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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서한 통해 촉발 … “연구중심대학, 학부강의 소홀”
공개서한 통해 촉발 … “연구중심대학, 학부강의 소홀”
  • 김유정 기자
  • 승인 2010.04.05 16:3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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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건공대의 ‘교육과 연구’ 논쟁

크로니클은 최근호에서 베이블 교수가 촉발한 미시건공대 내 ‘교육과 연구’ 논쟁을 비중 있게 실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현재 이 기사에 대한 다양한 독자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출처 : 크로니컬 인터넷 홈페이지 캡쳐

교육과 연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대학은 여전히 고민 중이다. 연구업적 중심의 교수업적평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는 와중에 대학들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시행하는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교육구조 재편성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연구중심대학은 학부생을 교육하기 위해 강의를 우선순위에 둬야할까, 연구를 우선순위에 둬야할까. 이를 두고 미국 미시건공대에서는 몇 달 사이 흥미로운 논쟁이 벌어졌다. “대학에서 학부생 강의를 소홀히 하고 있다”며 한 교수가 대학 측에 공개서한을 보낸 것이 발단이다.

주인공은 마두카 베이블(Madhukar Vable) 미시건공대 기계공학전공 교수다. 미국 고등교육 전문지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에듀케이션은 최근호에서 미시건공대에서 이뤄진 교육과 연구논쟁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베이블 교수는 우리로 말하면 베스트 티처 상을 두 번 수상한 베테랑 교수다. 그런 그가 지난해 10월 자신이 받은 상장을 봉투에 담아 대학 측에 ‘반납’하는 사건을 일으켰다. 봉투 속엔 장문의 편지를 함께 넣었다. 크로니클에 따르면 편지에는 “대학들은 우수한 연구업적을 갖고 싶어 한다. 나는 학부생을 가르치면서 교육에 헌신했지만 불합리한 시스템 속에서 ‘빨판’취급을 당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앞으로도 학자로서의 역할과 교육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미시건공대가 “연구만큼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는 식의 위선을 보고 있을 순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베이블 교수는 1981년부터 이 대학 교수로 재직해 왔다.

대학 측 “좋은 연구는 강의 뒷받침”

크로니클은 베이블 교수의 공개서한이 캠퍼스 안에 커다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고 전했다. 재학생들은 인터넷 공간을 비롯해 다양한 포럼을 열어 토론했고 대학 관계자들은 “좋은 연구는 좋은 강의를 뒷받침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학생 중 일부는 그를 ‘영웅’이라고 표현하면서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반면 베이블 교수에 반대하는 이들은 “공과대라는 연구중심대학 특성상 연구역량이 학부생 교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베이블 교수는 미시건공대 학부생 교육에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교수들이 자신의 연구 시간에는 학생의 질문을 받지 않는다든지, 자격이 부족한 교수가 랩에 쉽게 들어올 수 있다는 점 등이다.
그는 “연구가 학부생 교육에 어떤 식으로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만약 교수가 연구를 강의에 접목할 수 있다면 교육이 한층 신나겠지만, 쉽지 않다”며 “많은 교수들이 랩에서 시간을 보내는 만큼 강의실에서 시간을 보내길 원하지 않는다. 문제점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베이블 교수는 그가 속한 단과대학의 테뉴어·승진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학원생을 지도하는 교수들은 학부생을 지도하는 이들에 비해 더 많은 점수를 얻는다. 학부생을 지도하면 강의당 3점을 받지만, 대학원생은 19점을 받고 다른 의무사항에서도 면제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미시건공대 교수들은 “베이블 교수가 학부생 교육에 헌신했다는 증거와 신용을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학기 그의 강의평가 점수는 4.4~4.8점 사이인데, 캠퍼스 평균 강의평가 점수는 4.0점이다.

학생교육, 연구실이냐 강의실이냐

 
크로니클은 “베이블 교수가 시작한 논쟁은 학생들에게 대학이 등록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함께 불러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학생회는 최근 대학 측에 얼마나 많은 교수들이 연구, 교육 관련 상을 수상했는지,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학생들의 생각도 갈린다. 강의실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많다. 한 학생은 “나는 입학 첫 학기부터 연구조교로 활동했다. 연구조교 활동을 하면서 강의실에서 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부생 시절의 경험이 대학원 진학 여부를 결정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캠퍼스 안에선 여전히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크로니클은 “교수들이 좀 더 학생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강의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 줬으면 한다는 게 양쪽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보도했다.

대학에선 베이블 교수가 촉발한 논쟁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고 있는 분위기다. 맥스 실(Max J. Seel) 학장은 “캠퍼스는 연구분야에 대한 투자를 통해 지적으로 풍성해지고, 학생들은 졸업 후에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베이블 교수는 마치 ‘연구가 교육을 망치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연구중심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운영하면서 학부생 교육을 동시에 훌륭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 학장은 “강의활동을 소홀히 하는 교수들이 있는지, 있다면 누구인지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의평가 점수가 낮은 교수들을 교수학습센터로 보내 일정 시간 동안 교육을 받게 하는 방안도 강화할 예정이다. 그는 “연구와 교육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춰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토론이 대학 구성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미시건공대는 베이블 교수 사건을 계기로 연구실과 강의실에서 이뤄지는 학부생 교육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국 대학 상황도 이와 비슷한 곳이 많은 가운데 어떤 결론을 찾아 나갈지 주목된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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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2010-04-12 17:12:08
안녕하세요. 기사에 대한 관심 감사합니다.

위 기사에 언급된 대학은 Michigan Technological University로 미시건공과대학교, 즉 미시건공대가 맞습니다.

미국 카네기재단의 대학분류 방식에 따르면 미시건공대는 RU/H(Research Universities, high research activity)로, 연구중심대학이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육 2010-04-09 14:24:06
영문을 보니 "미시간 테크놀로지컬 유니버시티"이군요. 흔히 연구중심으로 알려진 유니버시티 오브 미시간, 앤 아버나 미시간 주립 대학이 아닙니다. 저 대학을 연구중심으로 할 수 있을까요? 주의해서 기사를 쓰셔야 할 듯... (또한 의견에 왜 영문입력을 못하게 해 놓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