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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열섬현상이 빚은 일반화의 오류 … 기후정책 새판 필요
대도시 열섬현상이 빚은 일반화의 오류 … 기후정책 새판 필요
  • 김해동 계명대·지구과학
  • 승인 2009.10.12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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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한국 지구온난화 속도, 과연 지구평균보다 2배 이상일까

우리나라의 지구온난화 속도는 매우 빨라서 지구평균에 비해 2배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정말 그럴까.
지구온난화 속도는 관측기간이 100년 이상이면서 도시화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간주할 수 있는 전 세계의 약 1천700개 지점의 기온상승 속도를 평균해 구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80년 이상 기상관측이 이뤄져서 장기간의 기후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관측 지점은 부산, 인천, 목포, 서울, 대구, 광주, 강릉의 7개 지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 7개 지점은 강릉과 목포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도시여서 도시열섬의 영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지역은 하나도 없다.

따라서 기온 실측 자료로부터 우리나라의 지구온난화 속도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고급 통계기법을 동원하더라도 표본 수가 절대 부족해 본질적으로 어렵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우리나라의 지구온난화 속도를 세계 평균과 비교해 보려면 비교적 최근에 관측된 여러 기상관측소의 자료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는 지구온난화의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한 최근 30년 동안의 자료를 포함하고 있는 60여개 소의 지점이 있다. 이들 관측지점 중에서 도시화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인정되는 인구 10만 이하의 지역에 위치한 관측소는 24개 지점이다. 이들 기상관측소에서 얻어진 기온상승속도를 UN 산하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최근 25년을 대상으로 평가한 지구온난화 속도와 비교해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방법이 한국의 지구온난화 속도가 세계 평균에 비해 어느 정도의 수준에 있는가를 파악하는 데 가장 합리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33년 동안 기온변화  조사
 우리나라의 기온상승에 미치는 도시열섬화의 효과는 도시화를 무시할 수 있는 지역과 인구 100만 이상의 대도시의 기온 상승속도를 비교해 봄으로써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인구 2만 명 미만의 지역에서 관측된 기온에는 도시열섬효과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 이들 지역의 기온상승 속도를 지구온난화 속도로 파악하고 있다(이상 기온 감시 리포트, 2000, 2005). 그렇지만 우리의 경우는 인구 2만 명 이하에서 관측된 자료만으로 한정하면 표본의 수가 너무 적어 제대로 측정하기 곤란하다.

그래서 필자는 인구 10만 이하의 24개 지점을 도시열섬이 없는 지역으로 간주해 1973년부터 2005년까지 33년 동안에 나타난 기온상승 속도를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를 인구 100만 이상의 7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와 비교해 보았다(아래 표).

도쿄·뉴욕 ·파리도 예외 아니다
 최근 33년 동안(1973~2005)에 나타난 일평균기온의 기온 상승속도는 인구 100만 이상의 7개 대도시 지역의 경우에 약 3.05℃/100년, 인구 10만 이하로 도시화가 느린 지역은 약 1.58℃/100년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를 IPCC 4차보고서(위 그림)에 제시돼 있는 최근 25년간의 전 지구 평균기온의 기온상승 속도(약 1.77℃/100년)와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이하인 지역은 지구평균에 비해 높다. 대도시 지역의 기온상승 속도가 지구평균보다 훨씬 빠른 것은 당연한 것으로 동경, 뉴욕, 파리 등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우리나라의 지구온난화 속도가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르다’고 하는 주장은 대도시에 탁월하게 나타나는 도시열섬 효과를 배제하지 않은 데 따른 해석이다. 대도시의 도시열섬효과로 인한 기온상승 속도를 마치 나라 전체의 기온상승 속도로 받아들인 셈이다.

국내 관련 분야 전문가들도 7개 대도시 지역을 대상으로 얻은 높은 수준의 기온상승이 한반도의 지구온난화 속도라고 ‘일반화’한 것은 아니지만, 오해가 있었던 것은 틀림없다. 이런 오해는 특히 언론에 유포되는 과정에서 기온상승 속도와 지구온난화 속도의 개념을 혼동한 가운데 일반인에게 부정확하고 모호하게 전달된 데 기인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도시에서 나타나는 도시열섬 효과는 이미 10년 전 1999년에 공주대의 김맹기 교수 등이 조사해 <한국기상학회지>에 발표한 바가 있다. 김맹기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40년 이상의 기상관측자료가 있는 12개 지점의 기온상승에서 도시열섬의 영향이 온실기체 증가의 영향보다 2배나 높았다.

도시열섬 억제할 온난화 정책 세워야
따라서 우리나라의 지구온난화 속도가 지구평균의 2배 이상이라는 주장에 사용된 7개 지점의 기온 상승에 나타난 도시열섬 효과는 당시 김맹기 교수 등이 분석한 것보다도 클 것으로 판단해도 무방할 것이다. 즉, 우리나라 대도시에 나타난 온실기체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 속도가 지구평균 값보다 컸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지구온난화 속도보다 현저하게 빠른 기온상승을 보인 지역은 우리나라 국토의 불과 수 %에 지나지 않는 대도시 지역에 국한돼 있고, 그 원인은 도시열섬 현상에 있다.

 따라서 향후 우리나라의 지구온난화 대응정책에는 친환경적 도시건설과 자연환경의 보전을 통해 도시열섬을 억제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 지구온난화 시대에 도시의 기온 상승을 억제하는 대책으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농작물의 안정적 생산량 확보, 생태계 보전, 각종 환경보전 대책 등을 포함한 정부의 기후변화 적응대책 수립은 타당한 지구온난화 속도에 입각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지구온난화 대응책으로 자연 공생형 도시 만들기를 통한 도시열섬 억제 대책을 중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실효성이 높은 정책으로 받아들여진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상승은 전 세계가 협력해 온실기체를 대규모로 줄여야 가능하다. 하지만 친환경적 국토관리를 통해 도시열섬 현상을 억제해 기온상승을 낮추는 일은 우리만의 노력으로도 가능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김해동  계명대·지구과학

도쿄대에서 박사를 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원 기후변화적응포럼 위원등을 역임했다. 「한반도 지표면 온도 산출 알고리즘 비교연구」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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