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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필요하지만 ‘연구윤리’도 중요합니다”
“자신감 필요하지만 ‘연구윤리’도 중요합니다”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9.11.23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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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교육과 연구를 결합해 융합실험을 하기 위해 새로운 캠퍼스, 새로운 연구 환경을 갖췄습니다.” 지난 3월 문을 연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은 관악산 중턱이 아닌 경기도 수원시에 자리 잡고 있다. 기존 조직에 덧붙인, 특정 학문이 중심이 된, 혹은 몇 가지 과목을 공유하는 식의 융합은 의미 없다는 생각에 따라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시작한 셈이다.

최양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컴퓨터공학부·사진)은 “서울대가 융합모델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며 융합연구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융합에 적합한 인재를 키우는 한편 실질적인 결과를 창출해 아이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단순히 아이디어를 공유하라고 하면 소통하지 않는다. 융합연구를 통해 새로운 결과를 창출하기 위한 방법론, 훈련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교육과정마다 융합을 경험하고 새로운 지식을 불어넣으면 몇 년 뒤엔 융합연구를 잘 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융합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융합마인드와 경험을 갖춘 교수진도 필수다.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엔 다양한 학문을 전공한 교수와 특정분야를 전공한 교수가 골고루 섞여 있다. 전자공학 학사학위를, 음악학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도 있고 건축과 디자인, 문화정보를 연구한 이도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모여 열린 자세를 갖고 교류해야 융합연구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최 원장의 설명이다. 자신의 학문분야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융합분야로 눈을 돌린다면 융합연구도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몇 년 사이 대학가에 융합이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한국 대학의 융합실험은 이제 걸음마 단계를 막 지났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융합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을 뿐이지 나노연구, 문화와 기술을 결합한 게임산업 등 기술을 뛰어넘어 새로움을 창조하는 시도는 예전부터 있었다”고 강조했다. “미국, 일본 등은 국가정책을 통해 융합이란 새 패러다임을 퍼뜨리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융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기관과 연구소, 대학에 조직을 만들고 있다. 융합연구가 늦었다면 늦었다고 볼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TV를 가구처럼 만들거나 나노융합, 컴퓨터융합을 이미 보지 않았나. 게임과 문화, 만화의 결합도 커다란 융합기술이다.”

그는 융합연구·교육이 성공하기 위한 세 가지 요건으로 ‘3C’(Creativity, Collaboration, Confidence)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융합을 통해 1+1을 10, 혹은 100으로 만드는 창조성, 학문분야별 칸막이와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움을 창조하기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때 최 원장은 마지막 요건을 설명하며 ‘연구윤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선 확신이 있어야 하지만 반대로 너무 자신하다보면 성과를 과장하거나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이미 비슷한 사례를 겪지 않았나. 융합연구에 특별히 연구윤리가 필요한 이유다. 학생들에게도 융합연구에서 세 번째 요건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은 체제를 갖춰 나가는 동시에 새로운 융합모델을 만드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학원 운영을 책임지는 최 원장의 각오 역시 남다르다. 그는 “융합은 모든 분야가 개입할 수 있지만, 다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키울 것”이라며 “유행을 타지 않고 내실 있는 융합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융합을 하나의 독립된 연구분야로 선정해 장학금과 연구비를 지원해야 한다. 이공계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지원이 부족해 학생과 교수를 유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융합BK’와 같은 제도를 만들어 지원한다면 융합연구·교육이 쉽게 정착될 수 있다. 융합분야가 하나의 성장분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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