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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수상] 경제학적 예측의 허구성
[독서수상] 경제학적 예측의 허구성
  • 교수신문
  • 승인 2002.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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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22 13:47:59
안석교 / 한양대 ·경제학

1964년 10월 먼 옛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나, 한 저명한 여류경제학자의 눈에 투영된 북한 경제의 모습은 오늘의 현실과 비교할 때 하늘과 땅의 차이를 보여준다. 그 단편적 내용은 이러하다. "평양은 슬럼이 없는 도시가 되었다. ... 북한의 양곡 생산량은 5백만톤에 달하여 천2백만 인민의 자족을 가능케 하고도 남아 수출을 하고 있다. ...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장제도는 완벽하다. 의료 서비스는 무료이며 빈곤 없는 국가가 실현되었다. ... 세계 대전 이후 어느 국가에서 나타난 경제적 기적도 북한의 성과에 견줄 수 없다. 이러한 성과가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는가?"
필자는 북한의 선전기구가 아닌 외부의 「학자」에 의해 이처럼 북한 경제의 미래가 오도된 사례를 발견하기 어렵다. 물론 북한 사회에 대한 외부의 긍정적 평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령 최근에 사망한 독일의 작가 루이제 린저가 그 한 예다. 그러나 국제적 명망을 누리고 있던 사회과학도 로빈슨 여사의 경우처럼 철저한 낙관적 시각으로 북한 경제의 실제와 미래를 조망한 사례를 발견하기 어렵다. 로빈슨 여사는 한국의 자본주의 경제에 대해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가 갖고 있는 우위에 대해 부동(不動)의 신념을 갖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로빈슨 여사는 만약 자유주의 신봉자들이 한국의 주민들에게 북한의 경제적 성과를 분명히 전달할 수 있다면, 그리고 "북한의 발전이 지속되고 한국이 정체되어감에 따라 조만간 (한국 사회에 드리워진) 거짓의 장막은 찢겨질 것이다"는 예견으로 글을 마무리짓고 있다. 북한 기행의 저자 J. 로빈슨(Joan Robinson, Collected Economic Papers Vol. III, Basil 'Blackwell' Oxford) 여사는 불완전 경쟁이론을 개발하고,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좌파케인즈 이론에 접목시킨 20세기 영국의 대표적 경제학자 중 하나다. 북한 경제의 기적적 성과에 관한 이 글은 한편으로 사회과학의 여왕으로 군림해 온 경제학이 미래에 대한 예측능력에 있어 갖고 있는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로빈슨 여사가 오늘의 북한 사회를 진단하게 된다면 이상과 같은 예측의 허구성, 북한 경제의 철저한 몰락에 대해 어떠한 정당화의 논거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탁월한 이론적 분석능력이 미래의 사회경제적 모습을 예단하는 데 있어 얼마나 무력한 것인가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은 학문과 학자의 「겸손」, 그리고 「진리의 상대성」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반성하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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