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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⑬ 발] 분홍빛 띠어야 건강 … 세족식까지 하는데 홀대라니?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⑬ 발] 분홍빛 띠어야 건강 … 세족식까지 하는데 홀대라니?
  • 교수신문
  • 승인 2009.11.0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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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발(足)을 ‘제2의 손’이라 하며, 우리 몸에 있는 205개의 뼈 중에서 양발 합쳐 52개가(거의1/4!?) 여기에 있으며 64개의 힘살(筋肉)과 힘줄(腱)들이 퍼져있다고 한다. 발을 제2의 손이라 부르는 것은 어릴 때부터 발을 손대신 썼다면 그 기능이 손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의미이다.

    두 팔이 없는 한 중국여인이 애써 발을 손대신 쓰는 動映像(moving picture)을 본 적이 있다. 정말 놀랍게도 발이 발 아니라 바로 손이였다! 숟가락질, 돈 헤아리기, 트럼프놀이, 논밭일 등 모든 손짓을 발로 能手能爛하게 다 한다! 헌데 어째서 대부분의 동물들이 손과 발가락이 다섯일까.

    산소탱크란 별명을 가진 박지성 군은 안쓰럽게(부럽게?)도 발로 먹고산다. 얼마나 부대꼈던지 발등이 할퀴고 긁혀 짓물러 터지고 뭉그러져 있더라. 발은 독특하게도 인간을 直立步行케해 두 손을 자유롭게 해 찬란한 인류문명을 이루게 했다. 몸 겉가죽의 2%밖에 되지 않는 발바닥이 나머지 98%를 지탱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발은 심장에서 보낸 피를 받아 다시 온몸으로 보내는 펌프작용을 하기에 ‘제2의 심장’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서서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피가 못다 거슬러 올라가 다리발이 퉁퉁 부으며, 보통 사람도 오후에는 발이 좀 붓는다.

    발이 편안해야온 몸이 편하다. “모든 병은 발에서부터 시작되고, 피곤하면 발이 먼저 쇠약해지며, 건강을 유지하려면 발부터 보호하고, 발을 보호하면 늙지 않는다”고 한다. 하여 足浴, 발마사지(foot massage)를 하여 피돌기를 促進시키고, 발바닥에 五臟六腑가 걸려 있다해서 발바닥을 자극하는 것을 ‘발반사요법’이라 한다.

 
    발은 죽을힘을 다하고도 대접을 받지 못하니 서글프기 그지없다. 발을 이렇게 홀대해도 되는 걸까. 그러면 안 되지. 그래서 洗足禮(洗足式)라는 儀式이 종교에 등장했으니 예수는 제자들의 발을 씻김으로써 '섬김'을 보여 주었고, 오늘날에도 교황이 평신도의 발을 씻기는 의식이 이어오고 있고,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발을 씻겨 주는 행사를 하기도 한다. 너의 더러움까지도 사랑한다! 그리고 발하면 부처의 발(佛足)을 떠올리게 된다. 제자 摩訶迦葉이 오는 낌새를 알고는 드디어 두 발을 널(棺)에서 내어 보였다는 발이 아닌가. 초기불교에는 불상이 없었고 대신 佛足이나 法輪을 그려 놓고 예배했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 절의 극락전 앞에는 부처의 발바닥이 새겨진 蓮花石이 있다. 聖人 그리스도와 부처가 기어이 발과 만나셨다!?

    어머니는 손이 생명이고 아버지는 발로 산다. 어머니의 손은 살 금(指紋)이 닳아빠지고 아버지 발에는 굳은살이 켜켜이 쌓인다. 글 쓰는 이도 어머니 손은 그래도 꽤나 만져 드린 편인데 애석하게도 아버지의 발을 씻겨드리지 못하고 말았다. 그게 서럽고 부끄러운 恨으로 남아버렸으니…….“어버이 살았을 제 섬기기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달프다 어이 하리!” 孝도 때가 있더라.

    사람에 따라서는 평발(편평발, 扁平─, pes planus), 편평족(扁平足, flat foot)이라 불리는 비정상적인 발을 가진 사람이 더러 있으니 그런 사람은 군대 가는데 발목이 잡힌다. 정상인 경우에는 平面에 똑바로 서면 발 앞꿈치와 뒤꿈치가 밑바닥에 닿고, 발바닥의 가운데(掌心)는 거의 타원형(arch형)으로 떨어지게 돼 體重의 반은 앞꿈치에, 나머지 반은 뒤꿈치에 나뉘어 실리게 된다(강의 다리나 달걀이 타원형인 까닭을 생각해 보자).

    그런데 평발인 사람은 체중이 온통 한가운데로 쏠려서 발이 눌려 멀리 걷는데 곤란을 겪는다. 재미나는 것은 아직 걷지 못 하는 乳兒는 모두 편평족인데 이것은 脂肪이 많아 그렇고, 날로 크면서 굳기름(기름기)이 없어지면서 정상으로 바뀐다.

    억센 舞踊人들은 깨금발로 춤을 춘다. 발돋움해 발가락 끝으로 걷고 뛰는 사슴, 노루들처럼……, 그러나 白鳥돼 湖水를 헤엄친다.
사람은 발로 걷기에 발바닥이 넓어져서 다른 靈長類와는 달리 엄지발가락과 새끼발가락이 서로 맞닿지 않는다. 그리고 어영부영 곶감 빼먹듯 나이를 먹을 대로 먹고 나니 손발에 땀이 안 나 책장 넘기기도 힘들고, 어이없이 방바닥에 미끄러져 落傷을 당하기도 한다. 우리도 원시생활을 할 때는 ‘마사이족’처럼 맨발로 다녔으니 발의 땀 냄새를 땅바닥에 남겨 텃세에 썼고 자나온 길을 되찾는 데도 쓰였을 터다.

    발에서 내뿜는 발 고린내는 마땅히 제 것인데도 사람들이 설레설레 체머리를 흔든다. 유기산이나 지방산과 같은 양분이 촉촉한 땀에 묻어나, 양말과 신발이 ‘거지발싸개’처럼 감아 쌌으니 通氣(O2가 통함)가 안 돼서, 嫌氣性細菌(산소를 만나면 되레 죽는 세균)이 씽씽 자라 썩은 냄새를 풍긴다. 어쨌거나 발은 굳은살, 티눈, 무좀 같은 것 없이 매끈하고 따뜻해 분홍빛을 띠어야 한다. 젖은 자리나 궂은 곳에도 기꺼이 제일 먼저 들여놓는 내 발을 모처럼 만져주고 다독거려 줘야겠다, 너들 애쓴다! 예로부터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頭寒足熱)하라 했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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