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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이름으로 … 학생회가 준비한 ‘특별한’ 강연회에 선 스승
추억의 이름으로 … 학생회가 준비한 ‘특별한’ 강연회에 선 스승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9.11.30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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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_ ‘10만 제자’ 기념 특강한 강신웅 경상대 교수

1980년부터 경상대 교수로 재직하다 오는 2010년 2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강신웅 경상대 교수(65세, 중어중문학과)의 강의실을 다녀간 이들은 10만여명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스승과 제자로서 깊은 인연을 맺은 이들이 곳곳에 가득하다.

강신웅 교수가 지난 25일 수강인원 10만 명 돌파를 기념하는 특별강연회에 참석했다. ‘특강’은 경상대 총학생회가 마련했고 중어중문학과 총동문회가 주관해 의미가 크다. 강 교수는 재직기간 동안 전공 6천여명, 교양 9만여명, 외부강연 1만2천여명, 계절학기 6천여명 등 모두 11만4천여명의 학생을 맞았다. 마지막 학기인 올해 2학기에도 전공·교양 5개 강좌에 1천400여명이 수강 중이다.

수강인원 10만명 돌파 기념 특별강연회에 참석한 강신웅 교수의 모습.

강 교수의 감회도 남다르다. “축하받을 일인지 모르겠지만, 대학교수로서 연구실에 앉아 있는 것 못지않게 교육과 봉사에 나름대로 열정을 갖고 임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후배 교수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특별강연회 요청을 수락했습니다.”

강연활동은 상아탑 안에만 한정짓지 않았다. 주변지역 고등학교에서 해마다 1회 이상씩 강연했다. 그는 “졸업생들이 사회로 나가 여러 상황에 맞닥뜨릴 때 내 강의가 생각이 난 것 같습니다”라며 “고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고전을 해석하는 역할을 맡아 왔어요”라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강의해 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과목은 ‘동아시아 고전의 이해’와 ‘한자의 이해’다. 스스로 “그다지 멋있는 강의이름은 아니에요”라고 말 하지만 8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맡아온 만큼 애착이 크다. “처음엔 학생이 적었죠. 하지만 현실성과 해학을 접목해 강의하고, 특히 딱딱하고 고답적인 중국고전을 현실감 있게 풀어 설명하거나 프랑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경험을 살려 서구어로 번역해 설명하는 작업이 신선함을 준 듯해요.”

강 교수는 “팬레터를 보내오는 여학생이 있는가 하면, 졸업한 후 아이의 이름을 지어달라는 학생도 있었어요”라고 회고했다. 특별한 추억은 이밖에도 많다. 1997년 경상대 학생들의 동생인 여고생 30여명이 몰려와 강의를 청강한 적도 있고, 강의실이 비좁아 운동장으로 마이크를 들고 나가 비를 맞으며 수업하기도 했다.
대학은 날이 갈수록 거대해졌고 이제 대형 강의실에 300~400명의 수강생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다. 강 교수는 “강의분위기도, 풍경도 많이 달라졌지만 한자문화권을 이해하고 한자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같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인문대학 학장, 출판부장, 대한중국어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치열한 강의만큼 연구 작업을 수행하며 30여권의 저서를 내놓았다. 논문 중심의 업적평가 강도가 세지면서 연구실에 틀어박혀 강의를 등한시 하는 일부 후배 교수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강의는 연구와 똑같은 선상에 있습니다. 스스로 강의내용을 평가하면서 연구주제로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해 왔어요.”

고별강연회 성격이 짙은 이번 특별강연회 주제는 ‘고전과 인생’이다. 강 교수는 “중국 고전에 나타난 유가와 도가사상을 오늘날 일상생활과 연계해 반드시 알아야할 동양고전의 도덕성, 윤리성, 인생관 등에 대해 얘기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년퇴임 이후엔 명예교수로서 강의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저술계획도 일찌감치 잡아놓았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보다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사고를 갖고 살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추구했으면 합니다. 아무리 각박한 경쟁사회라고 해도 相生養之道를 중시해 仁의 덕목을 실생활에서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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