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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인센티브 ‘1천만원 시대’ … 숨가쁜 대학교육
강의 인센티브 ‘1천만원 시대’ … 숨가쁜 대학교육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0.03.08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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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력 겨루기 시작됐다

“강의력을 키워라!”
대학에 특명이 떨어졌다. ‘강의 인센티브’로 교수들의 이목을 끄는 대학이 늘고 있다. 전국 9개 대학(수도권 3곳, 지역 6곳)의 강의지원제도를 조사했다.

 

전남대 교수법연구모임 ‘더나가’에서 조홍중 교수(왼쪽위)를 비롯, ‘산소회(O₂)’교수들이 강의평가 모형을 개발 중이다. 사진제공: 전남대 교수학습지원센터


우선 기존에 일률적으로 지급해오던 ‘교육지원성과급’을 인센티브로 돌리고, 차등지급하는 추세다. 강원대, 전남대 등이다.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는 건양대는 강의평가 결과를 성과급과 연계시켜 0원~1천만원 범위의 차등폭을 만들었다. 강의 관련 인센티브 차등폭이 최대 수천만원에 달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물론 연구논문 한두 편에 부가되는 인센티브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대학들이 최근 강의지원금을 부쩍 올리고 있는 추세는 뚜렷하다.

이론수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인센티브를 시행해 온 부산대는 2008년 ‘강의개발연구 장려금제도’, 2009년 ‘교양과목담당 인센티브’, ‘우수강의 교수상’ 등 해마다 강의 인센티브를 하나씩 늘리고 있다. 영어강의 인센티브까지 더해지면 강의 인센티브가 학기당 최대 500~600만원에 달한다. 성균관대는 지난 2004년 ‘영역별 평가제’를 도입해 일찌감치 교육영역을 연구와 일정정도 떨어뜨려 놓고, 200~300만원의 ‘교육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대표적인 강의 인센티브인 ‘강의우수교원(베스트 티처)’ 시상도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 4회째를 맞는 포스텍의 ‘포스테키언상’은 교육(1명), 연구(2명), 봉사(1명)영역에서 최우수자를 선정한다. 인센티브는 각 500만원이다. ‘교육우수 교수상’으로 매년 총 5명에게만 수여해 온 전남대는 올해 ‘우수’ 부문을 신설, 60명을 추가 선발하고 예산도 6천만원 이상 늘렸다. 대신 강의평가에서 3.5점 미만을 받은 교수를 성과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경희대는 지난해 ‘목련상’을 신설하고 교육·연구·사회적실천 세 영역별 최고 업적을 낸 교수를 시상했다. 연구영역은 내정자를 찾지 못했지만 교육영역에서 1명이 영예를 안았다.

강의 인센티브 바람이 비전임교원에게까지 뻗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도 만만찮다. 조사대상 대학 가운데 경희대, 부산대, 성균관대 등 대규모 대학에서는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비전임교원에게 시상하지 않았다. 시간강사를 비롯, 비전임 우수교원 시상의 경우 성균관대는 학부(과)에서 자체 선발·시상했다. 경희대는 단과대학별 ‘우수 시간강사’ 인센티브(50만원)를 지난해부터 중단하는 대신 전임교원에게 주는 ‘강의우수 교수상’을 올해 신설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전임·비전임 구분없이 동등한 ‘강의경쟁’을 독려하는 대학이 눈길을 끈다. 지난 2005년부터 ‘우수 수업상’을 시상한 강원대다. ‘우수 학업상’은 학생들의 목소리(강의평가)에 평가비중을 많이 두는데, 실제로 지난해 교양부문 최우수상에 시간강사가 선정되기도 했다.

대학가에는 강의 인센티브가 다채로워지는 추세를 반기는 목소리와 “연구역량면에서 교수들의 누적된 피로감을 무시한 채 유행처럼 교육을 강조하다간 자칫 무한경쟁의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박구용 전남대 교무부처장(철학과)은 “인센티브가 교육의 질과 직결된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도 “다양한 강의지원제도를 통해 ‘학생들과 새로운 관계 설정을 해야한다’는 점에서 교수사회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일은 일단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정영길 건양대 기획처장(신경해부학)도 “인센티브제는 교수 개개인이 ‘잘 하는 부분’이 다르니 최소한 제도적으로는 열어주겠다는 것이고 선순환 구조로 발전될 것”이라고 공감했다. “이번 선도대학지원사업을 계기로 제대로 된 강의를 만들어갈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정 기획처장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 한해, 대학가에 불어닥칠 ‘교육열’은 인센티브 이상의 ‘무엇’으로든 가시화될 듯하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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