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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약학대 유치 주력 … “세계 가톨릭계 대학과 교류·전인교육 심화하겠다”
국제화·약학대 유치 주력 … “세계 가톨릭계 대학과 교류·전인교육 심화하겠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09.12.15 12:5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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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인터뷰] 대학 개혁 ‘대전환’ 꾀하는 박영식 가톨릭대 총장

1995년 종합대학으로 출범한 이후 15년 동안 ‘조용한 대학’, ‘온순한 학생들’이라는 이미지를 고수해 오던 가톨릭대가 올해부터 180도 달라졌다. ‘인터내셔널 허브’를 통해 대학 국제화 경쟁에 뛰어드는가 하면, 약학대학 설립에도 사활을 걸었다. 최근에는 서강대 등 전국 가톨릭계 대학 총장협의체(11곳)인 ‘한국가톨릭계대학총장협의회’를 발족, 회장 대학으로 참여하면서 대학 간 교류의 물꼬를 터나갈 채비까지 마쳤다.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 1월 취임한 박영식 가톨릭대 총장(종교학과, 56세)이 있다. 1년 새 외국인 교수를 대거 영입, 영어강의를 3배나 늘리는 등 국제화의 정지작업이 한창이다. 약학대학을 유치해 국내 최대의 의·약학 의료네트워크 ‘메디 클러스터’를 구축하면서 2015년까지 대학평가 ‘TOP 7’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조용한 대학’의 이미지를 깨고, 명실상부한 종합대학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박 총장의 복안은 무엇일까.

● 일시: 2009년 12월 7일 오후 6시 
● 장소: 가톨릭대 총장실
● 대담·진행: 최익현 교수신문 편집국장
● 사진·정리: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박영식 가톨릭대 총장
1978년 가톨릭대 신학부를 졸업하고, 천주교 서울대 교구 사제를 지내다 1984년부터 3년간 김수환 추기경 비서를 지냈다. 1987년~1996년 로마 교황청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박사를 했다.1997년 가톨릭대 종교학과 교수로 부임해 문화영성대학원장등을 맡았다. 그리스어·라틴어·히브리어 등 12개 국어에 능통한 박 총장은 2008년 11월 한국 신부 최초로 교황청 성서위원으로 위촉됐다.
>> 대학 국제화, 약학대학 설립 등 총장님은 취임사에서 가톨릭대의 ‘대전환’을 예고했는데요. 지난 1년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가톨릭대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역량을 집결해야 할 단계에 서 있습니다. 교육과 연구에 충실한 대학을 만드는 데 주력하는 부문은 ‘국제화’입니다. 인바운드 국제화를 통해 가톨릭대를 ‘아시아 국제화의 허브’로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고령화와 녹색기술시대를 맞아 의학·약학·생명공학을 결합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대학 경쟁력을 위해 뒤따라야 할 과제입니다.”

>> 주력하는 ‘인바운드 국제화’는 무엇입니까.
“국제화의 기본은 문화적 교류입니다. 서로 만나 소통하면서 인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원을 나눌 수 있는 것이죠. 세계적인 추세에 비춰 영어는 국제화의 주된 도구입니다.
대학에서 앞다퉈 세계 석학 교수들을 불러들이지만 사실상 실패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1인당 연간 5만~10만 달러를 지불하면서 데려오면 외국인 교수들은 (계약된 부분에 한해) 가르칠 것만 교육하고 연구에 몰두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교육은 전인교육이 기본이기 때문에 투자 대비 교육 효과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죠.
올해 정부로부터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금으로 24억1천600만원을 따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은 영어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기숙사비 정도(20~30만원)만 냅니다.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타 대학이 200~300만원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 전세계 가톨릭계 대학과 연계가 대학 국제화의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 될 것 같은데요.
“가톨릭계 대학은 세계 도처에 600여개에 달합니다. 가톨릭계 대학은 일치성이 굉장히 강하죠. 더구나 저는 로마 교황청 성서위원으로 있습니다. 로마에서 신학 공부를 10년 한 것 외에도 현지에서 3~4년간 강의한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신부이자 총장이고 로마 교황청 성서학회 회원이라는 점 등의 이점을 살려 자매대학부터 교류의 폭을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 세계 가톨릭계 대학과 교류하는 방안과 함께 폭넓은 인재 풀을 데려올 복안은 있는지요.
“우리나라처럼 지금 외국도 SCI급 논문을 한해에 수십 편씩 써대는 유능한 박사인력들이 교수 자리를 못 구하고 있어요. 이들을 활용하는 것은 ‘상생의 길’입니다. 이들은 우리 대학에서 강의 경력을 쌓아 본국으로 돌아갈 발판을 마련하고, 우리 학생들은 내실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지요. 그래서 가톨릭대는 외국인 교수들을 주로 계약제로 임용합니다.
가톨릭계 자매결연 대학 중에서 안식년을 맞은 석학 교수들을 6개월~1년 초빙하는 방안도 효과적일 것입니다. 굳이 세계적인 석학이 아니라도 학생들에게 애정으로 다가가는 교수들, 교육에 충실한 외국인 교수들이 무엇보다 우선입니다.”

