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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학생 역량 키워낼 철학 있어야 … 평가 눈치보다 기초교육 황폐화 방치할텐가”
“대학은 학생 역량 키워낼 철학 있어야 … 평가 눈치보다 기초교육 황폐화 방치할텐가”
  • 최성욱 기자
  • 승인 2009.10.26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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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대담_ 학부교육, 이대로 좋은가

대통령자문기구인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특별소위 위원장 민경찬 연세대, 이하 자문회의)는 전국대학교 교무처장협의회(회장 신호철 충북대)와 공동으로 지난 7월부터 두 달여 동안 다섯 차례 진행한 ‘대학교육 강화 포럼’을 바탕으로 이달 말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민경찬 위원장은 포럼을 진행하면서 “연구에 쏠린 대학의 관심을 교육으로 전환시키는 데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면서 “대학들이 뚜렷한 교육철학을 세우고 학부 4년 교육과정의 평가가 엄밀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 보고를 앞두고 있는 민경찬 위원장이 손동현 성균관대 학부대학장(철학과)을 만나 학부교육이 나아갈 길을 논의했다.

● 일시: 2009년 10월 21일 오후 2시   ● 장소: 연세대 대학원장실
● 참석자: 민경찬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특별소위 위원장(연세대 대학원장·수학과), 손동현 성균관대 학부대학장(철학과)
● 사회: 최영진 교수신문 주간(중앙대·정치학)  ● 사진·정리: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사회: 연구에서 다시 교육이 중요하다는 말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식기반의 시대에 대학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 것인가는 주요 화두이지요. 대학교육이 문제라는데 21세기 새로운 시대에 대학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민경찬: 시대적 흐름을 읽어야 합니다. 크게 보면 치열한 경쟁과 글로벌 협력 두 가지에요. 글로벌 협력이란 경제위기, 에너지, 기후변화, 인간과 자연의 관계 등에서 어떻게 협력하면서 살아남을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반만년 역사 속에서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내온 것이 20~30년 밖에 안 되는데 앞으로 20~100년을 내다본다면 한국이 어떻게 해야 국제적 위치 유지할 것인가. 여기에 교육이 있습니다. 여태껏 선진국 추격형으로 좇다보니 연구역량을 평가했는데 이러다 보니 총장을 비롯해 교수들이 연구중심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고 학생들의 교육은 더욱 취약해졌지요. 이젠 대학교육의 질 문제 풀어가야 할 때입니다.

‘무관심’이 대학교육 위기 방치
손동현: 세계사적인 변화 가운데 대학에 도전해 오는 것이 무엇입니까. 지식사회의 지형이 달라졌어요. 사회에서 요구하는 지식의 내용, 창출 방식, 유통 방식까지 모두 달라졌습니다. 이제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합니다. 분화된 각 분과의 전공교육만으로는 고등교육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고요. 기초교양교육에 전공을 연결시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안목을 대학에서 길러줘야합니다. 흔히들 ‘학문융합’을 얘기하지만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대학교육에서는 이질적인 몇몇 전공들을 섭렵하는 것 자체를 ‘친숙하게’ 만드는 학사제도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사회: 정보화에 의한 지식생산과 유통 방식의 변화 등 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의 변화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식기반사회로 이행되는 시점에서 학부교육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민경찬: ‘관심’의 문제인 것 같아요. 대학교육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잘 안보입니다. 학생들은 가장 쉬운 길을 찾아 취업하는 데 몰두하고, 교수들은 연구업적, 대학은 연구와 인프라에 쏠려있는 평가지표 관리에 관심을 갖고 있죠. 기업은 대학교육에 투자는 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요구를 하니 대학교육에 혼란이 가중되는 것이죠. 정부도 연구개발사업에만 투자했지 교육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재정지원도 하드웨어에만 집중돼 왔고 교육의 질은 늘 뒷전으로 밀렸죠.

    교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학 나름의 독자적 철학이 더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인재관을 고민해야합니다. 지금 대학은 신입생 뽑아서 등록금 책정문제로 갈등 좀 하다가 취업할 때 되면 학생들이 알아서 제 살길 찾아 떠나죠. 학과제 등 구조적인 문제를 두고 갈등하는 경우 학생들은 없습니다. 교수들과 대학본부만 부딪히죠. 학생들은 학과제니 학부제니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손동현: 대학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 수요와 공급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데 있습니다. 교육 수요의 측면에서 보면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거나 학생들에게 응당 필요한 교육을 못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죠. 문제는 대학이 둘 다 놓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직업지향적 전공분야는 덜하지만 기초학문분야의 괴리는 더 큽니다. 기초학문분야에서 담당해야할 기초적 안목을 기르는 일은 방치돼 있고, 직업교육과 직결된 지식교육은 약하죠.

