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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평가·학과평가로 확대 … 교육효과 의문에도 일단 ‘GO’
업적평가·학과평가로 확대 … 교육효과 의문에도 일단 ‘GO’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0.03.15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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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강의 인센티브 얼마일까

대학은 최근 신임교수 임용에서 영어강의를 기본 역량으로 평가하고, 재직하고 있는 교수들에게도 영어강의를 독려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교육역량강화사업 평가와 다음달 2일 신청을 마감하는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지원사업’ 등을 통해 영어강의를 강조하고 나섰다. 대학가는 지금, 영어강의의 교육적 효과를 돌아볼 새도 없이 ‘영어강의 실적 챙기기’에 바쁜 새학기를 보내고 있다.

영어강의 실효성 논란이 교수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지난해, 대학들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영어강의를 운영했을까. 또 영어강의를 독려하려고 대학이 내세우고 있는 지원책은 무엇일까. 전국 7개 권역별(국립대 5곳, 사립대 4곳) ‘영어강의 인센티브’를 △강의지원비 △교육영역업적평가 △신임교수 의무강의 △학과별 할당제 등을 통해 살펴봤다.

강원대= 조사대상 대학 가운데 영어강의 개설 강의 수가 가장 적었던 강원대는 영어강의 확대를 위해 올해부터 강의개발비를 두 배로 올린다. 기존에는 학점당 15만원, 주당 3시간 초과 시에는 그 절반인 7만5천원이었다. 올해부터는 학점당 30만원으로, 3학점 1강좌를 영어강의하면 인센티브 90만원을 받는다. 성과급과 교수업적평가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 중이다. 한편 시스템면역학과(신설)는 외국인 교수 4명을 신규충원하고 학부 전과정을 영어로 강의할 계획이다.

경희대(국제)= 올해 최대 역점 교육사업은 ‘글로벌 스튜디오 네트워크(GSN)’다. 뉴욕, 도쿄, 파리 등지에 온라인 강의 스튜디오를 설치해 해외석학들의 온라인 강의를 전송하고, 화상강의를 실시간으로 연결하기도 한다. 교환학생들이 스튜디오를 찾아 공부할 수 있도록 현지에 강의실도 마련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석학과 GSN을 연동해 강의하면 영어강의 인센티브 120만원에 보조금 30만원을 추가지급한다. 신임교수가 맡아야 할 영어강의는 2년 동안 학기당 1강좌다.

고려대(안암)= 전체 2천444개 강좌 중 936개 강좌(38.3%, 실험·실습 제외)로, 조사대상 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영어강의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난 고려대는 초과강의료를 지급할 뿐 별도의 인센티브는 없다. 초과강의료는 전임교원의 경우 시간당 1만5천700원, 비전임교원은 2만5천300원이 추가된다. 다만 2003년 2학기 이후 임용된 신임교수는 최초 임용 3년 간 전강의를 영어로 진행해야한다.

동아대= 지난해 2학기부터 ‘전공교과 영어강의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인센티브는 학점당 50만원이다. 동일교과목을 분반하면 분반별로 50만원이 추가된다. 예컨대 영어강의로 3학점짜리 전공과목을 개설한 교수가 정원초과 등을 이유로 2개 분반을 모두 맡으면 인센티브는 200만원이 된다. 인센티브 상한선은 학기당 최대 500만원이다. 지난해 1학기까지 영어강의 인센티브는 ‘과목당 100만원, 학기당 최대 300만원’ 수준이었지만 영어강의 활성화를 위해 ‘학점당 50만원, 학기당 최대 500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올해부터 영어강의를 업적평가에 반영한다. 교육영역업적평가 총점 1천600점 가운데 영어강의 개설 시 학점당 10점의 가산점이 주어지고 연간 최대 100점까지 인정된다.

