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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금 요구 거세질듯 … 대학 모르쇠에 속 타는 교수들
보상금 요구 거세질듯 … 대학 모르쇠에 속 타는 교수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0.03.15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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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저작권법’ 적용되면

“영화강의를 할 때 디브이디 같은 경우는 개인적으로 산 것을 쓰는데, 대개는 인터넷에서 내려받아요. 저작권 문제를 생각하면 쓰고 싶지 않은데…” 서울지역 ㅅ대에서 교양과목을 가르치는 ㅇ교수는 영화를 활용한 강의의 힘을 믿고 ‘영화강의’를 수년째 해오고 있지만 ‘저작권’ 탓에 늘 개운치 않다. 과제나 시험에 쓸 요량으로 온라인 수업게시판에 영화 파일을 올려놓고 싶어도 엄두를 못 낸다. 저작권 분쟁에 휘말릴까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영화강의를 준비할 때마다 ㅇ교수는 혼잣말로 ‘저작권 동의’를 구한다. ‘교육용이니 좀 봐줘요.’

지난해 7월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되면서 영화강의는 한층 더 위축되는 분위기다. 저작권 소송은 건 당 최소 수백에서 수천만원을 각오해야한다. 교수들은 굳이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영화강의’를 고집하고 싶지 않을 뿐더러 이제는 ‘학생들의 입’(?)까지 믿지 못하는 게 속사정이다. 그러나 교수들은 “요즘 학생들은 시청각 세대다보니 텍스트를 영상물로 ‘보여주면’ 훨씬 이해가 빠르다. 금방 대답이 돌아온다”며 아쉬움을 드러낸다. 올해부터 영화강의를 타깃으로 하는 저작권법이 전면 대학에 적용될 텐데 대학은 영화강의지원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보상금’ 지급 않으면 ‘1초’라도 위법
영화강의가 망설여진다면 저작재산권의 제한 규정을 담은 저작권법 제25조 ‘학교교육 목적 등에의 이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제25조 2항과 3항에 따르면 “교육지원기관은 수업 또는 지원 목적이면 저작물의 일부분을 복제·배포·공연·방송·전송할 수 있다. 부득이한 경우 저작물의 전부를 이용할 수도 있다”(개정 2009년 4월 22일) ㅇ교수의 불안감을 씻어주는 이른바 ‘교육용’에 관한 조항이다.


그러나 단서가 따른다. 제25조 4항, '보상금 지급'이다. 교수들은 저작재산권자에게 공연(영화 상영)에 합당한 ‘보상금’을 지급해야한다. 이용허락은 받지 않아도 되고 ‘일단 쓰고 난 후’ 소정의 보상금을 저작권자에게 지급하면 된다. 이때, 문화부가 지정한 저작권 신탁관리단체인 (사)한국복사전송권협회(이하 전송권협회)에 문의하면 ‘교육목적 보상금’의 복잡한 절차를 대리해준다. 지난해 개정된 저작권법안에 따르면 교육기관에서 수업목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하면, 저작권 이용료를 개별 저작권자에게 지급해선 안 되고, 전송권협회에 내도록 했다.


현행 저작권법은 보상금 지급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교육용(보조적·예시적 용도, 소량 사용, 출처 밝히기 등) 여부와 관계없이 상영시간이 ‘1초’라도 모두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한다. 학내 도서관에서 대여한 영화 DVD라도 영화강의에 활용하려면 보상금제를 통해야 한다.


그렇다면 영화강의를 불법으로 내려받아 상영하는 행위에는 어떤 법리적 해석이 가능할까. 이대희 고려대 교수(법학·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는 “강의시간에 영화를 상영하는 행위 자체는 저작권법상 ‘공연’에 해당한다. 불법 다운로드를 받든 정품 DVD를 쓰든 구매(복제권 침해 여부)와 상영(‘교육목적상 공연’)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그러나 “실제로 교육용 저작권법상에서 꼭 정품을 써야하느냐 아니냐는 대법원 판례가 아직 없어서 법 해석상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값싸게 구입한 영화 DVD일지라도 저작권자에게 상영허락을 받는다면 ‘공연’에 관한 저작권법에는 문제가 없지만, 복제권 침해는 온전히 소비자의 책임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 민원팀은 “구매 자체에 대한 책임은 소비자가 부담해야한다. 홀로그램 표시 등을 통해 정품 여부를 꼼꼼이 확인하라”고 말했다.

최근 교수들이 자신의 수업 내용을 책으로 엮어내는 경우가 많은데 무심코 영화 포스터나 캡쳐화면을 도용했다가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있다. 보상금은 ‘공연’(영화 상영)에 대한 저작권 이용료를 지급한 것일 뿐이다. 다운로드와 같은 구매, 온라인 수업 커뮤니티 업로드, 교과용 도서에 첨부하는 영화 장면(캡쳐) 등은 별도로 저작권자에게 이용허락을 구하거나 그에 따른 보상금을 재협의해야 한다.

교육 저작권 문제, 대학의 결정은?
전송권협회는 “교육목적 보상금은 일반적인 저작권 이용료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문화부가 고시하기로 한 보상금 기준 등이 대교협과 협의가 미뤄지면서 답보상태다. 심지어 문화부는 상영시간 및 횟수, 장면, 학생 수, 시험문제 활용 등 대학의 저작권 문제가 예정대로 풀리지 않자 ‘불안하면 일단 전송권협회의 보상금제도를 활용하라’고 떠넘기고 있다. 문화부와 전송권협회는 대학 교육에서 비롯되는 저작권 신탁관리를 대교협에서 맡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전송권협회는 “원칙적으로 보상금 지급의무는 교수 개인이 아닌 교육기관(학교법인 등)에 있다”고 강조하지만, 대학은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보상금 기준안 등을 담은 문화부 고시가 미뤄지고, 대학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애먼 교수들의 속만 타는 형국이다.

연세대 도서관에는 한달 평균 20여명의 교수들이 영화 DVD를 빌려간다. 영화 속에 담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용도 외에도 어학교육에서 많이 활용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교수들도 도서관 영화 DVD코너를 자주 찾는다. 영화가 주는 교육적 효과를 간과할 수 없는 만큼 저작권 이용에 관한 인식의 변화도 필요한 시점에 다다랐다. 그런데 법과 윤리, 현실 사이의 난제 앞에 대학은 결정을 미루고 있다. 영화를 상영하는 20~30분, 교수의 강의실은 대학 울타리를 벗어난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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