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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창립멤버격 위치 … “후학들 스웨덴 진출 앞장서겠다”
대학 창립멤버격 위치 … “후학들 스웨덴 진출 앞장서겠다”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9.12.21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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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최연혁 남스톡홀름대 교수(정치학)

스웨덴 대학가에 진출한 최연혁 남스톡홀름대 교수(49세, 정치학과·사진). 그가 말하는 스웨덴 대학의 학생정책, 대학가 화두를 들어보면 한국 대학이 대비해야 할 미래가 떠오른다. 강의시간에 이민자, 다문화가정을 위한 언어교육을 꼼꼼히 했는지 평가하고, 외국인 교수가 차별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인종 및 성차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모습은 당장이 아니라도 우리나라 대학이 맞닥뜨릴 ‘언젠가’는 아닐까. 스웨덴에서 겨울방학을 맞은 최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현지 대학에 임용된 과정, 스웨덴 교수사회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설립 다음해부터 재직… 12년의 관록
스웨덴 예테보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가 재직하고 있는 남스톡홀름대는 스웨덴어로 부르면 ‘쇠데르턴대’이다. 최 교수는 “한국에서 나를 소개할 때 학교이름을 발음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남스톡홀름대에 재직하고 있다고 한다”며 “대학이 생긴지 13년이 됐고, 내가 근무한지 12년이 됐으니 거의 대학 창립멤버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스웨덴 정부는 스톡홀름 남쪽 지역 주민을 대학에 더 많이 진학시키기 위해 남스톡홀름대를 만들었다. 학생 중 65%가 여학생이고 35%가 이민자가정 출신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난한 이민자출신 가정 학생들을 위해 대학 안에 ‘언어정비소’를 만들어 쓰기, 말하기, 토론하기 등 언어학습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전체 인구의 20% 가량이 타국가 출신으로 구성된 스웨덴 사회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대학들은 다문화교육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다문화 전문교육대학을 개설해 미래 교육자를 양성하고 있는 것이 그런 사례다.

최 교수는 “스칸디나비아 국가 대학들은 학생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에 주요 위원회에 학생 대표들이 참가하고, 수업평가를 교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매우 중요한 잣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수업평가 내용도 흥미롭다. 성 평등 실천여부, 난독증 학생 및 장애인 학생을 특별히 배려했는지, 이민자 학생의 언어교정을 꼼꼼히 챙겼는지, 강의계획서에 따라 충실히 수업을 진행했는지 등을 살핀다.

교수업적평가에 대한 부담감은 어떨까. “스웨덴도 연구실적을 많이 내야 연구비를 가져오고, 능력 있는 교수로 인정받는다는 점에선 한국과 차이가 없다. 하지만 연구와 강의의 질에 같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연구비를 외부에서 많이 가져올수록 연구에만 전념해 강의비중을 낮출 수 있다. 따라서 연구교수가 많은 학과의 경우 강의전담교수를 따로 임용하기도 한다. 최 교수는 “1년 내에 발표해야 하는 논문 수량이나 점수상한제는 없다”며 “실적이 높으면 인센티브를 더 주는 방식으로 경쟁을 유도한다”고 전했다. 다문화적 특성도 반영돼 있다. 최 교수는 “외국인 교수가 차별대우를 받지 않도록 인종 및 성차별위원회를 설치해 불이익을 받았을 경우 심사를 의뢰할 수 있다”며 “강의와 연구비를 동등하게 배정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고 말했다.

국제화 정책과 관련, 스웨덴 대학은 유럽 대학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교수를 임용하기보다 상호교류를 권장하고 재정지원을 강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국제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한다. “1주일, 한 달 동안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통해 타 유럽국가에서 강의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해준다”는 최 교수는 “한국도 일본, 중국, 그리고 다른 아시아 국가와 교류프로그램을 개발해 교수·학생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대학 국제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스톡홀름대에 임용된 첫 한국인 교수지만 여전히 인문사회계열을 통틀어 ‘유일한’ 한국인 교수이다. “5년 만에 부교수로 임용되고 계약직에서 정규트랙으로 변경되면서 스웨덴에 남아 있기로 결심했다. 현재 스웨덴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한국인 연구교수는 공대 쪽에 2~3명 정도 있지만 인문사회계열 쪽엔 한 명도 없다. 앞으로 스웨덴에 더 많은 후학들이 진출해 대학 및 연구소에 자리를 잡았으면 한다”고 바람을 털어놓았다.

해외박사 중 80% 가량이 미국박사인 현실에서 느끼는 바가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문 발전은 다양성의 추구를 통해 심화될 수 있다. 한 쪽에 치우치다보면 보편적 진리보다 주류만을 추구하는 우를 범하고, ‘끼리끼리’ 문화를 통해 보수화, 기득권화 된다는 점에서 학문종속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그는 “장기적 비전을 갖고 국제화를 진행하면 미국 의존 현상은 조금씩 바뀔 것”이라며 국제화의 ‘장기비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화 ‘장기비전’ 고민할 때”
최 교수는 올해 ‘스톡홀름포럼’을 조직했다. 한국 교수들을 스톡홀름에 초청해 매년 양국 공통 관심사를 논의하고 서로를 알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매년 한국에서 열리는 여름계절학기 강의에도 참석하고 있다. 유럽정치학회에 아시아-유럽패널을 만들고 스웨덴 학생들에게 아시아정치론, 아시아 정치지도자론 등을 소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많은 후학들이 스웨덴 학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관심 있는 학생들을 데려와 교육하겠다”는 그의 다짐이 풋풋하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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