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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수연봉 보도 以後
[기자수첩] 교수연봉 보도 以後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9.10.26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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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신력 있는 언론사에서 이런 자료를 내보내도 되겠습니까. 직원이 잘못 입력한 것이니 정정해주세요.” 지난 12일 발행된 535호에 ‘대학 교수 연봉 현황’ 기사가 나간 뒤 한 대학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 뒤에도 한동안 정정보도 요청과 문의 전화에 시달려야만 했다. 아니 더 시달릴 것 같다.

연봉 정보는 어떤 직업군이든지 핫(HOT)한 정보다. 교수 역시 옆 대학 교수가 얼마나 받는지 궁금한 것은 마찬가지다. 또 대학 차원에서는 연봉 책정에서 유용한 자료로 쓸 수 있다. 특히 한국 대학의 실정상, 연봉정보는 대학끼리, 교수끼리 공유도 잘 안 되고 있다보니 정보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예상 가능한 반응이었다. ‘단순한 실수였겠지’라고 정정보도를 내고 넘어 갈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대학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연봉 현황의 출처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매년 실시하고 있는 고등교육통계조사 자료였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07년부터 교육기본통계조사 규정 등에 따라 실시하고 있는 법정통계자료다. 국정감사 자료니 출처만 명시하고 쓰면 큰 문제 없는 자료다. 그런데 자료를 검토하다 데이터 오류를 심심치 않게 발견했다. 연봉 단위 한자리를 빼먹거나 최고 연봉이 평균연봉보다 낮은 경우 등 대학사정을 모르더라도 알 수 있는 오류였다.

외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할 때도 거치는 과정이지만 이번에도 자체적으로 자료검증시스템(?)을 가동했다. 단위를 잘못 적거나 자료를 바꿔 입력한 경우를 추려 거꾸로 대학에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4년제 대학에서는 이런 대학이 198개 대학 가운데 20여 곳이나 됐다. 일일이 담당자를 찾아 입력이 잘못됐는지 확인하고, 정정했다. 번거롭지만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정작 자료를 입력하는 대학에서는 신뢰성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의문이다. 법정통계에 쓰이는 자료를 잘못입력 해놓고도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가 대다수였다. 보도가 나간 뒤 잘못된 정보를 입력해놓고 왜 이런 정보를 내보냈냐고 따지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대학정보공시제를 둘러싸고 정보 오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허위 입력인지, 단순 입력 오류인지 알 수 없다. 정보는 신뢰를 전제로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정보에 대한 신뢰는 갈수록 떨어진다는 것을 대학들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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