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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띠 해 달군 교수들, 무소의 뿔처럼 자신의 길을 걸어 갔다
소띠 해 달군 교수들, 무소의 뿔처럼 자신의 길을 걸어 갔다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9.12.21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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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본 2009년 교수사회

유난히 ‘교수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는 한 해였다.
흔들리는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교수들은 행동에 나섰고, 소신을 지키기 위해 지루한 법정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갖은 논리에 밀려 강단을 떠나야하는 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성과와 줄 세우기를 강요하는 논리 앞에 외국인 교수 임용을 둘러싼 해프닝도 겪었다.
힘든 1년이었지만 그 와중에 따뜻한 마음은 남아 있었다. 선배 교수들은 학생들을 위해, 후학을 위해 평생 모은 돈을 뚝 떼어주길 마다하지 않았다. 2009년 한 해 교수사회의 모습을 주요 인물들을 통해 들여다봤다.
정리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1> 김누리 중앙대 교수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HK) 지원사업 결과가 파장을 낳고 있다. 김누리 중앙대 독일연구소 소장(독어독문학과)은 최근 “HK 지원사업 과제선정에서 탈락한 처분이 부당하다”며 대전지방법원에 탈락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연구재단 측은 공정한 심사였다고 주장하지만, 김 교수는 “지난 6월 중앙대 교수 시국선언을 주도하고, 사업에 참여한 교수들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점 이외에는 탈락사유가 전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사실관계를 떠나 이번 논란으로 연구재단 사업 선정결과의 신뢰성에 흠집이 났다는 지적이다. 학문에 대한 정치개입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공정한 평가’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2006년 마크로젠 여성과학자상, 2007년 로레알 유네스코 세계 여성과학자상, 2009년 호암의학상 등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부)의 수상경력은 화려하다. 최근 세계 최초로 ‘키 크는 유전자’를 발견하는 등의 연구 성과로 “한국에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연구 활동은 쉴 줄 모른다. 김 교수는 얼마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년 전 위암 선고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연구인생이 30년 정도 남았다고 보고 시간을 쪼개 쓴다는 그의  말을 들으면 조만간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3>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한신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4월 경기도 첫 직선 교육감으로 당선됐다. 그의 ‘시련’은 지난 4월 경기도교육청이 김상곤 당시 교육감 당선자 취임준비팀에 대한 업무보고를 거부할 때부터 시작됐다. 이후 무상급식안, 시국선언 참여교사 징계거부 등을 놓고 갈등을 겪었고, 최근 교과부는 김 교육감을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교육감은 최근 강연회에 참석해 “안타까움을 넘어 참담한 심정이다. 이런 식으로 내가 당할 짓을 했는지, 정말 당해도 쌀 짓이라도 했는지, 해도 해도 너무 한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4>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
교과부가 ‘정치적 압력’에 따라 교과서 수정지시를 내려 출판사가 저자 동의 없이 내용을 고치는 사건이 일어난 지 1년. 사건 당사자인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역사교육과)는 금성출판사를 상대로 저작인격권침해금지소송을, 교과부를 상대로 부당 수정지시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고군분투했다. 지난 9월 출판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1심 승소 판결을 받았다. 김 교수가 우려하는 것은 ‘교과서 통제’다. 그는 “교과서에 대한 교과부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며 역사교과서 집필자들이 교과부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5> 신태섭 동의대 교수
신태섭 동의대 교수(광고홍보학과)가 해임된 지 17개월 만에 최근 복직됐다. 신 교수는 KBS 이사를 지내다 총장의 허가를 받지 않고 겸직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이 사건은 그러나 신 교수가 KBS 이사 겸직 당시 정연주 전 사장 해임을 반대한 전력과 맞물려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대법원은 지난달 신 교수가 동의대를 상대로 낸 해임무효 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 확정판결을 내렸고, 동의대는 신 교수의 복직을 결정했다. 그는 새 학기부터 강단에 선다. “큰 짐을 하나 내려놓은 느낌”이라고 말하는 그는 “언론 정상화를 위해 힘이 될 수 있는 일을 찾겠다”며 다시 각오를 다지고 있다.

