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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폐기물에서 미래를 보다
[나의 연구실]폐기물에서 미래를 보다
  • 김주식 서울시립대·환경공학부
  • 승인 2009.11.02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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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에서 뿜어나는 열기로 땀 내음 가득한, 공대 실험동 1층 20평 남짓한 이곳이 나와 우리 팀원인 젊은 학생들이 꿈을 키우는 곳이다. 기자재의 위치가 낯설기도 그리고 가끔은 눈에 걸리기도 하는 것은 이 공간이 꾸며진 지 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학생들이 차 한잔이라도 마실 수 있는 공간과 실험 후 땀이라도 씻어 버릴 수 있는 샤워실을 마련 할 수 있게 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사진 왼쪽부터 문태영(박사과정), 김진원(석사과정), 김주식 교수, 김진오(석사과정), 김선진(석사과정), 조민환(인턴연구원)

사진제공: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우리 연구실은 현재 박사 4명과 석사 3명, 인턴 연구원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금의 학생들이 처음 나와 일을 같이 했을 때, 나는 그들이 가졌을 당혹감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그 까닭은 나의 연구주제가 이들이 여태껏 학부과정에서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에겐 대학원에서의 연구를 위해서는 다른 대학원생과는 달리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우리 연구실은 국내에서는 아직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폐기물로부터의 에너지 생산’을 주제로 연구활동을 한다. 마침 화석연료 고갈이 근심이 되고 온실효과로 인한 기후 변화를 염려하는 시점이라 우리 연구주제의 매력에 우리 스스로가 도취될 때도 적지 않다. 

우리 연구실은 ‘열화학적 전환(Thermo-chemical Conversion)’ 방법에 의해 유기 폐기물로부터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열분해(Pyrolysis)와 가스화(Gasification)라는 기술을 적용한다. 열분해는 유기성 고분자 물질을 순수 열에너지만을 가해 저분자 물질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등의 합성고분자 폐기물과 목재, 볏짚 및 하수슬러지 등의 바이오매스 폐기물을 그 대상으로 해 연구를 수행한다. 이런 열분해 과정을 거치면 에텐, 프로펜 등의 모노머 성분, BTX 방향족 및 기타 석유성분 또는 바이오화학물질(bio-chemicals)을 얻을 수 있다. 이들 생산물질은 주로 연료로서 활용될 뿐 아니라 새로운 석유제품 또는 바이오 합성물질의 원료로 활용돼 자원 및 환경 보존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가스화는 위에 언급한 같은 폐기물을 이용해 부분산화 과정을 거쳐 수소를 다량 함유하는 가연성 가스를 생산하는 기술인데 신에너지인 수소 생산에 기여할 뿐 아니라 생산된 가연성 가스를 활용해 동력, 전력을 생산하기도 하고 또한 메탄올이나 탄화수소류의 합성에 이 가연성 가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내가 처음 한국에서 이 분야의 연구를 시작한 2002년과 비교해 볼 때 요즈음 이 연구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는 유별나다. 아마 다가올 20년간 재생에너지의 활용이 사회의 화두로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불행히도 한국에서는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못하다. 더욱이 국내 대학에서의 연구활동은 눈에 찾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우리 학생들은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과 고립된 듯한 연구 분위기에 적잖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가 처음 독일에서 이 분야에 문을 두드렸을 때에도 난 지금의 우리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동질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 불안감에서의 해방은 연구에 대한 확실한 동기부여로부터 왔으며, 이는 나의 지도교수와 많은 대화와 그의 깊은 배려로 인해 가능했다.

독일에서 나의 지도교수가 나에게 한 것처럼 이제 내가 우리 팀에서의 나의 역할을 해야 할 때인 듯하다. “미래를 가질 자! 지금 꿈꾸며 땀 흘리는 그대들이다!”

김주식 서울시립대·환경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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