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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학술] 세계의 고등교육 개혁 현황과 이슈
[해외학술] 세계의 고등교육 개혁 현황과 이슈
  • 박소연 객원기자
  • 승인 2002.04.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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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18 09:53:07
 ◇ 정부의 국립대 고용 간섭에 반대해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
고등교육의 위기에 대한 우려와 이에 뒤따르는 진통이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닌 듯 싶다. 최근 호주, 스페인, 독일 등 각국 정부에서 제시한 대학교육의 개혁관련 시도들이 해당 국가 내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호주 '빈익빈 부익부' 대학지원책 말썽

대학 교육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볼 때, 가장 큰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곳은 호주이다. 호주는 지난 11월 자유당의 재집권 이후 과학 담당 부서를 산업부에서 교육부로 이전한 바 있는데, 이 새로운 내각에서 교육 및 과학부의 수장을 맡은 인물이 바로 과학 정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브렌든 넬슨. 넬슨은 현재 호주 대학들이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빨라야 내년 5월에 새 정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며, 개혁 없이는 지속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그는 최근에 이루어진 대학 부총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재정적인 지원이 녹록치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부총장들은 작년에 하워드 총리 집권 후 삭감된 예산에 대한 보상으로 10억 호주 달러의 추가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앞으로 5년간 29억 호주 달러를 포함한 개혁 패키지를 마련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1억6천만 호주 달러만을 배정했다. 또한 넬슨 장관은 대학 개혁 패키지를 마련하는 것을 도울 컨설팅 패널을 즉시 구성하여 올해 안에 개혁안을 내각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개혁 작업이 잘 진행되는 경우 2003년 5월 예산안에 추가 예산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넬슨은 지금까지 평가 작업에 비추어, 호주 대학들은 거의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으며 이 문제점과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이미 확인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새로운 패널은 평가 작업을 다시 하는 대신 대학에 변화가 필요한 부분들을 제안하는 일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넬슨이 염두에 두고 있는 호주 대학 개혁의 상은, 1~2개 정도의 세계수준 대학을 육성하기 위해서 현재까지 분산되어있던 자원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는 것. 따라서 형평성과 관련된 문제제기는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 교수임용 '정부친정체제' 논란

한편 스페인에서는, 정부의 정실인사를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교수임용 법안에 대해 대학 당국이 자율권 침해라며 맞서면서 마찰이 크게 일고 있다. 지난 12월 스페인 의회에서 통과된 정부발의 법안에 따르면, 앞으로 스페인의 공립대학 교수 자리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먼저 국가에서 마련한 패널에 의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자, 스페인 대학 총장들은 대학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능력이 뛰어난 교수요원을 선발하는 것을 방해하게 되는 처사라고 비난하며 격렬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총장들의 이러한 반발은 한때 여론의 지지를 받아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법안은 통과되었으며, 법인이 통과되기 전인 지난 가을 3주 동안에 48개 국립대학에서 4600명의 신임교수 임용공고를 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학 측도 여론의 비판을 면치 못하게되었다. 이 신임교수 채용규모는 연간 임용 인원의 두 배에 달하며 모두 구 법안을 따라 임용된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대학이 새로운 법의 적용을 받기 전에 많은 교수를 채용함으로써 앞으로 학위를 받을 젊은 연구자들의 진로를 막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는 점이 지적된 것이다. 스페인 정부의 개혁안은 교수 임용에서 대학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다. 과거에는 대학에서 임명한 두 사람을 포함한 다섯 명의 심사위원이 교수 임용을 결정하게 되어있었기 때문에, 연고에 의해 임용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던 것. 그러나 새로운 법안에 따르면 새로 설립되는 기관이 먼저 지원자들 가운데서 일차 심사를 진행하고, 여기에서 통과된 사람들은 국가에서 구성한 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된다. 이 위원회는 최종 선발된 후보자들을 대학에 제시하게 된다. 이 법안은 물론 가장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선발하는 기능을 할 가능성도 있지만 대학의 가장 기본적인 권한인 인사권을 박탈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독일 학위·교수직 치득 연한 제한 시비

학술부 장관의 사퇴문제까지 거론되게 했던 독일의 대학개혁 법안은, 정부의 원안이 여론에 밀려 일부 수정을 겪게 되었다. 지난 2월 23일 발효된 독일 대학의 고용관련 개혁법안은, 젊은 연구자들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무한정 자리를 기다리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박사학위를 6년 이내에 따게 하는 것과, 대학 내에서 영구직을 얻는 것도 학위 취득 후 6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에 독일 학술연구 기금(DFG), 독일 대학 학장 및 총장 협의회(HRK) 등 독일의 주요 학술 기관들은 전반적인 개혁의 취지에 대해서는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도, 현재의 학생들이 충분히 훈련받지 못한 상태에서 학위를 마치게 될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했다. 학생들과 대학 교수들도 빌레펠트대학 등에서 법안 개정을 위한 시위를 벌였으며, 일부는 학술부장관인 에델가르트 불만의 사임을 요구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결국 지난 3월 22일 불만 장관은, 개혁법안을 수정하여 현재 시스템에 속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2005년 2월까지 시행을 연기하고 젊은 연구자들이 훈련받을 수 있는 기간을 연장시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장관 사임을 둘러싼 갈등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이언스지는 이번 개정안 역시 여전히 문제거리를 남겨놓고 있다고 보도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박사학위와 하빌리타치온(정규적인 박사후과정)을 마치고도 12년 이내에(의학도들의 경우 15년) 정식 교수직을 얻지 못한 연구자는 독일의 일반적인 고용법을 따르는 임시계약에 의해 고용되어야 하는데, 복잡한 임용과 해고 절차 등이 대학 당국자들로 하여금 이들의 고용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개정안이 앞으로 어떠한 수정을 거치게 되든지 간에, 당분간 독일의 젊은 연구자들은 그 향방을 주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박소연 객원기자 shanti@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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