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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절반’에 숨겨진 비밀
[나의 연구실] ‘절반’에 숨겨진 비밀
  • 황보승 호남대·전자광공학
  • 승인 2009.12.07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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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말 사상 초유의 외환위기 사태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 체제로 들어설 때, 다행히 연고는 없지만 광주에 있는 호남대에서 교편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박사학위 전공은 유전체 내 공간전하와 부분 방전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것으로 고전압 계측 분야였다.

처음 몇 년 동안은 교수가 됐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을 열심히 준비하고, 동아리도 만들고, 대학원생·학부생들과 함께 열심히 연구도 수행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턴가 한 가지 심각한 문제에 부딪혔다. 그것은 고전압 분야 회사들이 주로 대기업으로, 지방대학 학생들이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해도 취업하기가 힘들다는 점이었다.  

왼쪽 뒷줄부터 시계방향으로 곽민우(학부생), 김영후(학부생), 김종민(학부생), 김규언(석사과정), 최수일(석사과정), 김성수(석사과정), 황보승 교수, 이혜인(학부생), 조명호(학부생)

사진제공: 호남대 전자·광공학과


光산업을 새로 육성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 대학에서도 정부 보조를 받아 광 관련 학과를 새로 만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하고 광전자공학과(지금은 전자·광공학과)에 지원했다. 방학기간에 일본 연수를 다녀오는 등 나름대로 광계측 분야를 준비했다.

우리 연구실은 LabVIEW를 활용한 계측 및 자동화 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국내 제1의 LabVIEW 관련 연구 그룹이 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LabVIEW는 공학용 인터페이스를 위한 그래픽 도구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프로젝트, 객체지향성과 상속 개념 등이 도입되면서 그래픽 언어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 연구실은 광계측 관련 5억원 정도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학원생 4명과 학부생 8명으로 구성돼 있다. 학생들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실시하고 있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연구실을 ‘절반은 대학, 절반은 기업’으로 운영하는 것과 외부 프로젝트 수행이다. 모든 연구실 학생들은 기업체에 근무하듯이 수업을 포함해 하루 8시간 이상(또는 일주일 40시간 이상) 연구실에서 전공공부 또는 과제를 수행한다. 그리고 국제자격증의 일종인 CLD(Certified LabVIEW Developer)를 1년 이내에 취득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우리 연구실 출신이 보유한 CLD는 전체의 약 15% (7/46)로 국내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현장실무능력 향상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업체로부터 외부 프로젝트를 수주해 학부 4학년생을 중심으로 수행한다. 이때 대학원생은 지도 및 자문 역할을 수행한다. 올해 수행한 외부 프로젝트는 5건이며, 수입은 약 2천만원 정도이다. 수입은 주로 인건비와 식비로 지급되며, 일부는 연구실 운영비와 행사비(봄: 야외 세미나, 여름: 바다낚시, 가을: 체육대회, 겨울: 스키장 세미나), 어학연수 지원 등에 사용된다. 이와 같은 노력 덕분에 우리 연구실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현재 기업체 대표(4명), 한국 NI(2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취업률은 거의 100%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우리 연구실도 실상은 모든 일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최근 지방의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 때문에 지역대, 특히 지역 사립대의 자원은 급속히 고갈되고 있으며 우리 학과와 연구실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연구실은 주어진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도전할 것이다. 국내 제1의 LabVIEW관련 연구 그룹이 되기 위해서.

황보승 호남대·전자광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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