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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교수 생활기 29. ] 영어강의가 교육목표 달성에 도움될 수 있다면
[나의 미국교수 생활기 29. ] 영어강의가 교육목표 달성에 도움될 수 있다면
  •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 승인 2010.03.2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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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처음 교수신문에 이 칼럼을 연재할 기회가 주어졌을때부터 한국 대학가의 영어강의에 대한 의견을 한번 개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영어강의를 주제로 글을 한번 써보려고 하면 의례 따라오는 몇가지 망설임때문에 번번히 다른 소재를 택하곤 했다.

한국에서 앞다투어 영어강의를 확대하는 추세중에 대학들이 신규 교수를 임용할때 너도나도 영어권 국가에서 학위를 하고 또 그나라에서 조교수 생활을 좀 하다온 지원자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더 거세지는 바람에 그에 대한 반발도 있다고 들었다. 그러니 어쩌면 나역시 이해당사자의 한사람인지라 관련된 얘기를 꺼내기가 괜히 꺼려졌었다. 여러해 미국에서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지만 여전히 모자란 영어문제로 항상 골머리를 앓고있는 처지를 생각하면 더욱이 영어강의 문제를 거론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하지만 며칠전에도 한국 신문에 교수도 학생들도 영어강의때문에 몸살이라는 기사를 보고, 그래도 한번 의견을 밝혀보고자 마음 먹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적으론 영어강의의 확대가 과연 올바른 방향인가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론 세계화 시대에 영어 소통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누구보다고 뼈저리게 느끼면서 살아왔다. 미국에 유학온 한국학생들중에 가장 영어가 잘 안된다는 “서른이 넘은 성문 종합영어 세대로 경상도 출신의 남자” 중의 하나이다보니 영어문제로 겪은 어려움은 겉으론 웃으면서 말하지만 속으론 피눈물에 다름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영어만 좀더 수월하게 할수 있다면 학생으로 또 선생으로 내 삶이 두배는 편해질텐데 하는 생각을 항상 했었다. 9년전 미국으로 와서 어느새 영어가 더편해진 딸아이를 보면서 괜히 흐뭇해 하기도 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미국 대학에서 교수가 돼서 영어강의를 ‘밥먹듯이’ 하고있다. 완벽하지 못한 나의 영어 실력이다보니 발음도 이상하고 문법적인 실수도 간혹 하곤하지만 학생들의 영어실력은 ‘막강하기’때문에 강의내용을 전달하고 학생들과 토론한다든가 소통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수업을 하는 쪽이나 듣는 쪽 둘다가 영어가 부담스럽다면 영어강의가 강의를 준비하는 교수님들에게 과중한 부담만 가져줄뿐 강의의 내실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되지않고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이 꾸준히 영어에 노출되다보니, 수업을 들을때 힘들어 하던 학생들도 졸업할때 즈음이면 영어 실력 향상이 눈에 띈다는 한국 교수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영어강의 확대의 순기능도 충분히 알 것같다. 하지만 대학에서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해당 학문의 쌓아진 지식과 앞으로의 연구주제들을 새로운 세대에게 전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영어 소통능력이 중요하다 한들, 영어강의가 그런 교육목표의 달성에 도움이 안되다면, 영어강의의 도입, 확대에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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