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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수도권 인구 집중과 지역의 위기
[풍향계] 수도권 인구 집중과 지역의 위기
  • 교수신문
  • 승인 2002.04.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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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12 14:59:05
 ◇ 박영근 주간/중앙대
우리가 겪고 있는 총체적 위기의 원인중 하나가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같다. 수도권과밀억제정책(이하 수과책)은 국토의 균형적 개발차원에서 1970년초 이래 정부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정책이다.

그러나 수도권 인구집중은 기업들의 ‘저효율 고비용’을 조장했을 뿐만이 아니라 환경오염, 고지가 현상, 인구집중, 주택난, 교통난, 범죄급증, 물류난을 심화시켜 경쟁력과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반짝 인기정책 때문에 그린벨트와 마찬가지로 ‘수과책’이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그동안 이 정책의 과감한 시행으로 수도권에 공장과 학교의 건설이 규제돼 왔고 지방이전이 촉진돼 왔다. 그런데 국민의 정부에 들어와서 규제완화-세계화-경쟁력 강화라는 이름으로 추진될 때마다 야금야금 침해당해 이제는 껍데기만 남게 됐다. 심지어 ‘수과책’을 강력히 밀고 가야할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마저 개혁이니 경쟁력을 들먹거리면서 정책의 일관성을 저버리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1백명 중 87명이 도시지역에 살고 있다. 건설교통부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 인구에 대한 도시계획구역안 거주인구의 비율은 95년말 현재 86.5%씩이나 됐다.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지난 60년 39.1%에 불과했지만 70년 50.1%, 80년 68.7%, 90년 81.9% 등으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는 90년을 기준으로 한 일본의 77.4%, 프랑스 74%, 스위스 68.2%, 미국 75.2%에 비해 턱없이 높은 수치이다.

이러한 도시화의 진행으로 도시인구는 지난해말 현재 4천만명을 웃돌고 있는 반면 농촌 인구는 6백만명도 채 되지 않는다. 수도권 집중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이익보다는 불이익이 크게 불거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상실한 데는 수도권 집중이 큰 요인이 됐고 따라서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적 모순을 심화시키는 꼴이 된 셈이다.

오히려 후퇴한 수도권 정비 계획법

사정이 이러한데도 건교부는 얼마전 지금까지 수도권지역에서 인구집중과 과밀현상을 막기 위해 실시했던 규제조처를 큰 폭으로 완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을 만들었다. 수도권에서 관광지 조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공장시설 가운데 식당-의료시설-기숙사 등 종업원 후생복지시설과 환경오염방지·시험연구 시설을 수도권공장 총량규제대상에서 제외해 사실상 수도권에서 공장증설을 허용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경악할만한 내용이었다.

이런 규제완화 움직임은 당연히 환경운동 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들 단체는 수도권정비 계획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해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수도권지역의 공장 신·증설이 허용되면 인구집중과 오염발생업소의 증가로 수도권 쓰레기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도시녹지공간마저 잠식돼 수도권의 환경오염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며 “이것은 정부가 지난 82년 수도권정비계획법 제정 이후 15년 동안 유지해 온 ‘수과책’을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과책’과는 사뭇 다르게 수도권에 대학을 증설하는 정책이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외국 학교법인들이 국내대학을 인수하거나 설립한는 게 전면 허용된다. 교육부는 “99년부터 외국 학교법인들이 우리나라 대학설립 운영규정의 기준을 갖출 경우 단독이나 합작형태로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을 자유로이 설립하거나 기존대학 인수를 호용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외국학교법인은 99년부터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적용을 받는 서울과 수도권(경기-인천)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 대학, 대학원, 개방대, 각종 학교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대학원이나 50인 이하의 소규모 대학의 신설과 기존 대학의 인수는 언제나 가능하다. 수도권에 대학설립 불허, 입학정원의 증원 억제, 지방이전 등의 원칙을 교육개혁의 이름으로 파괴된 셈이다.

수도권 대학 지방이전 고려할때

정부는 수도권 집중억제의 일환으로 대학정원을 규제한 결과로 서울소재 대학에 대한 초과수요가 발생하고 점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비정상적인 현상은 사교육비의 과다지출과 과열된 입시경쟁이라는 사회문제로 번지면서 우리 사회의 밑동을 훼손시키고 있다. 그런데 수도권 대학은 격심한 입시경쟁으로 사교육비의 과다지출을 초래하는 반면, 지방대학은 학생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대학교육은 고용효과가 매우 커기 때문에 수도권 인구분산 정책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사항이다.

따라서 서울에 있는 이른바 명문대학을 지방으로 내려 보내는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법이다. 차제에 수원-안성-천안-평택 지역 등에 이른바 대학띠(University Belt)를 만들어서 광역 대학촌을 조성, 대학끼리의 연계과 협력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서 경비절감, 인구분산, 학-학협동, 산-학협동을 통해 대학문화의 창달을 꾀할 수 있는 유인책을 다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럴 때 세제혜택과 대학이전에 따른 특전을 과감하게 주어서 잠재경쟁력의 축적을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간접자본, 대학, 병원 등에 대한 시설투자가 지방에서 우선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제도개혁과 세제혜택이 필요하다. 뿐만이 아니다. 사법시험, 의사, 약사 자격시험 등 각종 자격시험을 지방권역 중심으로 시행해서 특정 권역에서 자격증을 사용하려면 그 권역에서 자격증을 얻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또한 지방할당제의 실시를 독려하고 지방대학 출신이 취업에서 차별 받지 않는가를 조사-감시하고 이들의 취업을 신장하기 위한 특별조치를 아울러 강구해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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