사회: 대학생이 갖춰야할 능력에는 이견 있습니다. 교육 수요의 두 가지를 다 잡으려던 것이 대학교육의 위기를 불러온 게 아닐까요.

민경찬: 대학교육에서 추구할 영역은 지식, 능력(시대변화에 적응능력), 소양과 인성, 스피릿(열정, 도전정신, 사명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개는 지식과 능력에 집중돼 있죠. 일부에서는 인성과 스피릿은 대학이 관여할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능력은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경쟁력의 원천입니다. 전경련에서는 대학에 ‘맞춤형 교육’을 주문하는데 전문대학에서 필요한 부분이죠. 2002년 전경련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만 봐도,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 1순위가 인성 및 태도였습니다. 의사표현 능력, 외국어 구사 능력, 국제화 감각, 정보통신 능력이 뒤를 이어요. 반면 전공 관련 이론적 지식은 4%밖에 안됩니다. 졸업생 현황만 봐도 사회로 나가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일부 20%정도가 대학원인데, 이들 중 80%는 자기 전공이 아닌 곳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학부교육에서 뭘 추구해야합니까. 사회에 나가서도 10년, 20년 능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도록 기초교양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기업에서도 인성 배양을 교과목에서 해달라는 것 아니라고 합니다. 점수 따서 될 일도 아니고요.

손동현: 이를 테면 기업에서 딱 부러지게 특정 전공을 찾지 않습니다. 공학분야 조차도 학부 4년간 기계공학을 공부했다는 것 가지고 회사에서 줄곧 활동할 수 없습니다. 대학에서는 기초능력을 함양하고 사회 나가서는 지식사회 지형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기만 하면 됩니다. 전공 살려서 직업 생활하는 졸업생이 20%도 채 안된다고 하니 기초교양교육을 강화시켜야합니다. 교양하면 다들 적당히 쉬어가는 시간 정도로 인식되고 있어서 문제에요. 전공교육보다 교양교육에 심혈을 기울일 때입니다. 우선은 기본이 중요합니다.

사회: 기초교양교육을 함양하는 기관으로는 학부대학, 교양학부 등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어떤 식으로 운영해야 할까요.

민경찬: 대학은 철학이 있어야합니다. 대학마다 키워드들이 비슷할지 모르나 대학의 건학이념에 따른 핵심역량이 무엇이고 4년 후에 어떤 역량을 키워낼 것인지 내놔야 합니다. 그래야 교육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4년 후에는 핵심역량이 얼마나 충실히 운영됐는지 평가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대학의 철학에 따른 인재관, 그에 따른 교육 프로그램 운영, 평가 프레임 등을 준비해야합니다. 이러한 프레임은 대입제도에도 영향을 미쳐 입학사정관제로 연결될 것입니다.

사회: 대학의 철학에 따른 인재상이 확립되면 학습목표가 분명해 지고 교육 특성화에도 기여할 것 같습니다. 대학 교육의 선순환이 기대되는 데요. 기획 못지않게 평가방안도 중요한데요. 최근 대학들은 교수들의 교육업적을 평가하는 데 강의평가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현행의 강의평가는 강의만족도 조사에 그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많고요. 학생들의 학습량이 얼마나 강화됐는지는 평가가 안 되고 있습니다. 강의평가는 어떻게 가져가야 합니까.

손동현: 농담하나 할게요. 철학과 동료 교수에게 물었던 적이 있어요. 철학의 인식론을 가르칠 때 (학생들 모두가 철학자 될 것이 아닐텐데) 학생들이 어떤 능력을 함양하고 실과를 얻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가르치냐고 물었어요. ‘솔직히 내가 잘 아는 거니까 가르친다’고 대답합니다. 교육목표와 성과는 같은 학과 안에서도 강좌별로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전에 연세대에서 수업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이 과목은 학생들에게 어떤 능력을 길러 줄 것인지 설명하라’고 했을 때 대답들이 궁했었죠. 대학별, 학문분야별, 강좌별로 차별화된 교육 내용으로 질을 도모해야합니다. 교수 스스로 가르친다는 것 자체에 관심을 갖고 정성스럽게 수업계획서를 기획해야합니다.

사회: 이상적일 것도 같은데, 대부분 박사학위 쓰고 교수로 임용되다보니 교수들이 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교수들은 잘 가르치기 위한 면밀한 준비와 연습이 안 돼 있는 것 아닌가요.

손동현: 교수들이 교육에서 베테랑들이 아니잖아요. 일단 평가 기준을 던져주면 교수들도 참고합니다. 예컨대 공학인증제가 대표적인데요. 공과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최소한 교수들에게 교육평가에 대한 인식을 심어준 것 아니겠어요. 헌데 너무 공과대학 내부에만 머물러 있다는 느낌입니다. 공대에서만 할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학생을 가르쳤으면 얼마나 잘 가르쳤는지 평가를 받아야 할 것 아닙니까. 교육평가는 장단기적으로 졸업 후 10년까지 내다봐야할 것입니다. 졸업 후 직장에서 상관에게 받는 평가까지 포함해서요.

