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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부실 사학 ‘자진 퇴출’ 위해 전방위 압박 나서
교과부, 부실 사학 ‘자진 퇴출’ 위해 전방위 압박 나서
  • 권형진 기자
  • 승인 2009.12.21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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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부실 판정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ICL 등 재정지원에서 배제

대학선진화위원회가 조만간 경영부실 사립대학을 최종 판정할 예정인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자진 퇴출을 위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 사학이라 해도 정부가 강제로 퇴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나온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달 말부터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신입생 충원율 등 8개 주요 지표에 대해서는 대학의 상대적 수준을 별표(1~5개)로 보여주는 ‘대학 경쟁력 알림 서비스’를 시작한다.


교과부는 지난 17일, 이달 말부터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대학의 상대적 수준을 식별기호(★)로 표시하는 ‘대학 경쟁력 알림 서비스’를 추가 제공한다고 밝혔다. 지표별로 최하위 수준인 0~10분위는 ★, 10~30분위는 ★★, 30~70분위는 ★★★, 70~90분위는 ★★★★, 최상위 수준인 90~100분위는 ★★★★★로 각각 표시한다.


이른바 신호등 체계로 불리는 식별기호를 제공하는 공시지표는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취업률 △정규직 취업률 △신입생 충원율 △중도탈락 학생 비율 △전임교원 1인당 국내학술지 논문실적 △전임교원 1인당 국제학술지 논문실적 등 8가지다. 전문대학은 교육비 환원율을 추가하고, 전임교원 논문 실적 대신 산학협력 수익률을 사용한다. 이렇게 되면 주요 지표별로 특정 대학이 전체 대학 가운데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바로 파악할 수 있어 교육 수요자의 선택에 의한 구조조정을 자연스레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교과부는 기대하고 있다.


경영부실 대학으로 최종 판정받은 대학은 내년부터 정부 재정지원에서도 철저히 배제될 전망이다. 교과부는 대학선진화위원회로부터 경영부실 대학으로 판정받은 대학은 내년부터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경영부실 대학으로 판정받지 않더라도 경영부실 진단기준 중 하나인 신입생 충원율과 전임교원 확보율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 역시 사업 참여를 배제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과거 참여정부 때에는 전임교원 확보율이 대학설립운영규정에 규정된 수준을 넘어야 지방대학 혁신 역량강화(NURI)사업이나 수도권대학 특성화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사실상 ‘사문화’됐는데, 이를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교과부 담당자는 “정부 정책 의지를 알리는 ‘시그널’ 수준에서 그칠지, 실제적으로 사업 참여를 배제시키는 수준으로 할지, 신입생 충원율과 전임교원확보율의 적정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 1월에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영부실 판정 대학은 정부가 내년부터 새로 도입하려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ICL)’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이 대출받는 학자금은 결국 대학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경영부실 판정 대학의 생명을 연장하는 ‘링거’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실태조사를 거쳐 경영부실로 판정받은 대학에 대해서는 컨설팅을 통해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한편 정부 재정지원을 중단하고,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모집 정지, 정원 감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행정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과부가 대학정보공시, 행·재정 지원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는 데에는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사립대를 강제 퇴출할 법적 수단이 없는 것도 원인이다. ‘대학법인의 해산 및 잔여재산 귀속에 관한 특례’를 담은 사립학교법 개정이나 구조조정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나 국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사립대 구조조정 제정을 추진했던 김선동 의원(한나라당)도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며 법안 발의를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대학선진화위원회가 경영부실 대학을 최종 확정해도 발표 수위는 대폭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부실’ ‘잠재부실’ ‘경영개선’ 등으로 분류해 몇 개 대학은 자체 구조조정 추진, 몇 개 대학은 통폐합 권장 식의 발표에 그칠 전망이다. 또 다른 교과부 관계자는 “사립대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근거가 명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교과부도 자신 있게 치고 나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선진화위원회는 그 동안의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4일 경영부실 대학을 최종 심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는 내부 검토 등을 거쳐 내년 1월초 종합 결과를 최종 발표할 계획이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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