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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거점대학과 지역발전
[딸깍발이] 거점대학과 지역발전
  • 민윤기 편집기획위원 / 충남대·심리학
  • 승인 2009.10.26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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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지역 거점국립대학’이란 말을 종종 접하게 된다. 국립대 중에서 규모가 크고 각 지역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대학들을 말한다. 필자는 대전에 위치한 소위 ‘지역 거점국립대학’ 가운데 한 대학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다.

그러나 학교에 대한 애정과 구성원들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거점 국립대학으로서 필자가 몸을 담고 있는 대학이 제대로 지역에서 핵심 역할을 해나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자신 있는 답변을 하기 어렵다.

    현 정부는 광역경제권역별로 균형을 실현하되 광역권 내에서는 자율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를 추구하고 있다. 그것의 일환으로 전국을 5+2 광역경제권으로 나누어 국가와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화에 대응하는 광역경제권을 구축하고, 지역별 비교우위를 토대로 지역의 특성과 개성을 살린 신성장동력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장기발전 플랜을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획일적인 균형을 강조하다보면 여기에 안주하려는 나태함 때문에 비효율성이 유발된다.
이것이 오래 지속되면 일종의 기득권 의식이 생겨나 깨뜨리기가 쉽지 않다. 이런 비효율성이 고착된다면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속에서는 정부 재정의 여유가 거의 없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편 어느 지역의 발전 정도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그 지역의 중심대학의 수준’을 고려한다. 서울권에서는 서울대를 포함한 소위 ‘SKY대학’의 수준이 서울지역의 발전 정도를 규정한다.
마찬가지로 충청권에서는 충남대의 수준이, 부산·경남권에서는 부산대의 수준이, 광주·전남권에서는 전남대의 수준이 그 지역의 발전 정도를 규정한다. 따라서 광역경제권 차원에서 권역내의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는 지역 거점국립대에 자원을 집중시키고 효율성을 높여 결국은 이들 지역의 발전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도시체계는 수도권과 광역권 도시, 중소도시로 나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내용에 따를 때, 이들 간의 자원분포는 항아리형일 때 전체적인 효율성이 높게 나타난다. 여기서 자원은 인구와 자본, 기술력 등을 포괄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도시체계가 역삼각형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수도권에 50%이상이, 또 소수 광역권 도시에 나머지 30%정도가 몰려있다. 이런 역삼각형 구조에서는 단기적으로 볼 때 수도권에서 혁신이 가속화되고, 효율성이 높게 나타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것이 전체 도시체계로 제대로 전파되지 못함에 따라 효율성이 낮아지게 된다.

    국가의 전체적인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수도권이 아니라 광역도시와 중소도시의 자원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보았을 때도 광역경제권간의 균형과 광역경제권 내에서의 경쟁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여기에 추가해 상대적으로 너무 수도권에 자원을 편중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이것의 연장선상에서 대학 체계를 최상위권 대학, 상위권 대학, 중하위권 대학으로 나누어볼 때, 역삼각형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항아리형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왜냐하면 대학 수준이 해당지역의 발전 정도를 규정하는 주요 인자이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에 발표된 전 세계 대학들의 글로벌 순위를 살펴보면, 거점 국립대의 경우 400~600위권에 머물고 있다.

주변 아시아 국가들의 지방대들이 100위권 안에 골고루 포진하고 있는 것과 비교가 된다. 이러한 결과는 정부의 광역경제권 선도사업 시행을 계기로 지역 거점대학의 역량강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심도 있게 연구해 보아야 할 것이다. 현 정부는 수도권 대학에 자원을 몰아주는 정책보다는 상위권 대학인 지역의 거점 국립대학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민윤기 편집기획위원 / 충남대·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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