교수도 교육을 배워야할 때
민경찬: 10년, 20년 단위로 잘라서 입학정책도 부합하는지 등도 검토해야 합니다. 그럴려면 투자가 필요해요. 대학에서 가장 기본이면서도 취약한 게 기획과 평가입니다. 교육은 세 가지 요소에서 움직인다고 봅니다. 사람, 콘텐츠, 인프라죠. 우선 교수와 학생간의 관계에 대해서 교수부터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있습니다. 다분히 수십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그대로 하는 것이죠. 웹 2.0시대의 아이들은 각각이 다 다른데 교수들은 잘 몰라요. 아이들의 눈높이와 문화를 이해해야하고 동반자로서의 위치와 역할 할 수 있을지 유도해 나가는 게 필요한데요. 물론 인프라도 갖춰져야합니다. 조교, 교실 환경 등 다 바뀌어야합니다. 저도 매일 퀴즈내고 학생들과 대화하고 싶은데 하기 힘든 때가 많아요. 조교가 없어서 숙제 하나 내기도 겁나잖아요. 

사회: 좋은 교육을 위해 연구, 교육 모두에서 전문가가 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교수학습센터에서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지만 결국 교수들의 참여와 호응이 문제입니다.

민경찬: 교수학습센터는 아직 초기단계이니 더 지켜볼 일입니다. 교수들의 참여가 미진한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에요. 교수들이 교수학습센터 근처도 안가려고 하죠. 다들 고민입니다. 미국에서도 교수들을 억지로 참여시키면 교수학습센터는 실패한다고 봅니다. 어떻게 자연스럽게 유도하는지가 관건입니다. 교수들에게 봉급이나 인사에 관련된 것들이 피부에 와 닿는 게 당연하지만 교육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티가 안나죠. 연구에서 벗어나기 힘든 게 현실이니 교수들이 교육에 몰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손동현: 교수가 연구한 것과 교육이 연계가 되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관건이라면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연구 업적을 평가할 때 연구 과정과 결과가 교육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밝히라고 하는 것입니다. 특히 인문학 분야는 정말 필요해요. 인문교육은 안하면서 연구하면 연구 성과는 어디다 쓰겠습니까.

민경찬: 사회에서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놓치면 안됩니다. 대학의 이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대학이 한 개인을 훈련시키고 내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 속에서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이것은 정책에서 흘러나와야합니다. 대학이 지식을 창출하고 전수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할 것인가, 결국은 우리의 새로운 정신, 가치, 문화를 대학에서 출발하고 지속적인 변화 유도하는 것이겠지요. 역사의식을 가지고 시대정신을 읽어가면서 올바른 사회의 가치관, 정신을 만들어가도록 메시지를 던질 수 있어야한다는 의식을 사회지도층이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대학에 요구해야합니다.

    그런데 지금 사회가 대학에 요구하는 것은 ‘서열’이에요. 영국 <더 타임즈> 대학평가에서 100위권에 들어가냐 안 들어가냐, 뭐 이런 것입니다. 이게 과연 우리 사회가 올바르게 대학을 끌고 가는 것입니까. 정부, 사회, 대학의 지도자들이 자꾸 목소리 내줘야 중요성 인식의 공감대가 생길 거에요. 사람들이 평가 지표만 쳐다보니 총장까지도 지표만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 타임즈> 대학평가 사무총장도 “왜 유독 대한민국은 서열에 예민한지 모르겠다. 대학평가는 코끼리 다리만지기 식의 불충분한 자료이다. 단지 참고자료로만 쓰라는 것인데 한국대학들은 순위에 매몰돼서 예민하게 움직이는 게 이상하다”고 말한다.

손동현: 대학 총장들이 만나서 대학평가 안하겠다고 담합 좀 하라고 부탁도 했어요. 사회지도자들이 대학에 요구하면 대학이 바뀌는데, 더 중요한 것은 대학이 선도하지 않으면 지도층들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학이 먼저 자극을 줘야합니다. 스스로 자성을 많이 하고 자기비판과 솔선수범 많이 해야하죠.
의사결정을 주도적으로 하는 개인이나 조직이 누구인지 이를 구성하는 거버넌스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대학가에서 어떤 분이 총장을 맡게 되는지 중요합니다. 총장이 의지가 있고 대학이 가진 국가·사회적인 의의와 소신이 있는 대학은 발전할 것입니다. 대학 내에 의사결정 과정이 건강하게 수입돼야합니다. 물론 교수사회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하강 경향도 강한 게 사실입니다. 뭘 좀 바꾸자고 하면 저항하고 싫어하죠. 의사결정 과정에 학교 구성원들이 어디까지 참여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이럴려면 의사결정 과정이 다 공개돼야해요. 막후에서 수군거리게 하면 안됩니다. 만약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총장이 밀고 나간다면 토론에 붙여야합니다. 소통이 잘 되는 대학이 발전의 키를 잡을 겁니다.

