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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세계화와 국학
[원로칼럼] 세계화와 국학
  • 교수신문
  • 승인 2002.04.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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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12 15:09:20
오늘날 세계화의 국가 정책과 그러한 사회적 경향에 의해 국학은 심한 위기에 봉착했다. 세계화는 선진화와 범세계적 개방이라는 두 측면이 있다. 이러한 세계화는 먼저 선진화에 의하여 강력한 산업 경쟁력을 기르고 그 토대에서 문화, 사회, 경제를 세계적으로 완전 개방하고 자유 경쟁으로 수출을 증대하여 국가의 부강을 도모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세계화를 위한 선진화는 선진문화국에의 동화, 곧 선진문화와의 공통화의 과정을 거쳐서 이뤄지게 되는데 이 선진화는 실상 세계 최고의 선진국인 미국 문화에의 동화, 곧 미국 문화와의 공통화를 통하여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 문화의 수용과정에서 필수적인 첫 단계는 미국에서 사용하는 영어의 사용이다. 이러한 영어 사용은 세계화의 문턱에서 국가나 개인이 그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으며 그러한 국가의 정책과 개인의 노력으로 영어 사용과 영어 교육이 급속하게 성행하고 있다. 그래서 국가에서는 일정 지역을 영어 공용어권으로 지정하려고 시도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거국적으로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국가로서는 영어 사용을 확대하지 않으면 문화의 수용과 산업의 발달과 경제활동 및 관광사업에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하고 개인으로서는 자녀의 영어 교육이 성공하지 못하면 그 자녀는 상급학교의 진학, 졸업 후의 취업에 실패하고 이 사회에서 무능한 생활인으로 전락한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의 국가의 번영과 개인의 성공은 영어사용권의 확대와 영어 능력의 향상으로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이 굳어져 가고 있다.

다른 나라인 선진국의 문화에 동화하는 선진국화는 단순히 언어의 면에서만 우리 문화의 후진성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고 그 후진성 논리와 외국문화와의 교제는 모든 국학에 적용된다. 그래서 오늘날 선진화, 세계화의 과정에서 모든 국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선진국문화화는 참된 세계화가 아니다. 참된 세계화는 선진국문화화에 있는 것이 아니고 개방된 세계를 무대로 우수한 제품을 많이 수출하여 나라가 부강하고 개인이 부유하게 되는 데 있다. 그러므로 세계화 시대의 최고의 목표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우수 제품은 선진국 기술을 도입해서 만든 선진국과 같은 제품이 아니다. 그러한 제품은 항상 앞서 개발한 선진국 제품에 뒤질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려면 다른 나라 제품과는 차별성 있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차별성 있는 제품은 차별성 있는 사고, 차별성 있는 아이디어, 차별성 있는 디자인에서 이뤄질 수 있다. 언어는 차별성 있는 사고를 유도하며 철학과 민속은 차별성 있는 디자인을 유도하며 역사는 이러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다른 나라의 것과 차별성 있는 사고, 차별성 있는 아이디어, 차별성 있는 디자인은 한국어, 한국철학, 한국민속, 한국예술, 한국역사 등 국학의 연구로써만 이뤄질 수 있다. 그래서 가장 세계적인 것은 가장 한국적이라는 말이 있다. 개인의 교육과 성공의 기대도 또한 영어의 학습에 비중을 둘 것이 아니고 국학의 교육을 통한 창의력 개발에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국학의 진흥 없이 성공적인 세계화는 이뤄지지 않는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국가의 세계화 정책은 국학 진흥책과 더불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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