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23:25 (수)
“서울·용인·송도 ‘캠퍼스 개발’에 주력 … 100년의 한국외대 설계해 나갈 것”
“서울·용인·송도 ‘캠퍼스 개발’에 주력 … 100년의 한국외대 설계해 나갈 것”
  • 김유정 기자
  • 승인 2010.03.02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 임기 시작한 박철 한국외대 총장

‘연임’에 성공한 박철 한국외대 총장이 지난달 23일 제9대 총장에 취임했다. 한국외대에서 연임 총장은 처음이다.
박 총장은 취임사에서 “100년의 한국외대를 설계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캠퍼스 개발에 무게를 뒀다. 서울과 용인, 송도캠퍼스를 특성에 맞게 키워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2천억원 발전기금 모금 목표도 세웠다.
이와 함께 지식과 인간력을 고루 갖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 외국어와 다른 학문을 융합한 교육 패러다임을 창조해 ‘세계 속의 한국외대’로 위상을 갖춰 나간다는 각오다. 또 다른 도약을 시작한 박 총장을 만났다.

● 일시 : 2010년 2월 18일 오전 10시
● 장소 : 한국외대 총장실
● 대담 : 이영수 교수신문 발행인
● 사진·정리 :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박철 총장의 연임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한국외대 최초의 연임 총장’이란 수식 때문만은 아니다. 총장직선제를 도입한 한국의 대학에서 연임에 성공한 전례가 드물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이른바 ‘오너 총장’도 아니다.

2006년 그가 한국외대 총장에 부임한 뒤 첫 출발부터 녹록치 않았다. 취임 직후 직원노조 장기파업 사태를 맞으면서 박 총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연임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학 발전을 위한 토대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 총장의 처음 4년이 ‘변화’의 시기였다면 앞으로 4년은 ‘발전’의 시기로 삼고 있다. 

그가 그리고 있는 한국외대의 미래는 ‘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인다’는 대학 슬로건으로 표현할 수 있을 듯하다. 박 총장은 인터뷰 내내 “외국어 대학은 국가 생존에 필수다. 국가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외국어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고, 글로벌 품격을 갖춘 젊은이들을 배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외대가 이러한 역할을 하기 위해 캠퍼스를 확충하는 등 외적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교수, 직원, 학생 관련 제도를 강화해 내실을 기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4년 동안 투명성, 순발력, 효율성이라는 세 가지 원칙 하에 나눔의 리더십을 새기겠다”는 다짐과 함께다.

△한국외대에서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총장이 됐다. 연임 소감부터 듣고 싶다.
“지난 4년의 성과가 재신임을 받았다는 점에서 기쁘고 교수, 학생 등 학교 구성원에게 감사한다. 4년 전 총장이 됐을 때는 들뜬 기분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무거운 책임감을 더 느끼고 있다.”

△연임 총장으로 새 임기를 시작하는 포부가 남다를 텐데.
“21세기는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대학이나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외대 비전위원회’를 새롭게 발족해 앞으로 4년간 외대가 가야 할 큰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이 위원회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바꾸고 개혁할 생각이다.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학과를 만들고, 단과대학 벽을 깨고 이종학문을 함께 연구하는 학제 간 융합연구도 시도할 것이다.”

△지난 4년간 이룬 성과 중 가장 보람 있는 일을 꼽는다면 무엇인가.
“가장 보람 있고 그만큼 몰두한 일은 ‘로스쿨’이다. 법과대학 교수님들이 하나로 단합해 국제지역 전문법조인을 만든다는 생각에 따라 움직였다. 우리나라가 국제화를 추구하면서 G20도 개최하고 UN 사무총장도 나오지 않나. 이제 법조인 중에서도 세계로 나가서 활동할 수 있는 인재들이 나와야 한다. 땀이 혈통을 만든다는 말처럼 교수님들이 땀을 흘려 성과를 이뤘다.”

△대학운영에서는 어디에 중점을 둘 계획인가. 
“우선 외형적으로는 캠퍼스 개발이 있다. 서울캠퍼스에는 지하캠퍼스가 들어서고 경영관을 건립한다. 용인캠퍼스에는 제2기숙사와 영어마을이 들어서고 올해 안에 신본관을 착공한다. 인천 송도캠퍼스도 부지를 확정했다. 송도캠퍼스에는 통번역센터와 국제비즈니스센터, 한국어문화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또한 기숙사를 만들어서 통번역서비스와 한국어교육을 지원하고 국제회의장을 만들어 글로벌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운영할 것이다. 그동안 진행해 왔던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한국외대의 입지를 더욱 견고히 다지는 데 다시 주어진 4년의 시간 동안 매진하고자 한다.

내적으로는 지금까지 진행해 온 ‘글로벌 마인드를 지닌 유능한 인재양성’에 주력하겠다. 21세기 콘셉트는 외국어와 다른 학문의 융합이다. 이제 외국어 하나만 교육하는 틀에서 벗어나 외국어와 다른 학문의 융합이 이뤄져야할 때다. 이를 위해 이중전공제도, 7+1제도(8학기 중 1학기는 해외에서 수학하는 제도) 등을 계속 살려 나갈 것이다. 무엇보다 인성교육을 통해 인간력과 지식을 고루 갖춘 인재를 만드는 일이 국가 차원에서 필요하다. 외국어교육과 인간교육을 통해 한국외대의 성장이 곧 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3-3-3-3 전략(외국인 전임교원-원어강의-외국인학생-한 학기 이상 외국 대학에서 수학하는 국내 학생 비율을 30% 확충한다는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2009년 2학기 기준으로 외국인 전임교원 비율이 31.4%, 원어강의 비율은 35.1%로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한 상태다. 하지만 30%이상을 유지하고 질적인 수준을 한층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 대학에서 수학하고 있는 외국인 학생 비율은 현재 약 10% 정도다. 외국인 신입생과 외국인 교환학생 비율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교환학생에 대한 지원(장학금 또는 기숙사비 지원)사업, 외국인학생 적응 및 관리 프로그램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발전시켜 우수한 외국인 학생들을 많이 유치하도록 할 계획이다.”

