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5:35 (금)
“정년연장평가 앞서 직급별 교수 역할 논의할 때”
“정년연장평가 앞서 직급별 교수 역할 논의할 때”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0.03.02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진교수들 무엇을 원하나

지난 한 주간 대학교수 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죽음을 택한 두 교수의 의학적 사인은 우울증으로 판명나겠지만, 우울한 시선 깊은 곳에는 한국 대학의 자화상이 새겨져 있다. 특히 이성익 서강대 교수(물리학과, 59세)의 죽음을 바라보는 중진교수들의 시선은 남다르다.

“50대 후반부터 정년이 가까워지면 건강상의 문제 등이 겹치면서 10여년 앞날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일반적으로 학장이나 보직 등 학교 행정에 힘을 쏟을 것인지, 골프나 등산 같은 여가활동에서 활력을 얻을 것을 찾을 것이냐 등이다. 아니면 학생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도 있다.” 수도권 소재 공과대학 ㄱ교수(56세)는 “체력한계를 바탕으로 한 삶의 계획을 세우는 일이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중요하다”고 말한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목표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포스텍, 경희대, 서강대 등지에서 ‘교수정년 연장안’을 내놓고 있다. 물론 ‘교수업적평가 강화’(혹은 정년보장 심사 강화)가 어김없이 따라붙긴 하지만 중진교수들에겐 ‘정년보장 여부’보다는 오히려 대학교수의 나이나 직급별로 역할 안배를 어떻게 해나갈지가 더 중요하다. 중견교수들은 가속도가 붙은 ‘대학경쟁 시대’에 “한국의 중진교수들이 설 곳, 즉 제 역할을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을 이제는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대학에서 교육과 연구가 양날개가 될 수 있으려면 교수의 역량이 선순환될 수 있도록 대학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예컨대 일본 도쿄대의 경우는 참고할 만하다. 연령대와 직급을 일반화시키면 40대 이하 조수, 40대 조교수, 50대 이상 정교수 등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조수는 10여년 동안 연구에 전념한다. 40대로 접어들 무렵 발탁되는 조교수는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게 된다. 자신이 천착해온 연구 분야에서 어느 정도 완숙도가 갖춰지고 체력과 경험까지 겸비해 연구와 교육을 도맡는다. 50대 정교수들은 연구논문을 바탕으로 저서를 집필하거나 사회기여활동 등을 찾아간다.

서울지역 사립대의 한 학장은 “국가대형국책사업 과제는 50대 이상 중진교수들이 연구책임을 맡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공계 교수의 경우 대학원생을 비롯, 연구원들과 실험실에서 날밤을 지새야 하는 경우도 적잖다. 육체와 정신 건강에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며 한국 대학사회의 (지나친)수평주의를 꼬집었다. 덧붙여 “건강이나 직급별로 각자 역량에 맞게 연구업무를 배분하고 중진교수들은 교육에 집중하게 한다든지 연구팀 총괄지휘를 맡게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