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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주년 기념사] 참된 시작
[창간 10주년 기념사] 참된 시작
  • 교수신문
  • 승인 2002.04.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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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17 13:21:20
“인생에 필요한 조건을 두 배로 갖추어라. 그러면 생활 역시 두 배의 가치를 지닐 것이다.” 중국 명대의 대학자이자 정치가인 뤼신우의 呻吟語를 떠올리며 창간 10년을 맞이하렵니다.

꺼질듯, 날려갈듯 하는 불씨를 붙들고 지나온지 10년, 명예훼손(?)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거나 부채로 인한 가압류 등의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한달 가량의 휴간을 제외하고는 몇 번의 깊은 골을 다 견뎌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에 차지 않고, 아쉽거나 분노하게 되는 것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치를 비롯해 사회전반이 별로 달라진 것이 없고 대학 사회 또한 그 와중에서 더 할 수 없는 갈등과 상처를 안고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시장논리가 대학교육을 지배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부적절을 노정하고 있습니다. 경영마인드를 내세워 행정관료나 대학과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이 총장직을 떠맡는다든가 학생 소비자 중심이라는 이름으로 대학교육과정을 황폐화하고 경쟁과 업적평가라는 미명하에 실시하려는 교수계약제나 연봉제는 교수 사회를 불신과 미로에 허덕이게 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세상사는 변해야 하는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으로 구분되기도 하는 바, 대학은 잘 변하지 않는 것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변하지 않는 가치와 진리를 보존하거나 지켜나가는 곳입니다.

1992년 창간사에서 교수신문은 ‘대학이 바로 서야 나라가 선다’는 믿음을 내보이면서 대학 문화와 교수 사회를 개선하려는 의욕과 자정의 노력을 자임하고 나섰습니다.

되새겨 본다면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정 그리고 열정을 대학사회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며 인간 이성의 계발을 통해 인간성과 사회의 온전함을 도모할 수 있다는 즉 진정한 진보주의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며, 현실을 바라보는 안목이나 문제를 분석하는 의식의 철저한 합리주의 신봉을 기치로 내세운 바 있습니다.

그러나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 전반의 부도덕성과 이기심은 이러한 노력을 무력하게 만들었습니다.

2002년을 새로운 원년으로 삼아 이제 지난 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수신문은 새로운 출발, 참된 시작을 시도하려 합니다. 우선 그 동안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신 교수님, 총장님을 비롯한 대학 당국과 교수신문을 돕는 것이 곧 대학 문화를 풍성하게일으켜 세우는 길이라는 일념으로 대폭적인 지원을 해 주신 기업체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힘껏 새 출발을 하렵니다. 그것이 곧 교수신문의 힘이고 용기이며 자산이고 자랑입니다.

다음으로 교수신문은 격주에서 주간 발행체제로 매주 독자들을 찾아뵙도록 할 것이며, 한국지성사회의 대변지 역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종전의 년 22회 발행을 44∼46회로 지면을 갑절로 확충해 여론형성과 대학지성의 보고로 만들겠습니다.

셋째로 교수신문의 내용을 다양하게 구성해 지적 흥미와 유익한 읽을 거리로 만들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수님과 일반독자들의 문제제기와 많은 투고가 필요합니다. 교수들을 위한, 교수에 의한, 교수들이 만드는 진정한 교수신문이어야 합니다.

올해 교수신문이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기획으로는 학문후속세대 육성 대책, 위기에 처한 지방대 문제를 푸는 대안, 이공계와 인문사회계의 균형적인 발전 운동,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대학사회의 자정 방책 등이 있습니다. 창간 10주년 행사의 하나로 시작한 학술에세이 공모전도 계속 시행할 것입니다. 이는 각 학문간의 학제적인 대화라는 의미도 있지만 지성사회의 새로운 글쓰기 시도라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있습니다.

나아가 총장들의 경륜을 담아가는 총장론, 한국 지성사를 대표하는 인물평전 등을 연재할 계획입니다. 그 첫 번째로 함석헌 선생 평전이 예정돼 있습니다. 10년의 성숙이 있기까지 성원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과 헌신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필자로 선뜻 도움을 주신 2천여 교수님들, 10년을 한결같이 구독해주신 애독자분들, 광고로 협찬해 주신 기업주와 광고주 그리고 헌신적으로 봉사하시는 50여명의 교수신문 임직원,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신문제작에 심혈을 기울여 준 교수신문 가족들에게 감사와 창간 10주년의 기쁨을 바칩니다. 모든 이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2002년 4월 15일 발행인 이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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