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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대안과 정책적 대안의 구체적 연계 고민 필요
정치적 대안과 정책적 대안의 구체적 연계 고민 필요
  • 교수신문
  • 승인 2009.11.1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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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_ 2009년 학술단체협의회 연합심포지엄 ‘21세기 한국사회의 대안과 연대’ 후기

지난 11월 6일 이화여대에서 연례 학술단체협의회 연합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기존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혹은 정책 비판에 매몰된 진보적 학술단체의 관성을 벗어나 큰 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안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뿐만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개별 학회의 학문적 성과를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실천적 연대의 초석을 놓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심포지엄의 대주제도 ‘21세기 한국사회의 대안과 연대’로 제시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개별 학회의 학문적 성과를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실천적 연대의 초석을 놓는데 주안점을 뒀다.


엄밀히 볼 때 이러한 시도가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미 지난 수년 동안 진보진영에서 비판을 넘어선 대안을 찾는 작업이 없지 않았으며, 연대는 언제나 진보담론의 필요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학술대회는 몇 가지 점에서 참신한 기획의도가 눈에 띈다.

새로운 시도는 아니나 기획 참신
첫째, 우선 참신성을 들 수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진보적 학술진영에서 제기된 대안담론들이 일정 정도 흥행성을 염두에 둔 미디어적 이해관계에 따라 일부 ‘선수들’의 논의에 크게 의존했고, 따라서 연구자들 내부에서 조차 흥미가 반감됐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이번 학술대회는 주제를 중심으로 발제자가 선정됐다. 둘째, 다소 거칠더라도 논문의 서술적 완결성보다는 발표자들의 논쟁적인 테제를 중심으로 토론자, 청중과의 논쟁적 토론을 시도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대안은 단순한 제시가 아니라 공존하는 갈등적 담론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이를 실천적인 사유로 안내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기조발제를 맡은 이성백 교수는 기존의 정치적 대립 혹은 부문운동의 고립성을 벗어나 연대를 구축할 수 있는 문화운동이 그 시발점이 되리라고 강조했다.

심포지엄은 크게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는 대안의 정치적 방향에 대한 논의를, 2부는 대안의 정책적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대안의 주체와 관련해 고정갑희 교수와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각각 이른바 ‘적-보라’, ‘적-록’ 연대를 주장했다. 이들은 생태, 여성, 노동운동의 고립성을 탈피해 신자유주의적 사회화에 의해 개별화된 적, 록, 보라 진영의 연대구축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사회화의 모순을 극복하고, 나아가서 새로운 대안을 추동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한편, 강정구 교수는 그간 진보진영에서조차 다소 식상한 주제로 다뤄졌던 민족문제의 현실성과 시의성을 제기하고, 민족문제를 통해 제기되는 평화문제가 우리사회에서 대안모델 탐색의 중요한 준거점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햇다.

전반적으로 생태, 여성, 노동, 평화운동의 연대가 향후 우리사회의 중요한 대안주체세력이 돼야만 한다는 점에는 연구자들이나 청중 모두 어렵지 않게 동의하는 듯했다. 다만, 문제는 ‘어떻게’ 적록보라 연대가 가능할 것이냐는 것이다. 최근 기존의 적, 록, 보라진영조차 사회화 과정 속에서 내부적으로 심대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어 선험적으로 적, 록, 보라가 그 자체로 동일성을 지닌 세력이라는 전제는 다소 성급한 인상을 준다. 각종 풀뿌리 세력들의 단순한 무지개 연합이 대안이 아닌 이상 보다 구체적인 분석과 프로그램이 보완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제 2부에서는 사회적 대안과 관련된 개별적 주제들이 다뤄졌다. 우선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가 확대되는 가운데 심화된 한국사회 양극화의 대표적 사례인 토지-주택문제와 교육정책을 짚었다. 주택문제 있어서는 소유가 아닌 점유형태로의 인식전환, 공공임대주택확대, 개발이익환수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반면에 교육문제는 대안보다는 교육의 시장화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시원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아 다소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최태욱 교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대안적 체제로 한중일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 연합의 가능성을 주장했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이미 시장을 중심으로 지역의 한계를 넘어선 만큼 이러한 논의는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누가, 어떤 원칙 아래서 지역사회를 통합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할지에 대한 논의는 보다 더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정치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iCOOP 생협연구소의 정원각 사무국장은 지역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자립화를 위한 협동조합운동을 제시했다. 여기서 협동조합운동은 최근 회자되는 사회적 기업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보다 근원적인 사회경제적 모델로까지 강조된다.

익숙한 프레임 벗어나려는 진지한 노력
전반적으로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사회의 대안적 모델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모색해보는 진지한 자리였다. 최근 수년 동안 진보적 연구자들의 논의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고 익숙한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면 이번 심포지엄은 최소한 그러한 틀을 벗어나보려는 진지한 노력이 엿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대안과 정책적 대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계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부재한 점은 아쉬웠다. 제시된 진보정치의 대안은 상대적으로 급진적이었으나 정책적 대안은 여전히 실현가능성의 여부라는 덫에 잡혀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러한 논의가 구체화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진보적 대안담론은 이상과 현실이라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의 진자운동을 멈추지 않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민 하나 더! 이번 심포지엄에는 거의 백여 명의 청중이 참석했고 나름 진지한 토론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젊은 연구자들이나 학생들은 거의 눈에 뜨이지 않았다. 물론 오늘날 이는 새로운 현상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진보담론의 현실은 바로 이러한 문제에서 출발해야할지 않을까.

 

임운택 계명대·사회학과

독일 필립스대(Marburg)에서 박사를 했다. 저서에는 『21세기 자본주의와 대안적세계화』등이 있으며, 비판사회학회 운영위원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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