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박사=미국 박사’란 공식을 깬다”.
미국 박사를 신임교수로 임용하는 경향이 점점 확산되는 가운데 ‘생소한’ 나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신임교수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박사학위를 받은 곳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당시 경험을 활용한 연구, 강의계획도 일찌감치 세워놓았다.
전공분야를 막론하고 미국 박사를 대거 임용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교수신문 조사 결과 올해 하반기 신임교수로 임용된 박사 691명 중 미국 박사는 257명(37.2%)으로, 국내 박사 304명(44.0%)을 제외하고 대부분을 차지했다. 미국을 비롯해 매년 박사학위 수여국 순위권 안에 포함되는 곳은 독일,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북미·유럽지역과 일본, 중국 등이다.
이에 반해 ‘생소한’ 국가는 어디일까. 2005년 상반기~2009년 하반기에 임용된 한국인 신임교수의 박사학위 수여국을 자체 조사한 결과 30여개 나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오스트리아가 11명으로 가장 많고, 필리핀이 10명으로 뒤를 이었다. 그루지야, 루마니아, 멕시코, 베트남, 불가리아, 브라질, 이집트,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튀니지, 홍콩 등에서 각각 1명이 임용됐다. 이밖에 뉴질랜드·덴마크·그리스·싱가포르·터키·폴란드에서 각각 2명, 남아프리카공화국·이스라엘 3명, 벨기에 4명, 스웨덴 5명, 스위스 6명, 네덜란드·이탈리아 7명, 스페인 9명 등이다.
전공분석 결과 한국외대 어문학·통번역 관련 학과에 임용된 이들이 많고, 벨기에는 철학과 경영학,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네덜란드는 신학, 스웨덴은 공학분야 박사학위자가 주로 임용됐다.
주요 국가에서 박사학위를 받아도 전공분야가 차별화되기도 한다. 이종문 부산외대 교수(러시아·인도통상학부)는 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러시아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들 중 정치학, 어문학 전공자가 많은 경우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인터뷰에 응한 신임교수들의 박사학위 수여국도 한 손에 꼽는다. 오재욱 건국대 교수(축산식품생물공학전공)는 이스라엘에서, 김주형 조선대 교수(전자공학과)는 스웨덴에서, 한요섭 연세대 교수(컴퓨터과학과)는 홍콩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박사 강세 분위기를 절감하면서도 이들은 ‘학문 다양성’을 위한 자신의 역할을 정해놓고 새로운 실험에 돌입했다.
오재욱 교수는 미국 박사 선호경향과 관련,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과학을 이끌어 나가고 있긴 하지만, 무작정 미국 대학만 생각하는 것보다 특정 전공분야에 앞서 있는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김주형 교수는 “요즘 융합분야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스웨덴 대학은 예전부터 융합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다”며 관련 계획을 전했다.
대학 국제화 시대, 한국이 더 많은 나라와 교류할수록 해당 국가 상황을 이해하고 학문트렌드를 꿰뚫어볼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색 박사들이 대학가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되는 이유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