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들은 어느 정도의 연봉을 받는 게 적당할까. 어떤 이는 “대학 살림을 책임지는 CEO인 만큼 지위에 상응하는 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총장직은 상징성이 강하기 때문에 교수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받아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에듀케이션>은 최근호에서 ‘대학 총장, 연봉을 얼마나 받는 것이 적당할까’를 주제로 고등교육 전문가 의견조사를 시행했다.
<크로니클>에 따르면 미국 공립대 총장 평균연봉은 2008~2009년 43만6천111달러로, 우리 돈으로 5억2천여만원이다. 응답자들은 대체적으로 “총장 연봉을 정확히 제시할 순 없다”고 말하면서도 총장 역할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전했다.

크리스토퍼 뉴필드 캘리포니아대(산타바바라) 교수는 “미국 공립대는 비상할 준비를 해야 한다. 대학들은 사회발전을 이끌어야 하고 더 넓게는 나라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며 “미국 공립대는 당장 자신의 연봉보다 이러한 일에 더욱 신경을 쓰는 총장을 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봉을 따지기에 앞서 대학 교육 발전을 위해 각 대학 총장이 어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또 발휘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스테판 트라텐버그 전 조지워싱턴대 총장은 총장 연봉을 결정하는 다섯 가지 사항에 대해 설명했다. 대학 규모와 구조, 총장의 능력과 전반적 경험, 총장의 추진력과 목표달성 의지, 대학이 주정부 예산에서 얼마나 독립돼 있는지, 기타 경쟁시장에 대한 분석 등이다. 트라텐버그 전 총장은 그러면서 ‘총장 연봉이 갖는 상징성’에 주목한다. 경기가 호황을 누려 교수, 직원 연봉이 올라도 일부는 총장의 연봉 인상을 시기하는 것처럼,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선 총장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급여를 올리지 못 하는 식이다.

“총장들이 너무 많은 연봉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아나냐 로이 캘리포니아대(버클리) 교수는 그러나 총장에게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다. 그는 “총장들은 교수와 직원, 학생들 곁에 다가서야 한다”며 “대학 총장이 예산삭감에 직면한 다른 공립대 총장들과 연합하길 원한다. 또한 지역 커뮤니티컬리지, 학교와 돈독한 관계를 맺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응답자 대다수가 총장 연봉보다 역할론에 무게를 두고 답변한 반면 현실적인 응답도 나왔다.
제임스 웨버 게티스버그컬리지 이사회 의장은 “다른 산업체분야나 경제상황에 비춰볼 때 대학 총장들이 받는 연봉 수준은 적당해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특정 기관이 성공하려면 제대로 된 리더십이 필수적”이라며 “강력하고 능력 있는 총장이 없다면, 그 대학의 평판과 리더십, 구성원들에겐 상당한 타격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인 벅 전 미국 대학교수연합 대표, 고든 윈스턴 윌리엄스컬리지 명예교수는 “총장들은 정년보장을 받은 정교수 평균연봉의 2배 이상 받아선 안 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총장 연봉을 둘러싼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마다 사정이 달라서 평균 연봉에 못 미치는 돈을 받는 총장이 있는 반면 평균치를 비웃듯 높은 연봉을 받는 총장도 많다. 결국 연봉 논란은 총장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는 설명이다.

로저 보웬 전 뉴욕주립대 총장은 “모든 총장들은 기꺼이 대학을 위해 봉사할 준비가 돼 있으며 총장직은 명예로운 자리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자신이 받는 돈에 비해 노력을 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총장도 없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봉사에 대한 대가이지, 총장직 자체에 특권이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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