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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 법인 대우학원 회계장부 의혹
아주대 법인 대우학원 회계장부 의혹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0.12.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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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이 23조원을 분식회계처리, 소액주주들과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이 드러나 사회적인 파장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아주대는 김덕중 총장 퇴진 운동과 대우와 관련한 부채의 책임공방이 일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교협, "재단부채 떠넘겼다" vs 법인, "빌려줬을 뿐"

지난달 22일 아주대 교수협의회(회장 임한조, 전자공학부, 이하 교협)가 주최한 '김덕중 총장의 사립학교법 위반에 대한 수사촉구대회'에서 임한조 교협 회장은 "법인이 부채를 학교와 병원으로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대우가 워크아웃을 당하자 대우학원이 법인의 부채를 학생들의 등록금과 병원의 수익으로 대신 갚으려 한다는 것이다.

교협의 주장에 따르면 아주대 병원은 병원별관을 지으면서 생긴 (주)대우에 대한 부채 중 1백억원을 1998년 4월 경기은행(현 한미은행)에서 기채를 발행해 갚았는데 2년이 지난 상황에서 법인이 그 1백억원을 다시 병원보고 갚으라고 한다는 것이다.

1백억원 부채는 누구 몫인가

반면 법인은 아주대 병원이 1993, 1994년에 동양종금으로 부터 빌린 운영자금 1백억원에 대한 이자율이 IMF사태로 급격히 높아지자, 이를 이자부담이 낮은 경기은행(현 한미은행)에서 1백억원을 차입해 급한 불을 끄려고 했다는 것이다. (*)

이 과정에서 아주대 병원은 기채 승인을 받기 위해 병원별관 공사비 명목으로 교육부에 승인을 신청했고, 이 금액은 1998년 4월 병원이 아닌 대우건설로 바로 지급됐다. (*)

그러자 대우학원은 대우그룹으로부터 (주)대우에 상환한 건설비를 명목으로 1백억원의 기부금을 받아냈고, 이 돈으로 동양종금의 부채를 갚았다는 것이다. (*)

이에 따라 (주)대우에 지급된 건축비 1백억원은 병원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덕중 총장 재임시절 대우학원과 아주대의 회계장부 상에서 이뤄진 자금이동에 따르면 법인의 주장은 모순된다.

1998년 2월 28일 이전까지 대우학원의 재무재표에는 (주)대우가 지어준 건물들에 대한 미지급금이 대우학원과 아주대로 구분, 기록돼 있다.

그러나 (주)대우에 어음을 발행하기 전에 아주대의 부채는 모두 대우학원으로 옮겨갔다.

이에 대해 법인관계자는 "대우그룹의 지원으로 대우학원이 건설비를 모두 부담하기로 한 상태였고, 대학에 부채가 많으면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익이나 재무상태를 되도록 불리하게 작성하는 회계보수주의 원칙을 고려할 때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의 약속 한마디에 기부가 실현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대학의 부채를 줄였다는 것은 별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더구나 아주대의 부채 1백2억원이 어음발행 직전에 법인으로 옮겨가 자금상황이 어려워진 대우가 대우학원과 아주대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러일으킨다.

또한 아주대 병원의 어음발행내역에 따르면 동양종금에 대해 IMF사태가 터지기 전인 97년 9월부로 25억원을 상환한 것으로 나타난다.

게다가 교수들의 주장은 당시 아주대 병원의 재정형편이 75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시에 대우학원으로부터 병원에 들어온 1백5억원과 동양종금의 부채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법인의 주장에 따르면 법인이 대학의 건설비 부채까지 모두 가져가는 상황에서 병원이 건설비를 지급한 것이어서 교협의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준다.

이수일 교수(물리학과)는 "법인은 여유가 있을 때 기부에 따른 세제혜택을 받고 재정형편이 어려워지자 다시 기부금을 돌려달라는 겪이다"고 말했다.

아주대에서 없어진 66억원의 행방

한편 2000년 1월 아주대학교 재무재표 중 자금계산서를 보면 자산전입금 결산금액은 2백38억원으로 돼 있으나 한달이 지난 2월의 결산금액은 오히려 66억원이 줄어든 1백73억원으로 기재돼 있다.

이와 관련 교협 관계자는 "법인이 '기부금이 안들어 왔다'고 했다가 '대천전문대와 병원으로 돌려썼다'고 하고, 다시 '병원에만 썼다'고 하는 등 해명을 번복하고 있어 믿을 수 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아주대가 갚아야 할 건축비 부채는 병원별과, 체육관, 캠퍼스플라자 등 총 2백43억원으로 이를 모두 청산하려면 교육비 투자는커녕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법인의 부채를 갚아야 할 형편이다.

<대우학원과 대우의 재무변동 주요일지>1997년 3월 - 김덕중 총장, 김우중 대우그룹회장과 협의 (주)대우에 대한 건축비 미지급금을 법인이 부담하기로 합의.
*1997년 9월 - 병원, 동양종금에 75억원 어음발행(93, 94년 차입분).
1998년 2월 28일 - (주)대우에 대한 아주대 부채 62억원 대우학원으로 옮김.
*1998년 3월 - 병원, 동양종금에 75억원(?) 부채 상환.
*1998년 4월 - 한미은행, (주)대우에 건축비 100억원 상환 (병원 기채 발행)
*1998년 5월 - 대우그룹, 대우학원에 1백억원 기부, 대우학원, 병원에 105억원 지원.
1998년 11월 2일 - (주)대우에 대한 아주대 부채 102억원 대우학원으로 옮김.
1998년 11월 8일 대우학원, (주)대우에 1,016억원 어음 발행 (제2공학관, 병원별관 등 건축비 미지급금).
1999년 7월 - (주)대우, 한국종금과 동양종금에 대우학원 어음 담보로 제공.
1999년 8월 - 대우 12개 계열사 워크아웃 결정
2000년 1월∼2월 아주대 재무재표 자금계산서 자산전임 결산금액 66억원 감소.
2000년 3월 대우학원, 건축공사비 미지급금을 법인 277억원, 대학 138억원, 부속병원 313억원으로 배분,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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