조를 연주한다. 바로크 당시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연주하는 ‘當代의 연주’ 거장이란 평가를 받고 있듯, 이번 연주 역시 그의 원음 해석이 기대된다. 정치용 교수는 “노링턴이 드로브작을 어떻게 연주할 지 기대된다”고 말한다.

#5월 15일 파크콘서트, 16일 예술의 전당_ 이리 벨로흘라베크
벨로흘라베크(Jiri Belohlavek, 1946~)는 50대의 젊은 지휘자이지만,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프라하에서 태어나 프라하 음악원에서 수학했다. 체코의 대표적인 지휘자 알로이스 클리마 등에게 배운 뒤 스톡홀름에서 첼리비다케의 지휘 강의를 들었다. 1971년 베를린에서 열린 카라얀지휘자경연대회에서 수상한 후 세계 음악계에 입문했다. 1990~1992년 체코필하모닉의 수석지휘자를 지냈다. 2006년 7월,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로 임명됐다.

2006년 10월에도 BBC 심포니를 이끌고 내한 공연한 바 있다. 15일에는 스메타나의 오페라 「팔려간 신부」 서곡, 세 개의 춤곡, 그리그의 피아노협주곡 a단조 작품 16,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를 연주한다. 16일에는 티페트의 「코렐리 주제에 의한 판타지아와 콘체르탄테」,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작품 47, 브람스의 교향곡 제4번 e단조 작품98을 선보인다. 음악 칼럼니스트 최은규 씨는 브람스 교향곡 4번을 두고 “이 교향곡을 채색하고 있는 클라리넷과 비올라의 중음역, 첼로와 호른의 저음역이 강조된 무채색의 사운드, 그 사이사이에 간간이 묻어나는 진한 고독감은 브람스 음악의 깊이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5월 29일 예술의 전당_ 파보 예르비
예르비(Paavo Jarvi, 1962~)는 이번 내한 공연 마에스트로 가운데 가장 젊은 지휘자다. 1962년 생, 한국 나이로 48세다. 아버지 네메 예르비의 후광도 있지만, 스스로의 열정과 재능으로 지휘자의 반열에 들어선 인물이다. 영미권과 북유럽, 독일, 프랑스에서 맹활약하는 에스토니아인 지휘자다. LA 필에서 번스타인에게 지휘를 배웠다. 안탈 도라티, 게오르그 숄티, 주빈 메타에게도 지휘를 배웠으며 2001년 신시내티 심포니의 12대 수석지휘자로 취임했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등에서 객원 지휘를 하기도 한다. 소니비엠지 레이블과 베토벤과 말러, 브루크너 관현악곡들을 연차적으로 녹음중이며 온화한 표정과 풍부한 뉘앙스와 섬세한 표현으로 오케스트라의 차원을 높이는 데 출중한 실력을 발휘한다.

파보 예르비가 선보일 곡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다. 한국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가 협연한다. 정치용 교수는 “젊은 나이라 매우 의욕적이다. 따뜻한 마음과 감성을 전달할 것이다. 음악적 템포는 지나치게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감상을 돕는다. 젊은 지휘자가 노련한 피아노의 거장 백건우와 어떻게 조우할 지도 중요한 감상 포인트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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