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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폴 ─‘월드클래스 유니버시티 프로그램’ : 세계 초일류 대학을 이식하자
● 싱가폴 ─‘월드클래스 유니버시티 프로그램’ : 세계 초일류 대학을 이식하자
  • 교수신문
  • 승인 2002.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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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10개 선진대학 유치 … 지원확대하고 자율화로 경쟁독려
싱가폴 대학교육 개혁 프로젝트의 핵심내용은 싱가폴을 교육, 연구의 세계적 중심지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즉,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업을 싱가폴에 유치하기 위해서는, 싱가폴이 새로운 지식의 창출, 전환, 응용이 이루어지는 21세기의 역동적이고 강한 지식기반 산업의 중심지가 돼, 기술, 정보, 과학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세계적 수준의 기업에서 일할 만한 고급의 지식 노동력이 싱가폴에서 공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추동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시도되는 것이 WCU(World-Class University) 프로그램이다. 이 계획의 핵심은 세계 최고 수준의 10개 대학을 10년 계획 (1998∼2007)으로 유치해 지식기반 경제를 진흥시키는 토대를 마련하고 싱가폴을 세계 수준의 교육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 계획은 ‘공동협력’과 ‘독자설립’의 두 가지 모델로 구성된다.

먼저, 공동협력 모델은 싱가폴 내의 대학과 외국의 우수대학 간에 교류를 체결하거나 이를 강화해 외국 우수대학의 우수한 제도, 문화, 연구역량, 경험 등을 전수 받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의 MIT와 싱가폴국립대, 난양기술대 사이에 설치된 ‘Singapore-MIT Alliance’라든지, 미국의 존스홉킨스대와 싱가폴국립대학 사이에서 만들어진 ‘Johns Hopkins Singapore Pte Ltd.’, 그리고 미국의 와튼스쿨과 싱가폴 경영대 사이에 설치된 ‘The Wharton-SMU Research Center’ 같은 것들이다. ‘Singapore-MIT Alliance’를 위해 싱가폴 정부는 MIT와 싱가폴 대학에 각각 1억불씩을 지원했다.

M.I.T. 하버드가 싱가폴에

‘독자설립모델’은 세계 수준의 외국 대학들이 싱가폴 내 대학과의 연계 없이 독자적으로 프로그램을 싱가폴에 설립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시카고 대학원은 싱가폴에 4천5백만 싱가폴 달러를 투자하여 독자분교를 설립하고 미국식의 ‘Executive MBA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싱가폴 정부는 WCU 프로그램을 통해 외부의 자극을 불러오는 동시에 기존 대학들에게 ‘경쟁’이라는 새로운 자극을 줌으로써 교육과 연구에서 효율성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지식 기반산업화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새로운 지식과 혁신을 창출하려는 시도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000년 이전까지 싱가폴에는 싱가폴국립대와 난양기술대 두 개의 대학만이 존재했다. 이 중에서도 싱가폴국립대가 정부의 집중적 지원을 바탕으로 대학교육을 주도하고 있었다.

여기서 싱가폴국립대의 간단한 역사에 대해 살펴보면, 1962년 이전까지 싱가폴국립대는 ‘University of Malaya’의 싱가폴 분교였다. 당시 ‘University of Malaya’의 본교는 말레이시아의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 있었다. 싱가폴은 영국 식민지 시대와 1959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1965년 말레이연맹으로부터 분리해 완전한 독립국가가 되기 전까지 말레이시아와 정치적으로 통합돼 있었다 .

그런데 1962년 싱가폴의 자치정부와 말레이 연맹 사이의 협약에 의해 ‘University of Malaya’의 싱가폴 분교가 ‘University of Singapore’로 바뀌었고, 싱가폴이 65년 말레이 연맹과 정치적으로 완전히 분리독립하면서, ‘University of Singapore’은 싱가폴의 국립대학이 됐다.

