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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를 찾아서] 한국영미문학페미니즘학회
[학회를 찾아서] 한국영미문학페미니즘학회
  • 권진욱 기자
  • 승인 2002.04.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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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22 09:30:03
윌리엄 셰익스피어, D.H.로렌스, 나다니엘 호손. 각자가 영미문학의 한 시대를 풍미했으며 실제로 우리나라에 학회가 존재할만큼 호사스러운 대접을 받는 작가들의 이름이다. 그렇지만 좋든 싫든 여성을 남성의 부속물이나 성적 대상 정도로 묘사했던 시대상을 반영한 남성작가들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영문학계에는 여성의 시선과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새로운 미학’을 캐내는 한국영미문학페미니즘학회(이하페미니즘 학회)의 존재는 그래서 더없이 소중하다.

영미문학 전공자들이 모여 1992년 9월에 창립한 (페미니즘학회는 페미니즘을 문학이라는 매개로 소개할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자연스런 목소리로 만들어가려는 의도로 시작했다. 어느덧 십 년을 바라보게 된 세월의 힘은 이 학회를 전체회원 수가 3백 명이 넘고 문학계열에서 세계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MLA(Modern Language Association)에 등재될만한 아름드리나무로 자라게 했다.

페미니즘학회는 ‘젠더’라는 거울을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적교류의 장에서 ‘영문학 다시 읽기’를 감행한다. 초대회장 서지문 고려대 교수를 거쳐 현재는 신숙원 서강대 교수가 이끌고 있다. 이 밖에도 이귀우 서울여대 교수, 정신홍 여주대 교수, 정이화 성신여대 교수 등 많은 회원들이 한국의 페미니스트와 여성작가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오늘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학회를 생각하면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이 2000년에 나왔던 ‘페미니즘-어제와 오늘’(민음사 간 刊)이라는 책. 재판까지 모두 동날 만큼 대중적인 반향이 컸고, 앞으로도 영미의 페미니스트 이론가와 여성 작가의 소개에도 열정을 쏟을 작정이다.

한글, 영문으로 연 2회 발간되는 학회지 ‘영미문학페미니즘’은 이미 2001년 하반기에 학술진흥재단에 의해 A급으로 등재될만큼 학문적 역량을 인정받았고, 오는 10월에 서강대에서 열릴 ‘2002년 국제학술대회’는 영미권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인도 등 아시아 각지의 연구자들이 먼저 참가의사를 타진해올 만큼 열성적이어서 아시아 지역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연대의 장으로 한 몫 할 태세이다. 이런 커다란 행사의 이면에는 여름의 페미니스트 캠프, 일년에 수차례씩 열리는 독회 등 일상적인 노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음을 놓칠 수 없다. “다양한 학회로 분산된 영미문학전공자들이 페미니즘이라는 의미를 갖고 모인다”는 신숙원 교수의 말에서 학회에 대한 애정 어린 자부심이 느껴진다.

페미니즘학회에게도 고민거리는 있다. 총무를 맡고 있는 정신홍 교수는 “아직도 남성의 참여가 대단히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표한다. 삶 속에서 페미니즘을 펼쳐보겠다는 이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서 좀더 커다란 공명으로 펼쳐지는 날을 기대해본다.

권진욱 기자 ato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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