<6>안태성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
기간제 교수에서 계약제 교수로, 다시 강의전담교수로…. 안태성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만화창작과)의 조교수 복직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안 교수는 해직처분 무효청구를 기각한 교원소청심사위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이에 대한 판결을 내렸는데, 강의전담교수의 존재를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주목됐다. 대법원은 “교수가 학교법인에게 재임용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단 재임용을 바라고 있는 경우에는 학교법인의 재임용 거부처분이 있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다”며 안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로 무분별한 강의전담교수 임용이 가속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7> 故 장영희 서강대 교수
목발에 의지한 장애, 세 차례의 암 투병, 다시 강단에 선지 채 몇 년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지만 고 장영희 서강대 교수(영어영문학과)는 희망의 다른 이름이 됐다. 교수이자 번역가, 수필가로 활동한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비춘 따뜻한 글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그가 죽은 후에도 따뜻한 희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 교수의 유족은 최근 학교의 神父 양성에 꾸준한 관심을 보인 고인의 뜻을 살려 예수회와 대학 측에 각각 1억5천만원, 3억5천만원을 기부했다.

<8> 정범모 한림대 석좌교수
그의 ‘기부 릴레이’는 올 한해에도 계속됐다. 정 석좌교수는 최근 3~4년간 7억원을 대학에 기부했다. 거의 전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액수를 선뜻 기부해 훈훈한 감동을 줬지만, 정작 당사자는 “교육계에 있으니 교육 쪽에 돈을 낸 것 뿐”이라며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정 석좌교수는 지난해에도 한림대에 장학기금으로 5억원을 쾌척한 바 있다. 며칠 전엔 평생 수집한 서적을 학지사 인문자료관에 기증했다. 학지사는 정 석좌교수의 호를 딴 ‘雲洲館’을 별도로 운영할 계획이다. 물질적인 재산에 이어 정신적인 재산인 교육자료까지 아낌없이 내놓는 그의 모습은 후배 교수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9> 정운찬 총리
한 때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를 맡으면서 ‘총장 출신 관료’가 됐다. 학자로서 각종 사회문제에 대해 소신발언을 해왔기 때문에 그의 총리 임명은
대학가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관심사였다. 정 총리는 취임사에서 “대한민국이 세계와 미래로 웅비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을 구현해야 한다. 조화와 균형은 산술적인 평균이나 기계적 평등이 아니다”라고 말 했다. 하지만 취임 직후 세종시, 4대강 사업 등 정부사업을 둘러싼 잇따른 논란과 더불어 부산사격장 화재 등 人災까지 겹치면서 그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10> 조무제 울산과학기술대 총장
올해 초 개교한 울산과학기술대를 이끌면서 대학이 안착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 국립 법인화대학인 울산과학기술대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주목을 받았다. 조 총장은 “파격적인 교수초빙을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40대 초반의 젊은 교수를 정년보장과 함께 정교수로 임용하거나, 다른 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를 특채하는 등 과감한 임용정책을 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립대 자율성을 확보하고 총장 직선제 폐해를 없애려면 국립대를 하루빨리 법인화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11>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진 교수의 행보를 두고선 언제나 그랬듯 찬반양론이 들끓었지만 ‘재임용 탈락’ 자체는 대학가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로 활동하던 진 교수가 1학기 강의만 하고 2학기엔 강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1천700여만원을 부당 회수했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이후 중앙대 재임용심사에서 탈락했고, 홍익대에서 맡기로 한 강의도 개강 직전 무산됐다. 그의 재임용 탈락사건은 대학이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학자로서 역량을 펼 기회가 정치논리에 밀려 사라졌다는 안타까움을 낳았다.

<12> 알리아 사버 전 건국대 교수
세계 최연소 교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지만 건국대에 임용된 지 1년 만에 미국으로 돌아간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 아닌 화제가 됐다. 사버 교수는 함께 입국한 아버지의 심장병이 악화돼 재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유망한 학자인 것은 사실이다. 건국대가 대학 국제화를 위해 외국인 교수 임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일은 대학마다 외국인 교수 검증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세계 최연소 교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지만 건국대에 임용된 지 1년 만에 미국으로 돌아간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 아닌 화제가 됐다. 사버 교수는 함께 입국한 아버지의 심장병이 악화돼 재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유망한 학자인 것은 사실이다. 건국대가 대학 국제화를 위해 외국인 교수 임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일은 대학마다 외국인 교수 검증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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