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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변동·역사적 기억에 마주친 우리 학문의 방향성
사회변동·역사적 기억에 마주친 우리 학문의 방향성
  • 우주영 객원기자
  • 승인 2009.12.2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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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장에게 듣는다_ 2010년 학계 지형

2010년,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우리 학계의 모습은 어떠한지 각 학회의 연구 방향을 통해 미리 살펴본다. 특히 2010년 올해는 한일강제병합 100년, 6·25전쟁 발발 60주년 , 4·19혁명 50주년 등 우리 사회 변화에 대한 성찰이 요구되는 해이다. 이러한 성찰을 우리 학계가 어떻게 펼쳐보일지 주목된다. 주요 학회 학회장을 취재했다.

연구의 세계화
국내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로 나아가려는 학계의 노력은 올해도 계속된다.
2014년 국제 수학자대회를 유치하기로 한 대한수학회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더불어 2012년 국제수학교육대회의 유치 역시 앞두고 있는 대한수학회(회장 김도한 서울대 수학과)는 올 한해 이 두 대회의 준비에 역량을 모을 계획이다. 김도한 대한수학회장은 “전반기까지 조직위원회를 구성한 후, 올해 인도에서 열리는 국제 수학자대회 총회에서 관례적이긴 하나 공식적인 인준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비교문학회(회장 정정호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역시 8월, 한국에서 열리는 제 19차 세계비교문학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8월 15일부터 일주일 간 중앙대에서 ‘세계 비교문학의 영역 확대’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프랑스, 미국 등 서구 중심으로 연구됐던 기존 비교문학 연구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정정호 한국비교문학회장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동아시아문학을 조명함으로써 비교문학의 외연을 확장하고, 이를 통해 비교문학이 진정한 일반문학으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며 이번 대회의 의의를 밝혔다.

세계대회를 유치하는 것 외에도 다른 국가와의 협력관계 구축은 학계를 넘어 정치, 사회적인 영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베트남역사과학회와 3년째 공동학술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역사학회의 노명호 학회장(서울대 국사학과)은 “우리와 달리 베트남 쪽에선 단순히 학계차원을 넘어 정치적으로도 큰 의미를 두고 진행한다”고 말했다.

한국물리학회(회장 이영백 한양대 물리학)는 그동안 함께 해 왔던 정기총회와 학술논문발표의 내용을 ‘국제 협력 강화 및 국제화를 위한 학술논문 발표’로 변경한다. 이를 위해 학술논문 발표 때 영어로 진행돼 왔던 기존의 인터내셔널 세션과 함께 중국 물리학회, 일본의 응용물리학회와 공동 심포지엄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대한화학회(회장 도춘호 순천대 고분자공학)는 12월 15일부터 5일간 하와이에서 아시아와 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화학관련 학회들과 함께 ‘Pacifichem 2010’를 열 예정이다. 국어국문학회 역시 세계화 시대에 우리 문학의 역할에 관련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김도한 대한수학회장은 “미국수학회와 함께 공동학술대회를 열었을 당시 아시아 각국에서 참여한 인원이 천여 명을 넘었다. 이는 한국 수학계가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모범이 되는 계기가 되었다”며 우리 학계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접 학문과의 소통
일명 ‘학문의 가로지르기’라 불리는 학제 간 연구는 연구의 폭을 넓힘으로써 풍부한 학문적 성과를 일궈내곤 한다. 한국철학회(회장 황경식 서울대 철학과)는 ‘철학과 예술의 만남’이란 주제 아래 2월 경 봄 발표회를 가진다. 황경식 학회장은 이번 학술대회에 대해 “그동안의 연구가 철학적인 주제에만 치우쳐 사회와의 소통에는 소홀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철학과 문학, 미술, 음악, 영화, 미디어 아트 등으로 주제를 나눌 뿐 아니라 발표 역시 각 예술 관련 연구자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로 학회 창립 50주년을 맞는 한국미술사학회(회장 최공호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미술공예학과)는 미술사와 인접 학문 간의 소통에 주목한다. ‘한국미술사의 인문학적 성찰’이란 주제로 열리는 학술대회 역시 기존의 양식사 중심의 연구에서 나아가 작품에 대한 인문학접인 접근을 시도한다. 최공호 학회장은 “한국미술사는 지난 50년간 양적으로 급격히 팽창했다. 이젠 질적인 성장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인접학문과의 소통이 그 대안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문헌정보학회(회장 고영만 성균관대 문헌정보학)가 주목하는 정보문해 관련 연구 역시 심리학, 경영학 등 다른 학문과의 연계를 통해 발전을 모색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이 그 정보를 어떻게 습득하는 지는 문헌정보학만의 연구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인접 학문 간의 협력과 교류는 기초학문의 위기가 회자되는 요즘 기초학문의 저변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지난 2007년, 수학·물리·화학회가 공동으로 ‘기초과학 학회협의체’를 결성했다. 이에 생물과 지구과학 관련 학회도 참여시키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김도한 대한수학회장은 이 같은 협력이 “기초과학연구가 탄탄해 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사회학회는 9월 경 열릴 ‘사회과학 4개 학회 연합학술연구’를 주관한다. 양영진 한국사회학회장(동국대 사회학과)은 “한국정치학회, 한국경제학회, 한국행정학회가 모여 공동학술대회를 추진한다. 사회과학의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이들 학회가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라며 이번 대회의 의의를 강조했다.

