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3:25 (목)
대학이 특별초빙때 알아야 할 원칙들
대학이 특별초빙때 알아야 할 원칙들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9.11.16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대학교수의 특별채용 경험담

미국 대학은 총장과 부총장, 학장 등 주요보직에 종종 외부 인사를 특별채용해 임용한다. 주로 헤드헌터를 통해 초빙하려는 대상과 접촉하지만, 이는 오히려 반감을 사기도 한다. 마이클 멍거(Michael C. Munger) 듀크대 정치학전공 주임교수는 최근 미국 고등교육 전문지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에 특채와 관련한 재밌는 기고를 보냈다. 자신이 유명 대학 특채 대상자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겪은 경험담과 함께 대학이 특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켜야할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갈수록 활성화하고 있는 국내 대학의 특채풍토에 멍거 교수의 글이 좋은 읽을거리가 된다는 생각에 따라 원고 내용을 번역해 정리했다.

대학에서 총장이나 부총장, 학장직을 찾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헤드헌터를 고용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하지만 적임자를 찾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5가지 주요한 원칙이 있다. 이 원칙을 공유하기에 앞서 필자의 경험을 전하고자 한다. 필자는 타 대학 학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 적이 있다.

첫 번째 사건은 5년 전에 일어났다. 필자는 한 유명 대학의 ‘기금 학장’(founding dean) 후보 중 한 명으로 인터뷰에 응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기금 학장은 기부금 모금과 관리, 교수 특채와 관련한 많은 업무를 해야 한다. 헤드헌터는 그 보직에 대해 ‘모험’이나 ‘명예’ 등의 단어를 써가며 설명했다. 헤드헌터는 해당 대학 인사위원회에서 나를 매우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전하며 이력서와 경력사항만 보내면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물었다. “그런데, 주로 무슨 일을 하시죠?” 헤드헌터는 필자의 경력이나 필자를 특채하려는 대학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2주 후 그는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왔다. 다음 심사단계로 올라갔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첨부파일에 12페이지에 달하는 질문과 현 대학에서 받는 연봉, 특채 이후 기금 모금계획 등을 물었다. 해당 대학을 방문한 일도 없는데 말이다.

두 번째 사건은 비교적 최근에 일어났다. 필자는 헤드헌터의 전화를 받았다. 유명 연구중심 대학 학장 자리에 임용하길 원한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알게 된 헤드헌터는 필자의 의견을 대학 측에 제대로 전달했고 의사소통을 효율적으로 진행했다. 어느 날 필자는 그 대학에 방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거기에서 일이 틀어졌다. 18시간이나 걸려 도착한 곳에서 숙소, 음식 등 많은 부분에서 형편없는 하룻밤을 보낸 다음날, 인터뷰 시간은 오후 1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30분 전까지 해당 대학은 필자에게 아무런 연락을 취해오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자리에서 인사위원들은 필자에 대한 자료를 읽지 않았고, 면접 준비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았다. 결국 첫 번째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하시는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죠?”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후 다시 방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관심 있는 후보를 그렇게 다루는 곳에서 별로 일하고 싶지 않았다.

대학 임용절차는 여전히 복잡하고 후보들에게 많은 혼란을 주고 있다. 언급한 두 대학 역시 외부 인사를 찾기 위해 갖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을 것이다. 이러한 혼란은 대학이 외부 인사를 초빙할 때 지켜야할 5가지 원칙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서류를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사위원 가운데  한 사람 정도는 그 후보의 경력사항을 꼼꼼히 읽어 면접 전 위원회에 그 사람의 특징과 주목해야할 사항을 전달해야 한다. 둘째, 대학은 훌륭한 ‘초빙자’가 돼야 한다. 후보들에게 대학에 방문해달라는 요청을 하려면 교통편은 물론 숙소와 식사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라. 셋 째, 진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헤드헌터를 통하기보다 최종 면접 단계만큼은 총장이 직접 후보를 초청하는 것은 어떨까. 그 행동 하나가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넷째, 외부 인사를 ‘빌리지 말고 산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대부분 후보는 기존 대학에서 충분한 대우를 받고 있다. 만약 단순히 많은 돈을 제시하는 것에만 주력하면 그들은 언제고 더 나은 자리로 떠날 수 있다. 후보들에게 면접을 요청할 경우 처음엔 달가워하지 않지만, 오히려 이는 그가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다. 마지막으로 ‘유능한 헤드헌터’를 활용해야 한다. 대학 사정을 잘 모르는 헤드헌터에 지나치게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 대학에서 찾고자 하는 ‘주인공’을 헤드헌터가 무심히 놓쳐버릴 수 있다.

정리=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