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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기고]교수사외이사참여 이렇게 본다
[긴급기고]교수사외이사참여 이렇게 본다
  • 교수신문
  • 승인 2002.04.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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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03 16:16:14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

최근 이기준 서울대 총장의 사외이사 참여를 놓고 과거의 사외이사 자격시비 논란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의 핵심은 장관급인 서울대 총장이 공무원의 신분으로 영리기관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것과 교육지원부의 승인을 얻지 않은 것이다. 또한 서울대 총장은 국내 대표적인 지성의 한 사람으로 인식돼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적 기준을 적용받는 것이 당연한데 과도한 금액의 연구비를 받으면서 특정기업의 사외임원으로 활동한 것은 도의적으로 구제받기 어렵다. 이러한 분위기로 이 총장의 문제는 2백60 여명의 교수들이 상장회사 사외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현실에서 새삼 ‘교수의 사외이사 참여’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외이사제는 대주주오너가 자기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만 이사회를 구성해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외부인사를 이사회에 참여토록 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외이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내부감시이고, 대주주나 오너와의 관계는 자칫 대립적이거나 불편한 관계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사외이사들의 ‘견제’나 ‘감시’ 역할을 둔화시키기 위해 각종 특혜성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심지어 뇌물성 특혜를 제공하는 사례도 많다. 심지어 사외이사의 추천, 선정과정에서부터 대주주오너와 친분이 있거나 과거 신세를 진 인사를 선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송자 전교육부장관의 경우는 대학교수 시절에 사외이사를 하면서 받은 스톡옵션을 불법으로 고액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이 문제돼 결국 조기퇴진하는 불행을 당했다. 이번 이 총장 경우도 금액상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상당액의 보수를 특혜형식으로 받았으니 대주주오너와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가 어떻게 독립적으로 경영감독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한 정부 산하 정책자문위원회 등에 참여하는 교수들이 그 위원회의 결정에 치명적인 이해가 걸려있는 민간업체들의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사실이 밝혀져 공정성 논란이 있었다.

사외이사제의 긍정적인 면은 경영자 견제기능 및 이사회의 권한강화로 기업통치권을 분산시키는 데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면을 실질적으로 살리려면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의무화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소액주주들도 자기들이 원하는 사외이사를 뽑을 수 있도록, 상법에는 있지만 유명무실한 집중투표제를 실질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한편 이사회를 행동하는 집단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부여해야 한다. 계약상의 수탁자인 이사의 비리나 태만 때문에 위탁자인 주주가 경제적 손해를 입었을 때 그 배상을 경영자와 더불어 개인 이사들에게도 쉽게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와 관행을 바꾸자는 것이다. 소액주주의 단합을 용이하게 하고 회사장부열람권을 강화하며 주주대표소송 내지 집단소송의 경제적·경제외적 비용을 줄여주면 경영자나 이사는 소송의 예방을 위해 주주에게 좀 더 충실한 의무감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근으로는 사외이사들에게도 적당한 보수는 물론 스톡옵션을 부여함으로써 대주주오너의 뇌물성 특혜가 아닌 정당한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또한 자격시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의 직무수행기준을 마련하고 자격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공익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되는 경우는 사외이사 취임을 금지하는 네거티브 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 공직자나 정부위원회 등의 인사가 업무상 직·간접으로 관련 있는 기관 또는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것을 금지시켜야 한다.

이런 것들만 잘 지켜진다면 대학교수의 사외이사 참여는 여타 다른 사외이사 후보군보다 전문성, 독립성, 공정성 등 모든 면에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을 뿐더러, 기업을 감시하는 사회적 봉사활동 면에서도 바람직하다. 또한 대학교수가 사외이사를 하면서 보수를 받는다 하더라도 직책을 이용해 해당 기업에 이익을 준 대가가 아니므로 문제가 없고, 오히려 적당한 보수는 기업감시를 잘하라는 인센티브로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제를 정착시키는 것만이 대주주오너나 전문경영인 중 누가 경영을 맡더라도 이사회가 회사의 명실상부한 최고 의사결정 기관으로 작동해 경영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지배구조의 선진화를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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