당시 싱가폴에 하나의 대학이 더 있었는데, 그것이 난양대다. 그런데 이 난양대는 중국계 싱가폴인들에 의해 설립된 사립대학으로 리콴유 총통과 집권당인 인민행동당(People’s Action Party)과 좋은 관계를 이루지 못했다. 따라서, 대부분의 정부 지원은 ‘University of Singapore’에 집중됐고, 급기야 1980년 싱가폴 정부는 난양대와 ‘University of Singapore’을 통합해 ‘싱가폴국립대’를 만들었다.

이 1개 대학 체제는 90년대 초까지 10여년 이상 지속되는데, 이 과정에서 ‘난양대’ 출신의 중국계 싱가폴인들의 불만은 점차 커져갔다. 90년대 초 싱가폴 정부가 정치적 자율화를 시도하는 와중에서, 1991년에 의회령으로 ‘난양기술대’가 설립되면서, ‘난양대’가 다시 살아나게 됐다. 하지만 ‘난양기술대’는 종합대학이라기보다 공학교육에 치중을 둔 기술대학 정도의 위치였고, ‘싱가폴국립대’는 여전히 싱가폴의 유일한 종합대학으로 우월적 지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지식기반산업화를 추진하면서, 싱가폴 정부는 ‘싱가폴국립대’가 싱가폴 내에서 가지는 독점적 지위 때문에 연구와 교육의 질과 효율성이 저하되고 국제적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으로 판단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싱가폴국립대는 90년대 초반까지 연구보다는 학부교육에 치중해, 연구역량과 업적에서 세계수준의 대학과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었다. 이전까지, 싱가폴국립대는 유일한 국립대학으로 정부에서 재정지원을 받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수의 대학졸업자들을 만들어내기만 하면 모든 의무가 끝나는 것으로 인식됐다.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들의 연구활동도 그다지 강조되지 않았다. 대학원 교육과정도 90년대 들어서야 겨우 만들어졌을 정도이다.

교육중심 대학을 연구중심대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싱가폴 정부는 대학간의 경쟁을 심화시켰다. 이를 위해 난양기술대를 종합대학으로 승격시켜 싱가폴국립대와 경쟁하도록 하고, 경제와 경영학에 특화를 둔 싱가폴경영대를 2000년에 새로 설립했다. 이와 더불어, 이들 대학들이 정부의 지시 하에 타율적이고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막기 위해, 이전보다 훨씬 큰 자율성과 책임을 부여했다. 대학들이 교육과 연구에서 서로 경쟁하도록 만들어, 이들의 국제적 경쟁력과 효율성 제고를 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싱가폴경영대의 경우,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은 받지만, 미국식 모델에 기반한 사립대학으로 설립됐고, 인사, 급여, 조직, 학사운영에서 완전한 자율이 보장되도록 했다. 국립대학인 싱가폴국립대와 난양기술대의 운영방식도 재정, 인사, 학사운영 등에 있어서 더 많은 자율, 권한 및 책임을 부여하는 방향으로의 개혁이 시도되고 있다.

대학 내부에서도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교수들의 활동 및 업적에 대한 평가가 강화돼, 승진과 탈락이 단지 연공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업적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사이에 뚜렷한 임금 차이를 두어 승진에 대한 확실한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싱가폴국립대의 경우 부교수는 조교수 급여의 2배, 정교수는 조교수 급여의 3배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교수들에 대한 임금구성에서도 연구, 교육, 행정적 서비스 등에서의 업적과 기여도에 따른 능력급이 확대강화 됐다.

또한 대학 내부에서도 분산화와 경쟁심화가 추진돼, 각 학과들에 더 많은 재량권이 주어짐과 동시에 실적에 따라 재정적, 인사적 지원이 과별로 차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했다. 즉, 학과의 교육 및 연구에서의 성취와 업적에 따라, 학교에서 각 학과에 주어지는 지원이 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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