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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도시 제안 … “개발 앞서 ‘인간적인 도시상’ 성찰하자”
인문도시 제안 … “개발 앞서 ‘인간적인 도시상’ 성찰하자”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9.10.12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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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세계도시인문학대회, 19일부터 사흘간 열려

인천대 인천학연구원(원장 이갑영)이 주관하는 인천세계도시인문학대회(10.19~21)에는 8개국 80여명의 학자들이 논의에 나선다. 도시의 역사, 도시의 문학과 예술, 도시 디자인과 거버넌스를 연구해 온 이들이다. 이들이 풀어 놓을 도시인문학은 낯설지만 익숙하다. ‘지금’ ‘여기’ ‘우리’ 일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흘 동안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핀다. 김태승 도시사학회장(아주대)은 중국의 상해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개항도시에서의 도시적 삶의 양상을 ‘거부와 학습’이라는 중심어를 통해 비교사적으로 검토했다. 김동우 서울시립대 교수(도시인문학연구소)는 「식민도시의 형성과 근대성」을 발표, “식민치하의 도시화는 일제의 수탈 정책에 의해 왜곡된 산업구조와 더불어 한국의 주요 도시를 생산기반이 허약한 식민지 소비도시로 전락시켰다”고 지적한다. 송은영 동아대 교수는 1950년대~70년대 문학의 서울표상에 나타난 도시인의 정체성에 대해 발표한다.

둘째 날 「근대 대도시의 원형으로서 런던의 문학적 재현」을 발표하는 윤혜준 연세대 교수(영문과)는 17세기를 거쳐 18세기 이미 근대 대도시의 면모를 갖춘 런던의 각종 문제와 위험, 매력과 환상을 중심에 놓고 18세기에서 19세기에 걸친 시기의 시인과 소설가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주로 ‘길거리’의 문제를 통해 다룰 예정이다. 김명인 인하대 교수(국문과)는 양건식, 현진건, 이상 등 식민지시대 작가들의 작품과 김승옥에서 김애란에 이르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근대 도시의 도시성이 어떻게 그 공간 속의 인간들을 구속하고 지배하는 가를 보여준다.

개항도시 인천의 과거 모습이다. 러일전쟁이 시작됐던 1904년 2월 10일 제물포항 전경. 앞에 보이는 섬이 월미도다. 사진 중앙의 2층 건물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호텔인 대불호텔이다. 세탁물이 늘려있는 건물은 선교사들이 세운 고아원이다. 프레데릭 윌리엄 웅거가 쓴 『러일전쟁』에 실려 있는 사진이다. 서양인이 본 인천과 인천사람을 담은 희귀자료를 전시하는 ‘제물포의 표정展’도 도시인문학대회 기간중에 함께 열린다.      사진제공 =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미래 도시의 비전을 논의하는 셋째 날, 민유기 광운대 교수(교양학부)는 「산업혁명 이후 서양 계획도시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발표한다. 민 교수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전반에 유럽과 미국에서 등장한 계획도시들은 인간들의 다양한 가치와 공동체적 문화활동, 상상력 발위를 등한시하는 공간 구성과 배치의 논리를 가졌다”며 “보다 공공서비스가 확충되고 보다 문화적으로 풍성하며 보다 인간다운 정겨운 삶의 터전을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도시』 저자인 존 레니 쇼트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는 “좀 더 많은 인도주의적인 도시를 이루기 위해 시민들의 권리와 참여가 늘어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시디자인의 공공미학」을 발표하는 김민수 서울대 교수(디자인학부)는 “무분별한 재개발, 재건축, 도시환경정비사업 등은 장소의 브랜드화를 명분으로 오히려 장소의 영혼과 기억들이 지워지고 그나마 존재했던 도시정체성과 지역 공동체성마저도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미래 도시의 모델로 ‘인문도시’를 제안할 예정이다. 세계도시인문학자선언(인천선언)에 담을 핵심 가치는 인간, 환경, 문화다. 도시의 종합적 비전을 성장과 기능에서 인문학적 가치로 바꾸려는 노력이다. 인문도시의 실현을 위해 이들은 인문학적 비판을 통해 도시계획 뿐 아니라 행정과 재정 등 정책시행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학연구원은 “이번 대회의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외 도시연구의 성과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연락기구’ 등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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