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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인재 전쟁 … 투명성 확보 시급하다
소리없는 인재 전쟁 … 투명성 확보 시급하다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9.11.09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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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팅 나선 대학들

# 서울에 있는 B대학은 A대학 경제학과 교수를 특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해당 교수도 B대학으로 이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직전, 뒤늦게 알게 된 A대학에서 총장과 선후배 교수를 총동원해 이직을 막았다. 결국 그는 막판에 이직을 포기했고, B대학은 해당학기 교수임용에 차질을 빚었다.
#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은 종종 외국 출장길에 임용후보자가 있는 지역에 들러 공항에서 면접을 본다. “우수한 분을 데려오기 위해 직접 가서 설득해야 다른 곳에 뺏기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 o대에서 학문적으로 명성을 떨친 교수가 이직을 원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총장은 그를 직접 만나 “원하는 대로 모두 지원할 테니 이직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스타교수 초빙을 위한 특별채용 움직임이 뜨겁다. 뺏고 빼앗기는 특채경쟁에서 교수들을 ‘뺏기지 않기 위해’ 지원제도를 확충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일러스트 : 이재열


특채 경향 역시 달라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외국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이들이 특채돼 국내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 대학간 특채를 통한 교수 이직현상이 활발하다.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특채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맞춤형 인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채 모집공고를 내는 곳이 간혹 있지만, 대부분 검증된 후보를 먼저 검색한 뒤 임용하는 식으로 특채절차를 진행한다. 공채에서 연구경력 10년 미만의 신진인력을 충원한다면, 특채에서 스타교수를 초빙해 대학 위상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향상하는 식이다.

공채를 통해 우수한 교수를 선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타급 교수는 아예 공채에 응하지 않는다. 연구 실적이 뛰어난 교수가 공채에 응모했다가 자칫 탈락하기라도 하면 자신의 명예와 체면이 손상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ㄱ대 교무처장의 말은 특채에 대한 교수들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이유로 특채는 초빙 당사자가 이직을 확정하기까지 비밀리에 이뤄진다. 특채를 둘러싸고 대학간에 감정이 상하는 일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 카이스트 전산학전공에 재직 중이던 4명의 교수가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로 자리를 옮겨 화제가 됐고, 로스쿨 개원을 둘러싸고 법학교수 빼내기 현상 때문에 대학 간에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ㅎ대 교무처장은 “우리대학 교수가 경쟁대학으로 이직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씁쓸한 게 사실”이라며 “교수 임용시장이 보다 유연해지면 특채에 따른 이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채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부작용도 우려된다. 한상준 중앙대 교무처장(물리학과)은 “우수 인재를 찾는 일 자체가 어렵지만, 연구 실적이 정량지표 위주라 교원의 자질을 검증하는 일 또한 힘들다”며 “추천을 받아도 막상 대학이 원하는 모습과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특채를 둘러싼 임용 공정성 시비는 여전하다. 서강대는 얼마 전 정부관료 출신 인사를 교수로 특채한 것을 두고 교수협의회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역시 공정성과 투명성이 문제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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