△요즘 연구뿐 아니라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외대의 학부교육 강화계획이 궁금하다.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활용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상위 30%의 교수에게는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하위 10%는 개별 통보할 방침이다. 우수 강의는 공개한다. 현장 전문가를 모시고 초청 수업에 활용하고 또한 교육과정 평가단도 구성할 예정이다. 이외에 융합형 교과목을 개발하고 포트폴리오 과목의 표준화 및 우수사례도 공개할 예정이다.”

△한국외대 하면 역시 외국어 교육이다. 향후 외국어 교육은 어디에 주안점을 둘 생각인지.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이 되려면 젊은이들이 3~4개 언어를 구사해야 하는 상황이 곧 닥친다. 결국 글로벌화를 위해선 외국어 능력이 최우선 과제인 셈이다. 그러나 글로벌시대의 외국어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순 없다. 외국어 구사 능력을 바탕으로 경영학을 공부하거나 법학을 공부하거나 약학을 공부하거나 이공계 전문지식을 공부하는 전공 간 융합을 해야 한다. 이것이 외국어 교육 전통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방법이자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학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외대만의 발전전략이 있다면.
“한국외대는 외국어 특성화대학으로 국내 제1의 글로벌 대학으로 자리매김해 왔으며 이제 세계적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실행 중이다. 우선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글로벌캠퍼스 조성을 본격화해 동북아 최고 수준의 국제지역 연구클러스터를 형성, 국제비즈니스 씽크탱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용인캠퍼스 안에는 기존의 영어마을 수준을 뛰어넘는 국제문화마을을 조성해 한국외대의 외국어 교육 전통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학사운영을 강화하기 위해 이미 성공적으로 시행중인 7+1 제도, 2개 외국어 인증제 등을 보다 활성화하는 한편, 앞서 이야기 한  ‘3-3-3-3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임기는 오는 2013년 마무리된다. 이때 한국외대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우선 서울캠퍼스엔 차가 없어질 것이다. 차는 지하캠퍼스로 가게 되고 캠퍼스에 건물을 지어 학생복지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작지만 아름다운 대학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용인캠퍼스 역시 기숙사와 외국인교수 게스트하우스, 신본관 등을 완성하면 캠퍼스로서 손색이 없다. 두 가지 큰 그림을 바탕으로 송도캠퍼스는 글로벌 캠퍼스로 활용할 것이다. 또한 2천억원의 발전기금 모금을 목표로 정부, 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생각이다. 외국어 대학교 발전을 위한 효율성 있는 대책을 연구하고자 한다.”


 [교수인사제도 이렇게 바꾼다] “최저 연구업적 점수제 도입”

한국외대는 지난해 연구업적이 탁월한 교수가 고속승진 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박철 총장은 “고속승진제도와 정교수 추가승급제도를 비롯한 승진·재임용 규정을 정비해 교수들의 연구역량을 보다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1일자로 4명의 교수가 고속승진 했고, 올해 3월 1일자로 3명의 교수가 추가로 승진했다. 박 총장은 새로운 임기가 시작되는 4년간 교수 지원제도 강화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공약으로 “교육, 연구의 질적 활성화를 위해 교수들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한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논문 중심의 교수업적평가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학부교육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교수의 특성과 자질에 따라 평가기준을 다르게 설정하겠다는 설명이다.
박 총장은 “연구업적평가 개선안은 교육부분의 평가비율을 높여갈 예정이며, 연간 최저 연구업적 점수제도 계획하고 있다”며 “양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연구업적의 질적 제고를 함께 이룰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는 ‘3-3-3-3’ 전략에 따라 외국인 전임교원 비율을 30% 선에서 유지할 방침이다. 박 총장은 용인캠퍼스 이공계 지원계획을 밝히면서 관련 전공분야 교수를 계속 충원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박 총장은 “용인캠퍼스에 대학경쟁력의 기초가 되는 우수교원 확보를 위해 이번 학기에도 8명 정도의 신임교원을 임용했고, 지속적으로 교원을 충원할 예정”이라며 “우리 대학만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유수 대학과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외국인교원 임용을 계속 확대해 타 대학과의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장의 집무실 책상 위엔 수 백 권의 책이 빼곡히 쌓여 있다. 다른 책상도 마찬가지다. 총장 업무를 보는 와중에도 연구와 논문쓰기를 꾸준히 한다고. 지난 임기에는 바쁜 와중에도 『돈키호테를 꿈꿔라』를 출판하는 등 학자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교수와 대학사회에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으레 “잘 부탁한다”는 답변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니었다. “대학이 많이 변했다. 어떨 땐 농담으로 ‘교수는 3D 업종’이라는 말도 한다. 대학 교수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은 좋은 변화다. 대학은 노는 곳이라는 인식은 잘 못 됐다. 이제 총장과 교수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 리더로서 사회적 책임을 갖도록 노력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