>> 가톨릭대는 의과대의 전통과 역사가 깊은데 최근 약학대학에도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약학대학 유치에 사활을 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의사가 처방하고 약사가 조제하는 시대는 저물었습니다. 의사와 약사가 합심해야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요. 의료계에서 일종의 융합이라고 볼 수 있겠죠. 가톨릭대는 의·약학과 생명공학을 접목한 ‘메디 클러스터’를 국내 최고의 의학 전문인력 양성소로 만들 것입니다.
약학의 경우,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면 신약으로 개발되는 확률이 1/10000입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청장 김재수)에서는 무수히 많은 물질을 개발하고 있지만 임상 단계에서 가로막히죠. 임상을 하려면 병원, 의사 등 인프라가 있어야 합니다.
가톨릭대는 축적된 역량이 있어요. 물질을 개발하면 바로 임상에 투입할 수 있는데 이런 인프라를 갖춘 대학은 드물죠. 13년 전부터 타 대학 연구진들을 데려다 교육해 왔습니다.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 물질을 임상에 적용하면 세계적인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 연구력 향상과 교수업적평가는 대학발전 전략을 추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인데 교수들을 동력화할 방안은 있습니까.
“중장기 발전안 ‘2015플랜’에는 국제화와 연구 및 교육중점 특성화를 핵심전략으로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같은 중소규모 대학은 전체 교직원이 힘을 합하지 않으면 어떤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원칙적으로 교수는 공부해야 합니다. 열심히 연구한 바를 가르치는 것이 교수로서 최고의 역할인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는 대학 운영에 관여해야할 일이 잦아집니다. 가령 보직자들이 그렇고 학과장, 교수님들도 정신없이 바쁘죠.
교수는 학교, 학생, 사회를 위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연구 성과로 돌려주든 학교 행정업무로 돌려주든 똑같다고 생각해요. 학교 일하다 보면 논문 쓸 시간이 없지 않겠습니까. 이 때문에 업적평가 봉사영역에서 확실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입니다.
한편 올해 전체 연구비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늘어 450억원을 넘었습니다. 여기에 기금 모금과 수익사업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학 발전의 성과를 교직원에게 최대한 돌려주도록 할 것입니다.”

>> 요즘같이 빠르게 변하는 대학사회에서는 대학은 교수들이 교육, 연구에 진력하기를 기대하는데요. 교수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대학사회는 변화를 아주 싫어합니다. 기업체 같았으면 하루면 될 일도 대학에서는 1년, 10년씩 걸리죠. 하지만 대학이 빨리 변하면 교육에 문제가 생기는 등 장단점이 분명히 있다고 봐요.
학교와 교수는 별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양쪽 다 ‘대학본부-교수’라는 대결국면에서 벗어나 주인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저는 교수님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어쩔 수 없이 총장직은 하나이지만 우리 모두가 총장이라고 생각하세요. 각자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고 잘못은 스스로 평가하시라.’ 주인의식을 가진 교수들이 많아지는 것은 대학이 올바로 서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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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라 2009-12-20 18:48:44
뛰어난 능력과 열정을 갖추신 총장신부님의 취임이
3개캠퍼스 하나의 대학으로 새롭게 출범한 가톨릭대학 발전에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가톨릭대의 건승을 기운합니다.

양사장 2009-12-18 20:08:28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