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2:25 (금)
‘섞고 합치고’ 실험 한창 … 양적 팽창보다 연구경험부터
‘섞고 합치고’ 실험 한창 … 양적 팽창보다 연구경험부터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9.11.23 1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달아오르는 대학가 융합열풍

융합 바람이 뜨겁다. 융복합분야, 최첨단분야 연구경향이 대학원 및 학과신설, 교수임용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존 학과, 전공 틀을 넘어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바꾸는 곳도 있다.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키워드, ‘융합’을 둘러싼 고민은 이제 시작이다.

“더하고 더하고”…이름 붙이기

융합정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은 당장 대학원, 학과 이름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서울대는 지난 3월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을 열고 나노융합학과, 디지털정보융합학과, 지능형융합시스템학과, 분자의학 및 바이오제약학과 등 4개 학과를 개설했다. 세종사이버대는 경영학부에 융합경영학과를 신설하고 신입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김덕현 융합경영학과장은 “국내외적으로 융합연구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융합기술을 활용해 제품수요에 반영하는 법을 연구·교육하기 위해 경영학, 산업공학, 기계공학 등의 학문분야 전공자들이 강사진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커리큘럼은 IT를 활용한 경영과목 10여개, 디지털융합과 방송통신융합 등 융합경영 관련과목 10여개 등으로 구성됐다.

WCU 신설학과도 융합연구를 하겠다고 나섰다. 연세대 계산과학공학과는 계산과학 중심의 다학제 프로그램 연구를 수행한다. 소속 교수들의 전공은 산업수학, 기계공학, 계산수학, 구조설계 물리학, 음양학 등이다.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는 대학원 인문사회계열 소속이다. 경영학, 신문방송학, 심리학, 사회학 교수들이 인간과 기술의 인터랙션에 관해 연구한다는 계획이다.

융합교육은 대학원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카이스트는 최근 석사과정으로 ‘융합자유선택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학부과정의 전공과 다른 석사과정을 공부할 수 있는 제도다. 이광형 카이스트 교무처장(바이오및뇌공학과)은 “융합은 학제간 공동연구가 가능해야 하는데, 습관적으로 학사과정 전공과 동일한 분야의 지도교수와 연구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새로운 시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대하기 위해 입학시험은 전공과 상관없이 진행하고, 합격하면 학과와 지도교수를 선택하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지도교수로는 반드시 학사과정 전공분야와 다른 분야를 전공한 교수를 선택해야 한다.

“융합형 신임교수, 어디 없나요?”

융합연구·교육을 할 수 있는 교수를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대학들은 “학문경험을 토대로 융합분야에 대한 안목을 갖춘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4년제 대학 융복합 관련분야에 임용된 신임교수 대부분이 미국 박사인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융합학문 전공자, 연구경험자를 찾다보니 관련 분야에서 역사가 오래 된 미국으로 눈을 돌린다. ㅎ대 교무처장은 “공동연구가 가능한 분야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서 시작해 장기적으로 융합마인드, 자질을 갖춘 이들이 필요하다”며 “공학분야 교수를 임용하더라도 마케팅 능력을 확인해 기술과 비즈니스 능력을 모두 갖춘 융합인재를 뽑기 위해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융합연구·교육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갑자기 불어 닥친 융합열풍은 당혹스러움을 낳기도 한다. 대학들은 융합인재를 원한다고 하지만 기준과 조건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당장 융합연구를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라며 혼란한 심정을 토로한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한 교수는 “WCU 신설학과가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 한 현상은 융합연구에 대한 방향과 진로가 불투명한 상황과도 관련 있다”고 말했다. 한 지방 국립대 교무처장은 “현재 다른 전공 커리큘럼을 합치는 식으로 융합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유사 학과가 커리큘럼을 공동으로 운영하거나 학문분야를 섞은 새로운 과목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융합연구를 한다고 해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단순히 연구 자료를 교류하거나 커리큘럼을 통합하는 등 학제연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실정이다. 특정학과 교수가 다른 학과 과목을 강의하는 것을 융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양적인 팽창에 집중하기보다 개념정립과 함께 연구경험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