학문의 대중화
각 학문의 연구 성과는 학계 안에 머물기보다 사회와 대중에게 환원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이 때문에 학계는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는 올해 안에 월간 형태의 웹진을 발간할 예정이다. 우리 시대의 문제에 관한 철학적 고민들을 대중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서유석 한국철학사상연구회장(호원대 철학과)은 “한국철학사상연구회는 이미 <프레시안>과  <미디어스>등 언론 매체의 연재기고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며, “우리가 직접 웹진을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웹진을 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심리학회(회장 김명언 서울대 심리학)는 ‘일반인을 위한 심리학’ 홍보를 주요 사업으로 선정했다. 이에 대한 첫걸음으로 기존의 홈페이지와 로고를 대대적으로 개편해 3월 중 선보일 예정이다. 개편된 홈페이지의 가장 큰 특징은 검색 관련 서비스로 회원가입 없이 심리학 관련 지식을 입력하면 누구나 관련 지식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게 된다.
한국물리학회 역시 물리학의 대중화를 위해 공영방송과 함께 관련 프로그램 제작을 기획중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연구주제
이 밖에도 2010년을 맞이해 각 학계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2010년은 한일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해이자 6.25 전쟁이 발발한지 60년이 되는 해다.

 한국역사학회는 관련 역사학회들과 공동으로 국권상실과 식민지 시대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다. 또한 한국철학사상연구회는 올해 30주년을 맞이하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의의를 재조명한다. ‘인권과 연대’, ‘인권과 대동사회’란 주제 아래 전남대 5·18연구소, 비판사회학회, 민주주의법학회와 더불어 국제 학술대회와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역시 올 해의 정치사적인 사실들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이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자 한다. 정윤재 학회장은 “북한, 중국, 일본 이 참여하는 ‘동양평화 포럼’을 추진해 아시아공동체의 미래를 조명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사회학회는 기존의 거시적, 구조적 측면의 연구에서 벗어나 사회의 미시적이고 개인적 측면에 관한 연구에 주력할 계획이다. 핸드폰, 택배, 라면, 방문화 등 보통 사람의 일상생활을 통해 한국사회의 문화적 풍경을 심층적으로 접근할 예정이다. 또한 ‘사회학자, 행복을 묻다’란 주제의 행복현상 논의를 통해 한국인의 가치관과 세계와의 탐구를 시도한다.

한국심리학회는 한국인의 표준화된 ‘행복지수’ 개발에 연구 역량을 모으고 있다. 한국행정학회는 행정학의 현실 적합성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와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또한 외국에 수출할 수 있는 한국 행정학 모델의 개발을 중점 사업으로 선정했다.

우주영 객원기자 universe-wj@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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