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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계획서 작성 가이드_인문사회분야] 공고 안에 비결 있다
[연구계획서 작성 가이드_인문사회분야] 공고 안에 비결 있다
  • 김문조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
  • 승인 2010.02.22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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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도 연구지원 총정리

김문조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

인문사회 연구에 대한 평가의 어려움은 그것이 본원적으로 가치의 문제와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사회과학의 경우 과학성을 강조하면서 ‘가치중립성’을 내세울 때가 많지만, 그것은 오직 자료 수집과 분석 과정에 해당할 따름이다. 수많은 문젯거리 중에서 알만한 가치가 있는 탐구과제를 선정할 때, 혹은 객관적 분석 이면에 내재한 의미를 추론해 내는 과정에서는 가치 함의적인 자세가 오히려 절실히 요구되곤 한다. 인본적 가치와 직결된 문제를 논하는 인문학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처럼 변별적 어려움이 큰 인문사회 연구의 계획서 작성에 관해서는 자신 있게 권할 만한 정석이나 왕도란 없다.

그러나 한국연구재단을 위시한 대부분의 연구지원기관들은 참신하고 우수한 연구 과제를 발굴하고자 애쓰고 있다. 연구자의 개별적 역량을 논외로 한다면, 창의성·우수성의 기본 원천은 무엇보다 연구수행을 위한 준비 작업에 달려있지 않을까 한다. 선행연구의 비판적 검토 과정에 해당하는 준비 단계에서는 ‘수행하고자 하는 연구 과제가 우리의 앎과 삶을 증진시키는 데 절박한 것일까’라는 지적, 현실적 요청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다. 더불어 새로운 시도가 이전 연구와 어떤 차별성을 보일 것인가라는 점도 숙고돼야 할 것이다.

다음 단계가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기초정보 및 신청공고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다. 한국연구재단의 경우 2010년 인문사회 학술연구지원사업은 지난달 29일 공고됐다. 공고문에는 개인연구, 집단연구, 기반연구 및 확산연구라는 4대 범주에 속하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들이 소개돼 있는데, 이러한 양상은 여타 연구지원기관의 경우와 기본적으로 대동소이할 것으로 본다. 우리의 당면 현실이 복잡성, 역동성을 더함에 따라 연구의 관심이나 진폭이 날로 배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 목적에 적합한 지원 프로그램을 선정하는 일이야 말로 주제 선정 못지않게 중요한 사안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많은 연구자들, 특히 자유로운 연구풍토에 익숙한 대학 연구자들은 자기중심적 통념에서 사업목적, 지원방향 및 선정원칙 등에 관한 설명을 간과하는 경향이 빈번한 데, 이는 知己持彼 百戰不殆, 즉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고사를 외면한 무모한 자세임에 틀림없다.

과제 신청을 준비하는 연구자들에게는 심사 절차나 평가자에 대한 관심도 결코 적지 않으리라 본다. 한국연구재단은 2010년부터 연구과제를 평가할 때 개별과제의 경우는 온라인 심사, 중대형 집단과제나 토대과제의 경우는 패널심사(+면접심사)를 원칙으로 정했다. 단, 올해 처음 개시될 한국사회기반연구사업(Social Science Korea; SSK)의 경우는 면접심사 과정에 지원연구팀 공동발표 및 토론을 포함시켜보기로 했다. 결과 발표 때마다 불만과 이의 제기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은 심사제도의 불완전성을 반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단에서는 제도 개선에 진력하고 있으며 탈락자, 항의자들의 고언을 널리 청취해 반영하고자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상 열거한 원칙과 기법들에 우선해 최우선으로 유념해야 할 점은 연구 환경의 변화에 대한 인식이라고 생각된다. 연구 활동에 관한 경쟁체계의 강화나 연구 능력의 전반적 향상으로 이제 충분한 준비기간이나 노력 없이 단번에 연구 과제를 획득하기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두드려야 열린다’는 마음으로 가치 있는 주제라고 판단되는 연구 과제를 놓고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손질하는 공력을 통해 소기의 성과가 도래할 것이며, 이러한 구도적 아비투스에 의해 연구역량도 점진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본다.

김문조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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