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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하지(?) 않은 이공계 학자가 되기 위한 방법
무례하지(?) 않은 이공계 학자가 되기 위한 방법
  • 김유정 기자
  • 승인 2010.03.08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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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를 위한 아카데미 에티켓

‘깐깐하고 다소 거만한, 자신의 의견과 배치될 경우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모습’이 교수가 가진 이미지 중 하나다. 특히 이공계 교수는 사회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물론 아닌 이들이 더 많지만 때때로 이러한 모습은 학생들에게 상처를 입힌다.

미국 연구중심 대학에서 물리학 교수로 재직 중인 한 여교수는 수년간 필명으로 블로그(http://science-professor.blogspot.com)를 운영하면서 이공계 교수를 비롯해 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이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과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노하우에 대한 글을 연재했다. 미 고등교육 전문지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은 최근 커리어 특집판에 여교수의 글을 실었다. 국내 교수임용 지원자들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된다는 판단에 따라 일부를 번역해 싣는다.

몇 가지 이유로 이공계 학자들은 일반 대중보다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우리는 이러한 모습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알 필요가 있다.

학자들은 특히 연구할 때 공격적으로 변한다. 이른바 마이너 그룹, 예를 들어 물리학과 엔지니어링, 수학분야 여성학자들에 대한 공격적 성향은 더욱 심해진다. 나는 수년간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학자들이 서로에게 무례해 질만한 몇 가지 순간과 대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사례를 모아 번호를 붙여 정리한 결과를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누군가에겐 이 팁이 보다 유용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모든 사례는 필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하고 있다.

1. 인터뷰에 응할 때 : 대학에서 이뤄지는 각종 인터뷰에 응할 때 일관성 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 인터뷰어가 서로 다른 직급,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만약 당신이 여성 조교수에게 “나는 연구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가르치는 데 흥미가 없다. 당신은 얼마나 많은 연구비를 받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시니어 남자 교수에게 “교육은 나에게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라고 말 했다면, 언젠가 당신의 언행 불일치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2. 인터뷰에 응할 때 : 재임용이나 승진심사 인터뷰, 혹은 인사위원회 모임에 참석할 때 유의해야할 것이 있다. 인터뷰어 중 한 사람이 평소 당신과 가족처럼 지내거나 격의 없이 어울린다고 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를 와락 껴안으며 반가움을 표시하거나 격의 없이 불렀던 ‘귀여운 닉네임’을 외치는 것은 큰 실례다. 

3. 임용 후보자를 인터뷰할 때 : 공식적이지 않거나 비윤리적인 질문을 삼가라. 당신이 인터뷰하고 있는 사람이 나중에 동료교수가 된다고 상상한다면 격식을 갖출 수밖에 없다. 특히 학장, 학과장 등 임용 권한이 있는 이들은 후보자에 대한 주변의 평가-특히 정년보장 심사에서 탈락한 교수-를 미리 듣고 인터뷰를 진행하지 말아야 한다.

4. 교수 지원자들에게 : 누군가 당신을 위해 추천서를 써주겠다고 하면 그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마감시간을 정확히 알려줄 것. 나중에 임용여부에 대한 결과가 나오면 추천서를 써준 이에게도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 좋다.

5. 연구성과를 출판하는 학자를 위해 : 리뷰를 제출하기 전에 연구에 참여한 동료 학자가 있다면 출판 과정을 모두 알려야 한다. 동료 학자의 의견이 들어간 부분은 반드시 그의 이름을 명시해야 하는데, 이는 단순한 에티켓이 아닌 출판윤리 문제다. 공저자와도 충분히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그러나 공저자라고 하기엔 기여도가 ‘눈치 채지 못 할 정도’로 미미한데도 이름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우기지 말자.

6. 책의 독자에게 : “이 책은 여성 학자가 쓴 것보다 더 놀랍다”고 확신하지 말라. 여성 학자가 썼는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은데도 “이렇게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출판하는 것을 보니, 저자는 틀림없이 남자일 것”이라는 식의 코멘트도 문제다.

 
7. 연구 성과를 평가하는 사람에게 : 리뷰 할 때 저자의 글에서 틀린 부분이 있거나 정확하지 않더라도, 혹은 연구에 사용한 데이터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예전에 그가 당신의 연구 성과를 공격한 적이 있더라도 최대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리뷰를 쓰길 바란다. 

8. 기조 연설자를 소개할 때 : 연설자에게 소개 내용에 대한 의견을 먼저 묻는 게 낫다. 마음대로 얘기하라는 사람도 있지만 연구성과나 저서, 공로 등 특정내용이 언급되길 원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자신이 어떤 식으로 소개되는지 알기를 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9. 학생들과 연구를 함께하는 교수에게 : 연구실에서 박사후과정생이나 학부생을 해고했다고 자랑하는 것은 좋지 않다. 해고 사실을 비밀로 간직할 필요도 없지만 자신의 깐깐한(?) 성격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지 말 것을 권한다.

10. 대학 구성원 모두, 특히 학생에게 : 그가 ‘진짜’(전임교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 교수인지 묻지 말라.

정리=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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