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03:50 (목)
“‘학진 시스템’, 學의 세계를 국가화된 하나의 틀 속에 밀어넣어”
“‘학진 시스템’, 學의 세계를 국가화된 하나의 틀 속에 밀어넣어”
  • 우주영 기자
  • 승인 2010.03.08 1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세대-동경대 UTLP 국제 워크숍에서 국가주도 평가제도 문제점 지적

이른바 ‘학진 시스템’이라 불리는 국가 주도의 지식생산체제를 강도 높게 비판한 논문이 발표됐다.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국문학)는 지난 3일 연세대 학술정보원에서 열린 ‘제3차 연세대 국학연구원-동경대UTCP 국제 워크숍’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비평의 위기를 진단하는 제3세션의 발제자로 나선 천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전 학술진흥재단)의 각종 연구지원제도와 학술지 논문 게재, 평가 제도를 ‘학진 시스템’이라 통칭한 후, 이로 인해 모든 학자의 연구가 평균화돼 한국의 지식생산 구조를 위협해온 과정을 규명했다.

천 교수는 “대학 간 서열경쟁은 전체 한국사회의 계급재생산에 총체적으로 연동돼 있고, 지배동맹 전체의 관심사”라고 주장한다. 언론이 “대학서열이야말로 지배의 핵심 구조임을 뒤늦게 발견하고, 대학서열에 관련된 경쟁에 개입”하고 나서자 연구자들의 경쟁은 더욱 부추겨지기 시작한다. 대학 입장에서 연구자들의 논문 편수를 늘리는 것만큼 적은 비용으로 평가 요소 점수를 확보하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대학이 논문 편수와 승진과 포상을 연계시키는 이유다. 천 교수는 학진 시스템이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며, “學의 세계를 평균화쪾전일화·국가화하며, 모든 학자와 연구를 거대한 하나의 창구, 하나의 틀 속에 밀어 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의 평가제도가 갖는 문제점은 니시야마 유지 도쿄대 연구원의 ‘대학에서의 비평과 평가’에서도 제기된 문제였다. 니시야마 교수는 “민주적인 평가가 작용하면 할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간접적인 형태로 검열, 금지가 연구·교육에 판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사회의 동의를 촉구했다.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