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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연구자에게 안정적 연구기회 제공
많은 연구자에게 안정적 연구기회 제공
  • 김문조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고려대 사회
  • 승인 2009.12.2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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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학술연구지원 이렇게 한다] 인문사회 분야

정보혁명으로 인한 지식기반 사회의 도래와 함께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주도하는 지식 생산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창의적 지식이 국가 발전이나 인류복지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조되는 지적 가치의 중요성에 반해 지력 증진을 위한 우리 학술연구 지원체제에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본다.      

  한국연구재단의 2009년도 인문사회연구 지원활동은 舊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취해온 방식대로 △인문사회 연구역량 강화사업, △ 인문학 진흥사업 △ 한국학 진흥사업의 3대 범주로 나눠 시행돼 왔다. 2011년 이후부터는 이러한 기본 틀을 전면적으로 개편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2010년까지는 기존 예산구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개선의 폭을 다음과 같은 범위로 한정짓고자 한다.  

  첫째,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의 지원사업은 ‘많은 연구자들에 대한 안정적 연구기회의 제공’을 기본 목표로 삼고자 한다.
지난 6월 거대한 통합 학술지원체제로 출범한 한국연구재단의 연간 예산은 약 2조 7천억 원이다. 이 가운데  인문사회연구본부에 할당된 금액은 전체의 6% 정도에 불과하다.

과학기술이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면 인문사회 연구는 삶을 의미롭게 한다. 이 같은 인문사회 연구의 완결적 속성에 주목해 기존 예산체체의 불균형을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점은 예산 자체보다 주어진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원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재한 인문사회적 예지를 발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지원체제의 확장과 안정화가 선결 과제라고 본다.

  둘째, 통섭과 융합이라는 새로운 시대사조에 부응한 융복합 지식의 생성에 진력하고자 한다. 지난 20세기까지의 근대 지성사는 분화->전문화->세분화로 이어지는 ‘지적 분할’로 응축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할된 지식들이 합종 연횡하는 ‘지적 혼융’이 지식세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대두하고 있다. 따라서 인문사회적 지식은 생존적 지식의 외연이나 부산물이 아닌 통합적 지식체의 필수적  구성 요소로 재현될 전망이며, 그럴수록 인문사회 연구는 본연의 개방적 속성을 되살려 지적 폐쇄성을 극복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셋째, 공리주의나 성장주의를 지양한 대안적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문사회 연구를 장려해 ‘대가윤리(ausgleiche Ethik)’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최근 인문학 진흥이나 연구소 육성 등을 목표로 한 대형 연구과제가 출현하면서 인문사회 본연의 ‘정신과학’ 전통에 역행하는 여론몰이나 송사가 점증하고 있다. 따라서 2010년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 연구지원은 신진학자에서 중견학자를 거쳐 석학급 우수학자로 성장할 수 있는 학문적 생애주기, 또 개별연구에서 토대연구나 집단연구로 전환할 수 있는 경력주기를 반영한 지원체계의 재편을 통해 향후 학파로 발돋움할 수 있는 자생적 학술 집단의 형성에 기여하고자 한다.

김문조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고려대 사회학

미국 조지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사회학회 회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국무총리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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