민경찬: 거버넌스에서 가장 빨리 바뀔 게 총장임기입니다. 미국 대학은 10~20년을 합니다. 한국의 현실을 비추어보면 최소한 6년은 보장해야 정책을 할 수 있습니다. 총장이 대학의 발전전략을 세우는 경향이 많은데 맞지 않다고 봐요. 대학의 철학과 비전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이 총장에 선임돼야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총장 바뀔 때마다 모든 게 바뀝니다.

소속보다 기초교양교육 기능이 우선
사회: 학부대학을 이끈 게 성균관대와 연세대인데, 기초교육이 중요하다면 학부대학을 운영하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학부대학에 대한 전공 교수들의 인식이 좋지만은 않은데요.

손동현: 연세대는 10년 넘게 학부대학을 운영해 왔습니다. 사실 연세대, 성균관대 안에 명실상부한 학부대학이 있었다고 보나요? 전 생각이 다릅니다. 학부대학의 모태, 모판 정도가 있었죠. 학생 모집단위를 광역화하느냐를 가지고 학과제와 학부제로 나뉘었는데 여기부터 잘못이에요. 전공교육이 아닌 여러 전공교육을 거머쥘 수 있는 교육을 담당하는 독자적인 학내 기구가 있어야합니다. 학부대학에서 교육과정을 1학년만 관장한다면 미흡하지요. 교육과정도 전공 못지않게 교양기초과정을 별도로 두고 전학년을 관장해야합니다.

민경찬: 교육의 근본 틀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부교육은 광의의 기초교육입니다. 전공지식보다 변화적응력, 소양, 인성 등 기초교육을 맡고, 대학원이 심화교육을 담당하는 쪽으로 잡아가야 합니다. 대다수 대학들이 기초교양교육을 마치면 전공교육을 들어가는데 선후 개념이 아닙니다. 옆으로 깔아야죠. 전공교육과 기초교양교육 두 선상에서 시너지를 만들어 가야합니다. 4학년 때도 기초교양교육을 받아야 하죠.
 

   소속보다 기능이 중요합니다. 학과 교수들은 신입생들에게 전문적인 학사지도를 못할 것입니다. 학사지도 교수들과 협력해서 신입생 교육을 내실화하는 게 중요해요. 전과제도도 활성화해서 선택권을 줘야하고요. 1학년 과정이 중요한데, 전문가로서 전문적인 학사지도를 해 줄 것인지는 대학의 의지의 문제입니다. 연세대 기초교양교육은 전체 강의의 35%에 달합니다. 모집단위와 관계없이 기초교양교육의 전담기구가 필요한 것이죠. 명칭은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학사지도이죠. 학사지도의 전문화, 누가 하는 것은 제쳐두더라도 학부대학이라는 기구가 대학 안에 존재해야합니다. 미국 대학은 교육에 관한 서포팅 시스템이 많은데 이게 광의의 학부대학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손동현: 기초교양교육 프로그램만 관장하는데, 학생이 있고 없고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학생 모집을 학과단위로 하면 학생지도, 소속감 등 안정적인 대학생활을 할 수 있지만 학업 방향이 한 곳으로 정해질 수 있어 폭넓은 기초교육을 놓칠 수 있죠.

사회: 대학교육에서 꼭 바꿔야할 게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민경찬: 우선 교수 스스로 대학이 무엇을 하는 곳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학생들은 나에게 무엇인가, 단지 공급받는 ‘리소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학생들은 교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스스로의 목적의식과 철학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평범하게 월급 받고 가르치고 정년하고 나가면 끝인 것은 아니잖아요.

민경찬 연세대 교수(수학과, 61세)

캐나다 칼튼대에서 일반위상수학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했다. 연세대 학부대학 2대 학장을 역임했다. 「기초학문 진흥 및 확산을 위한 대학교양교육 강화방안 연구」(교육인적자원부, 2006) 등 다수의 대학교육 관련 정책연구에 책임연구했다.

현재는 연세대 대학원장,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상임대표,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특별소위 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손동현 성균관대 교수(철학과, 63세)

독일 마인츠대에서 박사를 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존재론’으로 『존재론의 새로운 길』(서광사, 1998), 『별이 총총한 하늘 아래 약동하는 자유』(이학사, 2002) 등의 저역서와 「비판적 사고와 도덕 교육」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한국현상학회 회장, 한국철학회 회장, 대학교양교육협의회 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성균관대 학부대학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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