전공별로 비율 매겨 할당하기도

부산대= 재작년 1학기, 영어강의 인센티브를 처음 시행했다. ‘전과목 200만원’, 일률 적용으로 시행하던 영어강의 인센티브를 지난해부터 차등지급으로 바꿨다. 3학점 200만원, 2학점 150만원, 2학점 미만 100만원(팀티칭 1.5학점 포함)이다. 난립하는 ‘무늬만 영어강의’를 막기 위해 학생들의 강의평가 결과를 활용한다. 강의에서 영어 비율이 50% 미만이면 인센티브는 전액 철회된다.

서울대= 지난해 2학기 개설된 총 6천340개 강의 중 138개, 2.2%를 영어강의로 개설한 서울대는 강의개발비 200만원과 강의지원수당 3만5천원(시간당)을 추가로 지급한다. 강의개발비는 첫 강의개설 시 1회에 한해 주어지고 같은 과목으로 다음 학기에 개설될 때는 지급하지 않는다. 공동강의 교과목을 영어강의로 진행하면 강의개발비와 더불어 책임시간 감면 등의 이점이 있다.

성균관대= 지난 2008년까지 ‘강좌당 80만원(강좌 갱신 40만원)’으로 원어강의지원금을 운영해오던 성균관대는 지난해 1학기부터 ‘학점당 40만원’으로 소폭 증액했다. 2007년 이후 임용된 신임교수는 연차별로 연간 영어강의 책임학점이 늘어난다. 신임 1년차 3학점, 2년차 6학점, 3년차 이상 9학점이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영어강의를 강조해왔고,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 와 있다는 분위기에 따라 인센티브를 점차 줄여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에게 지급하는 강의지원금은 줄여나가지만 앞으로 개설될 영어강의 수는 큰 변동이 없을 듯하다. 지난해부터 전공별로 ‘국제화강의 의무개설 비율’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성균관대는 전공 특성과 영어 활용의 인접성을 고려, 강의 개설 시 영어강의 비율에 하한선을 제시했다. 글로벌경영(경제)학·반도체시스템공학전공은 전체 강의를 영어강의로 개설한다. 학부대학·어문학과(문과대학)·교육과정공동운영 관련 전공 등은 50% 이상, 나머지 학과·전공은 영어강의를 30% 이상 개설해야한다. 지난해 2학기, 성균관대는 전체 2천292개 강의 가운데 667개(29.1%) 강의를 영어강의로 진행했다.

전남대= 지난해부터 수강인원 20명 이상을 기준으로 3시간 150만원, 2시간 105만원, 1시간 75만원을 영어강의 인센티브로 지급한다. 교육영역업적평가에도 반영한다. 교육영역은 총점에 상한선이 없지만 학기당 1과목만 평가해 5점의 가점을 준다. 교육영역업적평가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학과평가에서도 가산점으로 작용한다.

영어강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전공과목 영어강의를 연동시켜 ‘꾸러미’를 만드는 ‘외국어강의 꾸러미 지원’도 눈여겨 볼만하다. 팀당 지원금은 250만원이다. 박구용 전남대 교무부처장(철학과)에 따르면 “전공수업 간 영어강의의 일관성을 높이고, 외국인 학생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강의효과 의문” 난감한 대학들
영어강의 인센티브를 줄여가는 대학도 있다. 한동대는 학점당 가중치를 1.5배로 계상해 초과강의에만 적용한다. 최근 영어전용캠퍼스를 선언한 포스텍은 2007년까지 강좌당 100만원을 지급하던 인센티브를 지난해부터 완전히 폐지했다. 영어강의 인센티브를 축소하는 배경에 대해 대학 관계자는 “영어강의가 이제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소규모대학들도 영어강의 인센티브제를 확대하고 있지만 고민이 깊다. 정영길 건양대 기획처장(신경해부학)은 “특별지원금으로 강좌당 100만원의 인센티브를 주긴 하지만 학생들의 평균적인 학습능력을 고려했을 때 영어강의 확대의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 강원대 교무처장(사회학과)도 “영어를 강조하는 추세라 영어강의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외국인 교수를 임용했지만 강의효과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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